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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한복의 재해석, 위트와 오버의 경계

19.05.28 0

엘리스 인 원더랜드, 출처: <보그> 

 

션잡지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난해한 패션화보를 들여다보며 “왜 굳이 저랬을까?” 의문을 품다가도 디자이너의 해석을 접하고 나면 패션세계도 미술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2019년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키워드가 레트로에서 나아가 “뉴트로”라더니 해석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패션계에서 해당 키워드를 해석한 화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흥미로운 지점들이 가득하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와 고유의 미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명품과 한국의 조합은 신선함 그 자체다.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가치들이 한 데 모인 느낌이랄까. 이렇듯 패션은 난해함 속에서 해석의 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현대예술과도 닮아있다.

 

 

그리고 몇 개월 전, 패션잡지 <보그>는 한복을 주제로 한 신선한 화보를 하나 공개했다. 으레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검정고무신에 박힌 <슈프림> 로고는 그 기발함에 웃음을 자아내고, 다복한 한복치마와 고쟁이 바지에 위트 있는 컨버스 신발의 매치는 과거와 현대의 조합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한복 고유의 단아함보다는 현대적 맥락에서 ‘발랄함에 주목한 이번 화보는 동서양 문화의 조합과 자본주의 세태를 의류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한복과 스냅백, 한복에 유명한 명품 아우터를 걸치고 햄버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은 상반되는 담론의 공존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엘리스 인 원더랜드

 

문득, 한복 화보를 보고 있자니 시골 할머님들이 모델로 등장했던 명품백 화보가 떠올랐다. 시골에 사는 우리네 할머니와 닮은 어르신과 시골 댕댕이들이 명품백의 모델로 등장했던 더블유 코리아의 <똥개> 화보다. 해당 화보가 화제가 됐던 건, 명품백이 가진 기존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시골’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소형견과 다르게) 줄에 묶여 실외견으로 살아야만 하는 ‘토종견’들의 이질적인 조합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똥개> 화보는 흥미롭긴 했지만, 줄에 묶여 있는 댕댕이들과 더러운 밥그릇 속의 명품백, 그리고 ‘똥개’라는 비하적인 타이틀이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똥개, 출처: W

이런 현상을 보면, 신선함과 즐거움을 제시하는 뉴트로의 위트는 그 경계선을 잘 설정해야 하는 듯 싶다. 물론 <보그>의 한복 역시 고유의 미를 상실해서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러한 대중들의 반응 역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위기도 하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을 때가 많지만 앞으로 패션계에서 또 어떤 키워드를 재해석할지 기대가 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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