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디자인의 변천사

19.07.17 0

 

'비싼 콩나물'이라 불리는 에어팟의 기원을 찾다보면, 수 년 전에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센세이션 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중학교에 입학한 친척오빠의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함께 방문했던 용산 전자상가와 오빠가 선물받는 순간조차 너무나 부러웠던 그때 그 시절. 네모난 테잎과 동그란 CD보다 조금 컸던 투박한 '마이마이'와 'CD player'는 정말 신세계 그 자체였다. 그리고 조그마한 이어폰을 귀에다 꼽고 듣고싶은 노래를 들으며 길거리를 배회할 수 있다는 건 사람들의 일상에 어마어마한 활력을 심어주었다. 때문에 한 번쯤 공테잎, 공CD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수집하고 담는 기술을 습득하는데 재미를 붙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CD player

MYMY

그 후로 등장한 MP3의 등장은 무거운 테잎이나 CD를 들고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또 음원 파일을 한 번만 옮기면 음악재생이 무한으로 가능하단 점에서 기술의 발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음악을 재생할 '물건'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 MP3 디자인에 자유로움을 선사했고, 이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앙증맞은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MP3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아이리버>를 비롯해서 목걸이처럼 MP3를 목에 걸고 다닌다거나, 미키마우스 모양, 혹은 다마고치 모양의 제품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나만의 MP3를 디자인 한다'는 컨셉으로 출시한 몇몇 제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iriver N10

 


IF100

이제와 생각해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는 DIY 컨셉의 MP3는 당시에는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처럼 소유자의 흥미를 자극했던 것 같다.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른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었고, 나아가 포토샵을 이용해 자신이 제작한 패턴을 다른 이용자가 공유하는 유저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제품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건, 신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의 결합이 이용자의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롤리팝

네온사인 폰

돌핀폰 

 

MP3뿐만 아니라 핸드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반영됐다. 네온사인, 롤리팝 핸드폰은 이용자가 직접 패턴을 지정할 수 있었다. 동시에 기존에는 획일화되었던 글자체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은 내게 꼭 맞는 폰을 디자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 시기에는 MP3뿐만 아니라 핸드폰의 형태도 각양각색이었고, 해당 기기를 꾸밀 수 있는 수단 역시 매우 다양했다. 각 기기별로 매칭된 폰/MP3케이스와 이어폰이 있었고, 이러한 악세사리를 구매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후,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 아이폰이 등장하며 각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함과 심플함이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물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기기를 디자인하는 일은 사람들의 주관심사다. 단순히 MP3의 겉모습을 꾸미던 모습이 에어팟 키링을 전시하는 문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사람들이 기기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날로 발전하는 기술에 맞게 그것을 대하는 형태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때문에 앞으로 어떤 형태의 기기와 소비자의 흐름이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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