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지만 눈에 띄는, 은혜직물(恩惠織物)

19.11.19 0

십장생 3중 극세사 담요 아이보리, 출처: 은혜직물

 

어렸을 적 할머니 집에 방문할 때면, 할머니네 집과 내가 지내는 공간과 생활방식에 차이가 커서 강렬한 기억을 품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몇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기억에 남는 건, 가마솥 밥과 왠지 모르게 맛있는 반찬들, 그리고 특이한 ‘인테리어’였다. 사실 시골 촌구석에 지어진 흙집에 ‘인테리어’라 칭하기 부족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할머니가 ‘픽’한 아이템은 강렬했다. 특이한 문양의 미싱과 천 조각들, 그것을 이용해 할머니가 직접 만든 천 소재의 악세사리와 이불, 그리고 어디서 얻어왔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가구들은 할머니 집을 ‘할머니답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십장생 쿠션/방석

 

그리고 은혜직물을 접했을 때, 기억 저편에서 할머니의 집이 떠올랐다. 특히, 현란한 패턴을 가진 <은혜직물>의 쿠션과 단순한 패턴의 이불이 그러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아이템과 차별되는 은혜직물의 작업들은 모순적이게도 ‘촌스러움’과 ‘세련함’이 공존하는 매력을 지녔다. 때문에 몇 년간 디자인 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른 ‘뉴트로’와도 그 접점을 같이하여 <은혜직물>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지 차렵이불

 

<은혜직물>은 ‘강정주’와 ‘조은혜’ 두 사람이 만든 브랜드다. 당연 브랜드 네임이 그 중 한 사람인 ‘은혜’라는 이름에서 연유했기에, 이러한 기원(?)을 알게 되면 <은혜직물>의 엠블런인 ‘제비’도 눈에 띄기 마련이다. 거기에 한문으로 쓰인 ‘은혜직물’의 문자는 로고만 봐도 이곳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직관적인 느낌을 전한다.

 

봄밤 쿠션, 방석

당연 <은혜직물>에서 다루는 아이템은 ‘십장생’이다. 할머니 댁의 옷장이나 이불에서 볼 수 있었던 그 십장생. 어쩌면 ‘우리 것’, ‘옛 것’을 주제로 다루기에 (거기에 강렬한 색감의 천이 사용된다) ‘촌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은혜직물>의 작업은 신선하다. 쿠션을 비롯하여 차렵이불, 파우치, 양말, 손수건 까지 다양한 패브릭제품을 ‘은혜직물’답게 해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은혜직물다움’은 몇 가지 아이템을 통해 지금 이 공간을 한 100년 전의 장소로 회귀하게 만드는 매력을 만들었다.

 

 

실제로 <은혜직물>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망원동 쇼룸에 직접 방문해보길 바란다.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예측하기보다 실제로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하는 게 인테리어 구성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다소 난해할지도 모르는 ‘오리엔탈 레트로 제품’을 어떻게 ‘센스’있게 활용할지 당신의 안목이 기대된다.



은혜직물(恩惠織物)
http://eunhyefabric.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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