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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으켜진 조각상

19.08.06 0

흔히 미술관, 내지는 갤러리를 떠올리면 화이트 큐브에 작품을 설명하는 검정색 글자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이 떠오른다. 이렇듯 ‘미술관’이란 곳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작품들로 구성이 되어도 어쩐지 어려운 느낌이다. 특히, 해석의 여지가 깊고 다양한 현대미술은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만큼 그 반응도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외관보다 작품 속에 내재한 메시지를 찾는 일은 흥미롭고 신선하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미술을 둘러싼 관객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술관에 방문한 학생들이 바닥에 안경을 내려놓은 사건이 있다. 당시 현대미술관에 방문했던 관객들은 바닥에 고이 놓인 안경을 보고 심오한 고민에 빠진다. 혹자는 이를 위대한 작품으로 여겨 사진촬영을 했고, 어떤 무리는 이를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기 위해 안경 주위에 몰려들었다. 해당 공간이 길거리였더라면 누군가 안경을 줍거나 주인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미술관’이란 장소는 안경을 전혀 다른 매체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정작 안경을 바닥에 내려놓은 학생들은 이러한 관객들의 반응을 매우 흥미롭게 관찰했다.

 

 

이는 현재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2019 타이틀 매치 :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페허’>展에서도 나타났다. 서작가는 즐길 거리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을 공개했다. 으레 ‘미술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에 기저하여 ‘재미없는 미술관을 가야하는 이유’에 대해 반추한 것이다. 작가는 고민 끝에 지금의 행태를 폐허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천사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미술관 1층을 깨끗이 비우고 조각상을 쓰러뜨려 놨다.

 

 

쓰러진 천사 조각상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이 쓰러진 조각상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전시기간 동안 계속해서 발생했다는 점.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함부로 작품을 만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쓰러진 조각상을 보고 선의를 발휘한 사람들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작품의 해석보다 마음의 따듯함을 발현한 일이었다.

 

작가의 의도와 배치되는 데다 40㎏으로 제법 무거운 물건이기에 안전 문제 등을 염려한 미술관 측은 급히 CCTV를 돌려 봤다. 학예실 관계자는 "웬 부자(父子)가 낑낑대며 천사상을 다시 세워놓고 있었다"며 "이 쓰러진 상황 자체가 '작품'인 줄 모르고 선의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이 다시 천사상을 쓰러뜨린 지 얼마 안 돼 다른 관람객이 이를 또 바로 세웠다. 같은 일이 네 번이나 되풀이됐다. 출처: <전시회에서 너무 예의 바른(?) 관람객들이 보여준 행동>

 

<인간질서> 김홍석

 

<먼지극장> 서현석

그리고 미술관 바닥에 안경을 내려놓은 학생들처럼, 일으켜진 천사상을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일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작품의 작가는 이러한 관객의 행위야말로 진정한 예술로 칭했으며, 이로써 그가 찾고자했던 미술관의 역할을 작품을 통해 증명해냈다. ‘친절한 관람객’덕분에 예상치 못했던 포인트에서 ‘미술의 역할’을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남은 전시기간 동안 천사상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기대된다.



전시기간 2019년 6월 28일 – 2019년 9월 15일 
운영시간 AM 10:00 - PM 8:00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장소 북서울미술관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문의 북서울미술관 / 02-2124-8800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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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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