Column [사적(私的)감상] 코끼리를 바라보는 14개의 시선 사적(私的)감상

[사적(私的)감상] 코끼리를 바라보는 14개의 시선

15.04.10       삶은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각자 고유한 시공간 속에서 살아간다. 같은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마다 공간에 대한 다른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템포로 시간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은 각자의 뒤섞인 경험들로 이뤄졌다. 때문에 우리는 절대로 세상을 알 수 없다. 그저 장님 코끼리 만지듯 다른 존재들의 시공간을 훔쳐보며 가늠해볼 따름이다.   창신동에 위치한 공간 <지금여기>에 세상을 가늠하는 14개의 ‘시선’이 전시되고 있다. 시선의 주체들은 자신의 시공간을 토대로 다양한 존재들을 포착한다. 카메라를 든 경찰들,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 북한 사람, 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 주택들 사이의 나무, 얼어버린 일기장, 민주화운동 기록, 대북 전단, 통일전망대, 물과 얼음, 빈 광고판, 아버지의 물건, 원시림의 나무가 베어진 가리왕산 1 Read more
Column 엄마라는 존재, 파울라 모더존-베커 (Paula Modersohn-Becker) 십사

엄마라는 존재, 파울라 모더존-베커 (Paula Modersohn-Becker)

15.04.03       며칠 전, 치과에 다녀온 엄마는 잇몸에서 피가 난다고 했다. 매일 잘 씻고 밥도 잘 먹는 엄마인데 왜 안 좋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엄마 나이 되면 그냥 다 아파.”라고 한다. ‘하고 싶다’라는 단순한 명제 아래 ‘엄마와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나는 무언가를 찾아서 살고 있지만, 왠지 저 말이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 아니, 이건 아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음이 ‘저리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이를 낳은 여자는 ‘엄마가 된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엄마는 왜 ‘하는’ 것이 아니고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영화 <WILD(와일드)>의 여주인공은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 후 0 Read more
Column [365 ART ROAD] 쿠바여행의 시작 김물길

[365 ART ROAD] 쿠바여행의 시작

15.03.27     [ Cuba ]     남미에서 중미로 넘어가면서 매일같이 그려도 지치지 않던 그림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불편하고 불안했다. 이런 어색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억지로 그리지 않겠다’는 것.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색함과 불편함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저녁이 되면 ‘오늘 하루 동안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루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도 기다렸다. 정말 억지로 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씩 정말 작업을 하고 싶을 때 펜을 잡고 끄적 거렸다. 매일 그리던 그림이 2,3일에 하나로, 4일에 하나로, 5일에 하나로 줄었다. 그렇게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찾아 온 ‘그림 권태기’가 한 동안 지속됐다. 바로 쿠바에 도착하기 전까지 말이다.   &nbs 0 Read more
Column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진한다!, 고갱 (Paul Gauguin) 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진한다!, 고갱 (Paul Gauguin)

15.03.23 - <Alone> Paul Gauguin, oil on canvas, 1893       대학원에 들어온 지 3주째, 어디에 정신이 있는지 모른 상태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아주 바쁘고, 공부할 것들이 많지만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놀란 것은, 의외로 학생들이 많다는 것과 의외로 정말 공부할 것이 많다는 점, 그리고 나의 무지(無知). 그 중에서도 나의 무지와 공부할 것이 많다는 점이 나를 복잡미묘하게 만든다. 그러다 우연히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기사를 읽게 됐다. - <Tahitian Women on the Beach> Paul Gauguin, oil on canvas, 1891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이야기. 배경은 조르바와 두목이 갈탄광 사업을 위해 들어간 크레타 섬. 파블리라는 청년이 마을의 ‘팜므파탈&rsquo 0 Read more
Column [365 ART ROAD] 툴룸 친구들 그리고 쿠바 공짜로 가기! 김물길

[365 ART ROAD] 툴룸 친구들 그리고 쿠바 공짜로 가기!

15.03.13       Central America[ Mexico ] ‘툴룸 친구들 그리고 쿠바 공짜로 가기!’Tulum, Mexico     06:00 플로레스에서 버스 터미널로 이동07:00 국경으로 가는 버스 출발08:30 과테말라 벨리즈 국경도착09:00 벨리즈 입국10:00 벨리즈 국경에서 히치하이킹 시작16:00 2대의 승용차와 2대의 트럭을 거쳐 멕시코 국경 도착18:00 체투말 버스터미널 도착       지금은 과테말라의 마지막 여행지 플로레스에서 멕시코 툴룸으로 가는 중이다. 아침 6시부터 한 번 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이동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다.오늘은 멕시코 카리브 해에 위치한 해변의 작은 도시, 툴룸에 간다. 미리 툴룸 지역의 서핑 호스트도 찾아 놓았고, 호스트 친구에게도 저녁쯤 도착할 것이라 말해 놓았다.   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체투말 버스터미널에서 툴룸으로 가는 버 0 Read more
Column 죽음을 기억하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십사

