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동물과 함께하는 디자인

동물과 함께하는 디자인

20.12.23 생각해보면 꽤 어릴 적부터 고양이와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이었는데, 그간 동물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친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똑같이 ’나비‘라 불리는 길고양이들이 네다섯 마리,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세상에 하나뿐인 믹스 아이들이 즐비했다. 당시 서울에서 동물을 반려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 할머니 댁에 가기만 하면 동물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떼를 부리곤 했다. 하지만 할머니 댁에 있는 동물이나 그 후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된 진도 친구를 돌이켜 보면 ’동물은 동물답게 키워야 한다‘는 편견 아래 숱한 잘못을 저질렀었다.   고양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길고양이를 식용으로 쓰는 노인들이 많으니 ’눈에 띄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주던 할머니와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고 듣고 자라 산책 한 번 제대로 시키지 않고 0 Read more
Column 스스로 한계 짓지 않기, 로즈 와일리 Rose Wylie

스스로 한계 짓지 않기, 로즈 와일리 Rose Wylie

20.12.10 올초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하다. 여전하다고 하기에는 이전보다 확산세가 심상찮다. 벌써 이렇게 한해가 흘렀다. 그래서일까.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잠들기 전 ‘인생의 궤도’를 그려본다. 자유분방한 동시에 보수적인, 그런 모순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 훌쩍 먹은 나이를 곱씹으며 ‘지금까지 모아 둔 돈은 얼마더라’, ‘앞으로 뭘 해야 자산을 늘릴 수 있지’ 같은 경제적인 고민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걱정,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한다. 하고 싶은 공부가 또 생겼는데 그 기간과 비용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고, 이미 20대 중반에 변곡점을 그렸으니 굳이 ‘또 그래야 할까 싶기도 하다.   Rose Wylie, 출처: www.theguardian.com   생각의 고리를 끊게 된 것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나이에 집착한다’는 명제를 접하고부터다. 생각해보니 0 Read more
Column 온전한 나 자신을 마주하기

온전한 나 자신을 마주하기

20.12.07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주인공인 앤디 삭스(앤 해서웨이 역)는 자신이 입고 있는 스웨터 색상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해 편집장인 미란다(메릴 스트립 역)에게 면박을 당한다. 이유인즉슨 그녀의 상사들이 다음 시즌 쇼를 위해 다양한 소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반인 관점에 입각한 앤디가 ‘(내 눈에는) 그게 다 그거 같은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핀잔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편집장인 미란다는 앤디가 입고 있는 스웨터의 구체적인 컬러명을 읊어주면서 해당 컬러가 어떤 시즌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어떤 열풍을 일으켰고, 그녀가 그 컬러의 스웨터를 선택하기까지의 무의식적인 과정을 규명한다. 그리고 앤디는 자신의 언행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례한 행위인지 깨닫는다. 이 장면은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외형’일지라도 누군가가 세세한 관심을 기울여서 만든 결과물 0 Read more
Column 대중문화와 예술의 교집합, 권지안

대중문화와 예술의 교집합, 권지안

20.06.18 ‘솔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으레 혼성그룹 <타이푼>의 멤버이거나 보컬, 그리고 미디어에 비춰지는 어딘가 부족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런 그녀가 연예인 ‘솔비’를 뒤로 하고 ‘치유’의 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고, 2012년부터 개인전을 주최하며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8년이 흐른 2020년의 지금, 그녀는 현대예술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한 명의 작가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대규모 아트 축제 2019 라 뉘 블랑쉬 파리(La Nuit Blanche Paris)에 참가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여전히 그녀를 둘러싼 담론들은 많다.   솔비,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미술을 시작한지 8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그녀의 작품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0 Read more
Column 여성을 착취하는 이중적인 사회 <토요일 밤>

여성을 착취하는 이중적인 사회 <토요일 밤>

20.03.26 saturday night   어느 토요일 밤의 호텔 전경. 화려한 불빛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휴일을 즐기고 있다. 언뜻 보기에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이 공간은, 사실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면밀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살인을 저지르고 있고, 누군가는 마약에 쩌들어 있다. 그렇게 구성된 이야기가 총 66여 가지. 일반적이지 않은 이 이야기들은 다소 외설적이고 불쾌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66개의 장면이 모두 신문에 게재되었던 실제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saturday night room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 방문한 호텔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66개의 호텔방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여성’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작품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선정적인 요소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들은 성관계를 하거나, 약을 먹 0 Read more
Column 아주 사적인 처방

