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부여하는 디자인

19.08.15 0

단순히 제품의 기능 이상으로 ‘디자인’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시대가 도래했다. 때문에 그만큼 디자인이 현대사회에 기여하는 가치와 메시지도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디자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을까.

 

1. <노랑통닭>의 착한 돗자리

따뜻한 봄과 선선한 가을을 생각하면 한강, 그리고 치맥부터 떠오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입으로 넣는 치킨 한입 맥주 한잔은 그야말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제공한다. 문제는 ‘소확행’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하여 치킨브랜드 <노랑통닭>은 크래프트지를 이용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크래프트지로 만들어진 돗자리는 손으로 뽑아 쓰는 롤 휴지처럼 이용자가 설치대에서 끊어 사용한다. 물론 한강시민공원에는 은박돗자리를 판매하는 상인이 많지만, 실제로 이를 구매해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보다 1회성 사용에 그쳐 잔디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랑통닭>은 이러한 문제점과 친환경디자인 관점에 착안하여 크래프트지 돗자리를 한강에 설치했다.

해당 프로젝트가 고객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건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인데, 실상 한강에 방문하는 이용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요소도 ‘구매하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버리기도 좀 그런 돗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해당 돗자리를 원하는 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메리트도 메리트지만, 재생용지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환경을 생각한다는 가치관 또한 부여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재생용지에 인쇄된 ‘가장 가까운 노랑치킨 가맹점 QR코드’도 센스있는 광고로 평가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어찌됐든 1회용 사용을 부추기기에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아니라는 점, 비슷한 해외 프로젝트 카피 논란, 현실적으로 광고를 유지할 수 있을지의 의문점 등 부정적인 관점 또한 받고 있다. QR코드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역시 있다. 앞으로 <노랑통닭>이 해당 프로젝트의 미비한 요소들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궁금해진다.

 

2. 남자화장실 속 ‘눈알 스티커’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 출처: @that_is_just_sticker


20대 남성이자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소개한 설치미술가 ‘성인소년’은 최근 남자화장실에 눈알 스티커를 붙여 SNS에 이를 인증하였다. <그거 그냥 스티커예요>란 제목의 프로젝트는 남성들에게 “화장실에서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 것이 ’젠더권력‘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최근까지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이 화장실을 비롯한 일상생활 곳곳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가 공론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종의 ’미러링‘ 기법으로 문구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눈알 스티커‘를 남자화장실 곳곳에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간 여성들이 당해온 몰카 촬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에 공감한 시민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설치미술 작가이자 20대 남성인 '성인소년'이 2017년 진행한 설치 미술 프로젝트의 후속 작업이다. 시민들이 문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눈알 모양 스티커를 스스로 구매해 화장실 등에 붙이고 직접 '인증샷'을 찍어 '성인소년'에게 전달하면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느끼는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를 남성들도 공감하게 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출처: <연합뉴스> 

이를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해당 프로젝트가 상당히 불쾌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눈알 스티커를 제거하거나 프로젝트의 목표를 기술한 설명서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물론, ‘불쾌한 감상을 일었다’는 점에서 눈알스티커가 전하고자 하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싶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귀여운 요소’로 실생활에서 여성들이 겪는 몰카의 두려움을 완벽히 재현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단순히 문자가 아닌 다른 매체로써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를 실시한 작가역시 젠더권력의 혜택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3. 홍대 앞 미니 환경미화원

 

하루에도 몇 십만의 인구가 이동하는 홍대앞 지하철역.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하다. 그나마 몇 개 있는 쓰레기통은 이미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해서 길가에 차고 흘러넘친다. 사람들은 남들도 그러니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쉽게 쓰레기를 버리곤 한다. “깨진 유리착 법칙”이 실현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마포구청과 광고회사 아이디엇은 환경미화원의 실사를 미니사이즈로 제작하여 역 곳곳에 붙였다. 처음에는 해당 프로젝트가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 작은 미니 스티커는 기적을 이끌었다. 역 근처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어든 것이다.


<샘> 마르셀 뒤샹 

위의 사례들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단순히 귀엽고 신기한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기능적인 역할’이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재하고 있다면 단순 디자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앞으로 또 어떤 기발한 가치를 지닌 디자인이 선보여질지 기대된다.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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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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