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이케아처럼

19.08.12 0

맞벌이 부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의식주 분야에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해당 분야의 공통적인 흐름은 렌탈이나 정기배송 서비스가 늘어났다는 점이고, 소비자 역시 단순히 먹고 사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약 225만 명이었던 1인 가구 수가 2018년에는 약 573만 명을 돌파하며 전체 가구의 28.6%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관련 업계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IKEA manual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이케아>는 가구의 디자인과 실용성을 보장하면서도 저렴한 가격과 사용자가 직접 조립한다는 흥미로운 컨셉으로 소비자를 사로 잡았다. 때문에 기존에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조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즐거움'(=일련의 과정에 함께한다는 것)과 가구가 완성되었을 때의 '뿌듯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경험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컨셉은 가구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식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소비자가 미리 '손질된 식재료'로 제공된 레시피에 따라 하나의 요리를 직접 완성할 수 있는 '밀 키트(meal kit)'의 등장이다.

 


 

밀키트란 식사를 뜻하는 '밀(밥)'과 세트라는 의미의 '키트(kit)'를 하빈 단어로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혼합된 소스, 조리법 등을 묶어서 제공하는 제품을 말한다. 쿠킹 박스(cooking box) 혹은 레시피 박스(recipe box)라고도 불린다. 밀키트는 즉석식품과는 차이가 크다. 즉석식품의 경우 이미 조리가 돼 있는 상태에서 데우기만 하는 반면, 밀키트는 조리 전 냉장상태의 식재료를 배송하기 때문이다.

 

밀키트(meal kit)는 말 그대로 '식재료'와 '레시피'가 담긴 키트를 말한다. 이는 마트에서 일반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원재료나 완성된 식품 그 중간 사이를 잇는 제품이다. 때문에 소비자가 이 제품을 구매한 뒤 불에 끓이거나 볶는 등의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 맛과 품질을 보장하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마치 이케아처럼, 사용자의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이렇듯 밀키트는 조리를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일반적인 배달/냉동식품과 달리 '건강'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The IKEA easy recipe series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케아>는 '실패하지 않는 요리법'이라는 컨셉으로 몇 해 전 <The IKEA easy recipe series>를 출간했다. 해당 레시피는 마치 기존의 이케아 가구 조리법처럼 큰 종이에 프린팅 되어 있다. 무엇보다 여타 다른 레시피 북과 구별되는 점은 단순히 일련의 요리 과정을 설명한 게 아니라 원재료의 라인이 종이에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 마치 색칠공부처럼 보이는 이 레시피 북은, 소비자가 종이 안 속 모양에 따라 식재료를 채움으로써 하나의 요리가 완성된다. 점선 모양에 맞게 식재료를 올리고 둥글에 말아 오븐에 넣으면 완성되는 요리도, 단순히 식재료를 올려놓기만 해도 완성되는 간단한 요리도 있다.

Though the recipes are limited to just a few, each is printed on parchment paper with food-safe ink. That means, to create the dish, you simply lay out your food in proper amount on the spaces outlined on the parchment paper, roll the meal together, place it on a cooking sheet, and bake it. Then, in just 20 minutes, you can have an easy and delicious home-cooked meal. 




지극히 이케아적 발상으로 만들어진 이 레시피 북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가구 조립만큼 요리도 쉽게 만드는 것도 재능이다"라는 유쾌한 반응이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져 가는 지금, 밀키트와 이케아의 손쉬운 요리법은 지금 이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자들의 지향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하다. 디자인과 실용성, 그리고 사용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이러한 흐름이 또 어떤 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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