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그레이

19.11.08 0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마음껏 구매한 것이었고, 가장 기뻤던 일은 부모님께 유의미한 일들을 해드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여정에서 부모님께 좋은 재질의 옷이나 악세사리를 선물로 사드리고 멋쩍은 표정을 마주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쁨과 고마움과 어색함이 어우러진 복잡 미묘한 표정. 그리고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언젠가 마주했던 화보 속 중년모델처럼 센스 있게 부모님을 꾸며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을 것이다.

 

나의 엄마는 꾸미는 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만나거나 결혼식을 갈 때 화장을 하고 딸의 옷을 빌려 입는다. 유전자를 나눠가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닮은 외모를 갖고 있지만, 비슷한 스타일링이 한 층 더 우릴 닮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29년’이라는 세월의 갭은 비슷한 유전자의 공유와 비슷한 스타일링으로 채워진다. 딸의 화장과 딸의 스타일링을 한 엄마는 ‘29살 더 먹을 딸’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해야 할까. 흔히 말해 ‘요즘 스타일’로 꾸며진 엄마의 모습은 시의를 반영한 중년모델처럼 센스 있게 보이기도 한다.

 

The new grey seoul

 

뉴발란스는 이러한 맥락에서 <아빠의 그레이> 캠페인을 전개했다. 일상 속에 숨은 아빠의 매력을 뉴발란스를 통해 다시 끌어낸다는 프로젝트다. 흔히 ‘아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라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상들이 있다. 등산복 입은 아빠, 자연경관 속에 자리 잡은 아빠, 손주/손녀와 함께 있는 아빠 등등 말이다. 이러한 진부함 속에서 뉴발란스는 9월 5일 그레이데이를 맞이하여 평범하디 평범한 ‘아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The new grey seoul, @nblifestyle_kr

 

‘뉴발란스’하면 젊은 세대가 즐겨 신는 브랜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뉴발란스는 시니어 세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와 동시에 아빠의 가능성(?) 역시 발견했다. 프로젝트를 보는 내내 ‘우리 아빠도 한 번 이렇게 꾸며볼까’ 하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감상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는지 해당 프로젝트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빠의 그레이>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엄마의 그레이>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타났다고 한다.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인 만큼, 앞으로 또 ‘누구의 그레이’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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