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읽는 생각, 생각버스

19.12.01 0

학창시절, 버스 창가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지나가는 행인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직장인이 되면서 주된 교통수단이 '지하철'로 바뀌면서 버스가 주는 즐거움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종종 기회가 되면 일부러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가장 가까이 집앞에 내려주는 버스노선은 2개. 그 중에서도 152번 버스는 어린시절부터 늘 함께했던 친구같은 존재다. 그리고 몇 해 전, 집으로 돌아가는 152번 버스를 탔다가 조금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생각버스>라는 이름으로 되어있는 푸른 빛의 유인물은 152번 이용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평소 기사님 바로 뒤 쪽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했기에 마침 그 자리에 위치한 유인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서 였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모든 버스에서 진행하는 줄 알았던 이 프로젝트는 2015년에 단기적으로 152번 버스에서만 실시했던 이벤트임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마치 <B매거진>처럼 어떤 한 개체를 주제로 자료를 아카이브 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기에 해당 책자는 꽤나 유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버스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요?

생각버스 프로젝트는 '버스를 새롭게 바라보기' 프로젝트입니다. 어쩌면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보다 똑똑한 스마트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에게 대중교통 안에서 일정확인, 이메일 확인, SNS, 카톡답장, 짬짬이 게임은 필수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보내는 짧은 시간이지만 버스는 우리곁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내리며 많은 이야기를 실어 나릅니다. 그래서 생각버스팀은 바쁜 현대인들을 대신해 아깝게 지나쳐 버리는 버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이 유인물에는 152번 노선을 비롯해서 하루 운송차량과 배차간격, 역사와 특징이 적혀있다. 152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비롯해 흥미로운 사실을 아카이브한 자료집인 것이다. 판형 역시 손 안에 쉽게 들어오는 사이즈이기에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간단히 읽기 좋다.

 

작년 한 해, 승객 수가 가장 많았던 버스는 몇 번 버스일까? 143번 버스와 152번 버스가 엎치락 뒷치락하고 있다. 생각버스 프로젝트 시즌 2를 알리는 주인공 버스로 152버스를 골랐다. 한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횡단하는 긴 노선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관악구, 금천구 등, 강남 수요가 많다. 출/퇴근 시간만 되면 시흥에서부터 순식간에 만원버스가 되어버리는 터라 신도림역 쪽에서는 이미 지옥철 이상의 지옥을 경험하기 십상이다.

타요타요 개구쟁이 꼬마버스

2014년 타요버스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유치원 차량대신 타요버스를 타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일부러 배차시간에 맞춰 줄을 서고 버스에 오르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정류장에서 막 떠나려고 하는 버스를 급하게 잡으려고 할 때, 휭하니 버스가 떠나버리는 것 만큼 버스기사님이 야속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버스가 정류장을 떠날 때는 차선을 변경하기 위해 기사님들의 시선이 왼쪽에 주목하기 때문에 따라오는 승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뛰어오는 승객을 보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것이다. 버스기사님을 너무 야속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버스는 기다리면 또 다시 오니 안전하게 다음 버스를 타도록 하자. (152번 버스는 배차 간격도 잛다!) <버스 기사님과 승객간의 오해 혹은 진실 중 - 152번 버스를 2년째 운전 중이신 김학기 기사님과의 인터뷰)

10-11시 경에는 남대문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이 승객의 대부분이다. 대부분 시장 짐이 많으시니 버스에 탑승해 빠르고 안전하게 자리에 앉으실 수 있도록 센스 있는 젊은이들은 뒷쪽에 자리를 잡도록 하자.

 

오랜만에 152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생각버스>가 떠올라 최근 발간부를 찾아보니, 해당 프로젝트는 동아운수에서 일시적인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몇 년 전임에도 기억에 각인되어서 일까, 이러한 프로젝트가 늘 그렇듯 일찍 종료되었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버스 기사 아저씨가 직접 서술하신 '기사와 승객의 오해'는 모르면 불쾌할 수 있는 속내라 더욱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읽고보니, 문득 거친 운전으로 악명 높은 전주의 버스기사가 출판한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이 책과 함께라면, 버스운전 기사들의 내막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생각버스>



다시금 <생각버스> 프로젝트가 152번에 탑승하길 바라며, 이처럼 다양한 관점을 지닌 소책자가 다뤄지길 기대해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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