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이즈 백, ‘진로’ 주세요!

19.11.12 0

성인이 되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술을 마시는 일’이었다. 대학 신입생 OT에서도, 입학 후의 대학생활에서도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댔던 건 ‘이제 나도 성인이다!’라는 호기로운 외침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사실 쓰디 쓴 소주를 왜 그렇게 마셔대는 건지 성인이 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많은 소주 브랜드 중 <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의 ‘처음처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기호식품임은 분명하다.

 

많고 많은 술자리에서 “참이슬 빨간 거요!”라고 외치는 이들이 얼마나 멋져보였던가! 반주를 하던 아빠의 밥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빨간 뚜껑의 참이슬이 내 또래의 사람들과의 술자리에 소환될 때면 왠지 모르게 그의 주량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경이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실, 소주의 미묘한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진로>의 ‘참이슬’이나 <롯데>의 ‘처음처럼’이 어떤 변별점을 갖는지 잘 모를 것이다. 때문에 으레 “좀 더 순하고, 좀 더 강하다”는 감상에서 기인하는 소주 변별법은 술자리에서 누가 어떤 소주를 선호하냐에 따라 그 종류가 결정되는 권한을 가졌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진로> 참이슬이 내세운 레트로 디자인은 ‘진로’를 더 ‘진로답게’ 만드는 변별점을 시사했다. 요 몇 년간 레트로 디자인이 트렌드를 주도하기는 했지만, 왠지 고착화되어 있을 것 같은 소주시장에도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특이하고, 재미있고, 신선한 <진로>의 디자인 패키지는 젊은 세대부터 노년층 까지 아우르는 신선함을 제시했다. 실제로 해당 패키지 출시 후,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하니 트렌드를 읽는 눈과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레트로 열풍의 각축전에 지난 4월 ‘소주의 원조 진로’가 1970~1980년대 디자인으로 등판했다. 브랜드의 정통성을 반영하면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진로의 패키지는 과거 병의 모양과 색, 라벨을 재구성해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은은한 하늘색 병과 푸른색 라벨, 은색으로 표기된 제품명 ‘진로眞露’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데, 진로를 대표하는 두꺼비 로고를 라벨 가운데에 적용해 95년 역사의 헤리티지를 강조했다. 다만 병뚜껑은 트위스트 캡을 사용하여 편의성을 강화하고 젊은 세대도 선호할 수 있도록 도수를 낮춘 16.9도의 ‘초깔끔한 맛’으로 돌아왔다. 과거의 향수와 현대의 취향을 결합한 진로는 레트로 디자인 리그에서 한판승을 거뒀다. 출처: <월간 디자인>

 

출처: <인터뷰 365>

‘진로 이즈 백’이 주류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건, 병의 외형이나 디자인 패키지가 올드한 과거의 느낌을 자아내지만 이를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화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16.9도라는 소맥느낌(?)의 낮은 도수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주의 맛을 반영했기에 ‘올드하지만 세련된 디자인 + 현대의 선호를 반영’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과거 진로 소주병 모양을 되살려 출시한 진로이즈백이 출시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통일된 녹색 병 대신 하늘색 투명한 병을 사용하면서 재활용이 어려워졌다는 게 롯데주류 측의 주장이다. 기존 소주병과 크기와 색깔이 다른 병을 선별해 돌려주는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고, 자율 협약이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일보>

 

 

이에 대한 롯데주류의 반발도 흥미롭다. 최근에는 <진로>의 공병이 기존에 상호 협의하였던 재활용 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진로 이즈 백’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기에 경쟁업체의 볼멘소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진로>의 경쟁사들 역시 비슷한 감상의 디자인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호불호가 갈리지만, <진로>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이 업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은 분명하다. 소주의 ‘맛’이 아니라 ‘디자인이 재밌어서’라는 젊은 층의 반응은 업계에서 ‘디자인’ 역시 제품의 질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소주가 아니라 진로의 시그니처인 두꺼비의 다른 굿즈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내심 <진로>에서 출시한 새로운 굿즈를 기대해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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