죽음을 기억하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5.03.04 -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아침 7시. 목탁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파트 창문 아래를 내려다 보니 형광 옷을 입은 경찰들이 쫙 깔렸다. 영화에서처럼 그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커튼을 닫았다. 목청 좋은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웅얼거림과 목탁소리가 혼합되자 공포감이 밀려왔다. ‘정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공포심을 누르고자 음악 어플을 켜서 노래를 들었다. 노래 중간 중간 그 사람들의 웅얼거림이 섞여서 들려왔다. 집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다. 1시간 반 정도 목탁소리가 왔다 갔다,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 졌다 0 Read more
Column [365 ART ROAD] 좋아하는 새, 큰 부리 새 투칸을 만나다. 김물길

[365 ART ROAD] 좋아하는 새, 큰 부리 새 투칸을 만나다.

15.02.26     [ Costa Rica ]   ‘좋아하는 새’ 공동 일등 등극, 큰 부리 새 ‘Toucan’ La Fortuna, Costa Rica     파나마 여행은 3일로 짧았다. 힘들게 도착한 곳이지만, 아무래도 코스타리카로 가는 경유국가 정도로 끝난 기분이다.     파나마 다음 국가는 ‘중미의 낙원’으로 불리는 코스타리카였다. 코스타리카는 중미국가 중 여행하기에 굉장히 안전한 곳이다.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어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뜻으로 ‘군대가 없는 나라’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를 거쳐 ‘라 포르투나’에 도착했다. 내가 갈라파고스의 푸른 발 부비 다음으로 좋아하는 새는 큰 부리 새 ‘투칸’이다. 마침 0 Read more
Column 10세기 파파라치 : 고굉중(顧閎中)의 <한희재 야연도> 김월

10세기 파파라치 : 고굉중(顧閎中)의 <한희재 야연도>

15.02.24   어느 늦은 밤, 정치거물의 대저택에서는 연회가 한창이다. 군주의 밀명을 받고 연회에 참석한 젊은 두 화원은 비지땀을 흘린다. 얌전히 궁정에서 그림만 그리던 젊은이들은 연회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아가씨들의 차림새만큼이나 화려하고 문란한 밤에 정신이 팔릴게 뻔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연회장의 구석구석을 머릿속에 담는다. 풀어헤친 앞섶들, 맨다리에 휘감겨있는 한희재와 무리들, 어지럽혀진 침상, 거나하게 차려진 술상, 간드러진 음악소리, 비싼 가구들, 아련히 맡아지는 묘한 향내까지.   왜 우리의 군주는 방탕한 밤의 주인을 곁에 두려고 하는가? 젊은 화가는 곳곳을 살피던 중 붉게 취해 어린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던 거물과 눈이 마주친다. 화가는 연회장을 뛰쳐나가고, 거물은 껄껄껄 웃다가 시종에게 손짓한다. 연회를 가장한 길고 길었던 연극은 그렇게 끝났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냐고? 단 하나의 그림으로 중국미술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고굉중(顧閎中)의 &l 0 Read more
Column 모든 것을 품을, 김수자 십사

모든 것을 품을, 김수자

15.02.23   - <To Breathe: Bottari, Solo Exhibition at The Korean Pavilion, Venice, 2013>           “김 여사”. 김 씨가 아니더라도 운전을 잘 못하는 여성(넓은 의미로는 운전을 하는 여성)에게 붙는 이름이다. 사실 나도 운전을 할 때 운전 스타일을 보면서 ‘저 차는 분명 아줌마일거야.’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 나를 보며 흠칫 놀라기도 하고, 앞 차를 가로지르며 확인해보면 정말 아줌마일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했다. 물론 전화를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아저씨, 차선 변경을 하며 기선제압 하는 외제차 속 젊은 남자, 40km 너무나 안정적인 속도로 운전하는 백발의 중후한 할아버님 차 등, 남자라고 항상 좋은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고정관념에 규정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여차하면 0 Read more
Column [365 ART ROAD] 파나마시티를 향한 치열했던 3차 전투 김물길

[365 ART ROAD] 파나마시티를 향한 치열했던 3차 전투

15.02.12     Central America [ Panama ]     ‘파나마시티를 향한 치열했던 3차 전투’ Panama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카프르가나에서 파나마로 넘어가는 날이 왔다. 오늘의 계획은 카프르가나에서 배를 타고 파나마 국경 오피스를 거쳐 파나마로 넘어간다. 그리고 4일 전에 예약한 비행기를 타고 파나마시티로 가는 것이다. 배낭을 메고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추적거리고 흐린 아침 날씨가 오늘의 일진을 예고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배를 타자 비가 그쳤다. 지붕도 없는 작은 배에 사람들이 세 명씩 한 줄로 앉았다.   ‘이 배를 타고 가야한단 말이야? 무슨 전쟁 통에 피난 가는 것 같네.’파나마시티로 향하는 전쟁 같은 항해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