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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착각이야, 진짜야?

17.03.28 0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제2부

여기 편안한 차림의 남성과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이 있다. 두 사람이 길거리에 나가 행인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둘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니 상반된 반응이다. 편안한 옷차림의 남성에게는 ‘공장에서 수리하시는 분’, ‘음식점 하시는 분’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에게는 억대연봉을 받는 ‘변호사’와 ‘의사’, 심지어 ‘금수저 같다’는 평가까지 등장한다.

 

EBS 다큐프라임 <인간의 두 얼굴> 제2부 캡처

 

그러나 놀랍게도 두 사람은 동인인물이다. 그저 티셔츠에 바지를 입었냐, 정장을 입었냐는 ‘차림’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흥미롭게도 “사람을 볼 때 무엇을 보세요?”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인터뷰이는 “성격을 본다”고 답했지만,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결과는 해당 인물이 속한 환경과 차림새 등 외적인 요소에 의해 평가됐다.

THE LAP: DECOY - A Portrait session with a twist

 

워낙 유명한 영상인지라 한 번쯤 캡쳐를 통해 접해봤을 현상일 테지만, 이토록 우리는 외부 환경과 스트레오 타입(stereotype )에 의해 쉽게 ‘착각’에 빠진다. 이런 흥미로운 현상은 6명의 사진작가에게 한 명의 모델을 각자 다른 직업 군으로 제시했을 때도 드러난다.

Canon recently conducted an interesting experiment on the power of perspective in portrait photography. They enlisted the help of 6 photographers and asked them each to independently shoot portraits of a man named Michael. But there was a twist: each photographer was told a different thing about Michael’s background.

캐논은 최근에 인물의 인상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6명의 사진 작가에게 ‘마이클’이란 한 남자를 소개해주고, 각자 그의 사진을 찍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여기엔 한 가지 재미있는 장치를 설정했는데, 6명의 사진작가에게 마이클이 가진 배경을 모두 다르게 설명해 준 것이다.

 

어부

알코올중독자

 

백만장자

 

범죄자

소방관

심령술사, 모든 사진 출처: Peta Pixel

 

결과는 EBS가 실시했던 선행실험과 같았다. 마이클이 어부라고 들은 사진작가는 마이클을 어부처럼 찍었고, 알코올중독자라 알고 있는 사진 작가는 다소 험악한 표정의 진짜 알코올 홀릭 같은 그를 담아냈다. 정말 놀랍도록, 소방관은 ‘소방관’스럽게 심령술사는 정말 ‘심령술사’답게 촬영한 것이다. 심리학계에서는 다소 고전적인, 이 흥미로운 실험결과가 뇌리를 스친 건 며칠 전 사진작가 윤정미가 공간과 사람에 대한 전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Naegok-dong : Woman at Small Market> C-print, 2000

 

<Naegok-dong : Man at Stationery shop> C-print, 2000

 

<Insa-dong : Brush Shop> C-print, 2000-2004

 

<Chunggaechun : Chunggaechun01> C-print, 2000-2004

 

<Insa-dong : Woman at Small Market> C-print, 2000-2004

 

<Insa-dong : Buddist Store> C-print, 2000-2004

 

<Naegok-dong : Man at Laundry> C-print, 2000

 

<Naegok-dong : Aunty at Mill> C-print, 2000

 

한국의 전통물품을 많이 팔고 있는 인사동, 각양 각색의 공구와 부품을 파는 청계천. 윤정미 작가는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이곳을 돌며 상인들과 그들이 파는 물건에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사람과 물건을 모두 섬세하게 잡아낸 덕분에 그의 사진은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물건과 그것을 파는 사람과의 조화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주인)이나 상점에 고용된 사람은 인상, 복장 등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모습이 그 장소에서 파는 물건이나 환경과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떤 가게에 방문했을 때 주인과 종업원들의 얼굴, 그리고 그들의 복장이 정확히 그 가게의 수준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직업에 순응되거나 의식적으로 직장이나 상점 분위기에 옷, 화장, 머리스타일 등 외모를 갖추는 현상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즉, 자신이 처한 환경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어떤 유행이 발생하면 의식/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그런 대중심리도 같다. 이것은 동물이나 곤충들의 모방무늬나 보호색을 연상시킨다.”

 

<Naegok-dong : Minister> C-print, 2000

 

<Naegok-dong : Elementary School Teacher> C-print, 2000
모든 사진 출처: 윤정미 작가 홈페이지

 

그래서일까. 윤정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약방 집 아주머니는 약방 집 아주머니처럼 구멍가게 아주머니는 구멍가게 아주머니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직업에 순응되는 측면이 있고, 의식적으로 직장이나 상점 분위기에 옷, 화장, 머리스타일 등 외모를 갖추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 그리고 위의 실험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현상들을 하나로 종합해보면 저들은 우리의 스트레오 타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마음의 눈을 켜고 잘 살펴보자. 저 사람들이 과연 정말 저 장소의 주인이 맞는지, 실은 우리의 편견와 외부의 환경요소에 의해 속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상점의 인물들 역시 배경 속에 자신을 은폐시키는 모방무늬 곤충과 같은 그러한 심리가 있는 것 같다. 나아가 그들의 표정과 성격 또한 그의 직업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것은 성격의 유형학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미세한 점 역시 인물의 표정에 나타난다.”


전시제목 윤정미 <공간-사람-공간>展
전시기간
 2017년 3월 10일 - 2017년 5월 7일 
전시시간 목-일요일 PM 1:00 - PM 6:00
장소 상업화랑 (서울 중구 을지로 143 )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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