아주 사적인 처방

19.10.17 때때로 우울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생물학적인 호르몬의 이상 때문 일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일에 의해서 그런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정신건강을 도모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땀을 흘리는 운동으로, 무언가에 몰두하는 행동으로, 창작을 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얻은 부산물이 때때로 타인의 공감을 사 역으로 누군가를 다시 위로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창작의 행위요, 예술을 통해 마음을 위로받는 일일 것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출처: 땡스북스  질환으로 의심될 정도의 증상이라면 해당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고 관련한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려면 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많은 경험’은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경감하 0 Read more
Column 동물 없는 동물원

동물 없는 동물원

18.10.23 시민들이 마련한 상암이 묘, 상암반려견 놀이터 상암동에 위치한 반려견 놀이터에는 ‘상암이’라는 유기견이 있었다. 황구였던 강아지는 사람들은 무서워했지만 그들의 강아지들과는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는 견주의 동행이 필요했기에, 주인이 없는 상암이는 놀이터에 입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암이는 운동장에서 실컷 놀고 나오는 친구들과 짧은 인사와 놀이를 나눴다. 이런 순한 성격 덕에 상암이는 자연스레 놀이터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누군가는 상암이를 입양하고자했다. 그렇게 행복만 있을 줄 알았던 9월 28일, 상암이는 ‘구조’라는 명목 하에 사냥꾼이 쏜 마취총을 맞아 쇼크사하고 만다. (관련기사: 마취총 맞고 떠난 ‘상암이’가 던지고 간 고민) 대전 오월드 퓨마 상암이의 죽음이 더 이슈가 된 건,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죄 없는 동물이 재차 억울한 죽음을 당해서였다. 사육사 0 Read more
Column 빈 방

빈 방

18.04.16 3주 전, 생애 절반 이상을 함께한 반려견이 죽었다. 내 짧은 인생 동안 함께 한 날이 함께 하지 않은 날보다 많았기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죽음이 믿기지 않았고, 그만큼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죽음을 실감하기 시작했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지’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친구였던 가족이 죽었지만 세상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었고,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만 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4반 정휘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약속 꼭 지킬게." 3반 박예슬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힘들었던 건,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로 ‘죽음’을 깨닫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계단 아래 햇빛을 받고 있던 모습이, 출퇴근 때마다 우리끼리 하던 인사가, 나를 바라보던 따듯한 눈빛이, 더이상 없었다. 세상사 모든 만물이 ‘언젠가 죽는다&rs 0 Read more
Column Me too, and with you

Me too, and with you

18.03.09   성폭력 피해자 '민영이'로 살았던 9년을 그려낸 서도이 작가의 전시제목    어렸을 적, 엄마는 종종 나를 불러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자리에 앉을 땐 다리를 꼭 오므려라’, ‘누군가 너의 다리와 소중한 곳을 만지면 꼭 얘기해라’, ‘남성은 조심해라’라는 것이었다. 이런 훈육은 ‘낯선 남성’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가친척과 지인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기에 어린 나에게는 그 훈육이 참 이상하고도 ‘엄마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죽은 민영이의 장례식>은 서도이 작가의 첫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며 서민영에서 서도이로 개명을 했다.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미투'에 동참한 것이다. 언젠가는 그 교육의 연유가 궁금해져 엄마에게 물으니 “성(性)문제는 가장 가까운 0 Read more
Column 미술,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미술,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18.02.02 한 세기 이전의 작품을 연구하는 미술사 연구자로서 현재를 살며 몇 백 년 전의 작품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에 종종 한계를 느낀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동양인’의 시선으로 미술의 원로인 서양화가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살고 있는 장소와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일하는 실무 공간은 죽은 작가들의 회고전을 되새기는 장소가 아닌,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갤러리다. 이렇듯 예술이라는 큰 울타리에는 수많은 구분들이 내재해 있다. 때문에 막연하게 다가오는 '미술'이라는 단어는 시대와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포섭하며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고귀한 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현대예술 다이어그램, 알프레드 바, 1936, 출처: https://andreasartblog.wordpress.com   역사적 의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미술사조들, 또 그 안에서 나뉘는 서양과 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