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방식, 키뮤스튜디오

19.12.27 0

그런 아이들이 있다. 비가 오는 날에 누군가는 김치전과 막걸리를 쉽게 떠올리지만, 지면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박혀 괴로운 아이들이. 햇살 좋은 날이면 창문 안으로 들어온 햇빛이 스펙트럼처럼 번지는 눈의 잔상들이 너무나 신기해서 손끝으로 빛을 잡으려고 애쓰는 아이들이 말이다.

 

출처: 사랑하는 나의 자폐아 아들을 위하여 

 

이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감각처리의 장애와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를 우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 부른다. 그중에는 특정한 감각처리 능력이 타인보다 뛰어나게 우수해서, 한 번 본 장면을 사진을 찍은 것처럼 기억해 그대로 재현해내는 등의 특별한 능력을 갖거나(=서번트 증후군) 심각한 경우 언어와 지능, 감각전반이 저하되는 상반된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이 장애에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붙는데,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세상을 인지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폐를 비롯한 발달장애의 특성을 예술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순화한 스튜디오가 있다. 바로 <키뮤 스튜디오>다.

키뮤스튜디오는 세상과 발달장애인의 경계를 허뭅니다. 예술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발굴하고 전문적인 미술, 디자인 교육을 통해 ‘특별한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합니다. 또한 이들의 유니크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소개, 함께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모든 이미지 출처: <키뮤스튜디오> 

 

이들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색감과 러프한 선의 움직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 어딘가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월초에 열린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도 키뮤 스튜디오는 이러한 특성을 잘 살려 개성 있는 부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키뮤 스튜디오>의 존재가 반가운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쉽게 역할을 배제 받는 발달장애인의 위치를 단순히 동정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가 되도록 발판을 마련한데 있다. 때문에 이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의의가 크다.

 

 

키뮤스튜디오와 함께하는 ‘특별한 디자이너’들은 몸은 성인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이들을 발달장애인이라 부르지만 우리는 “특별한 디자이너”라 부릅니다. 이름이 만들어 내는 그래픽은 유니크하고 훌륭합니다. 우리는 이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편견 없는 협업을 통해 유니크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출처: 페이스북 

 

최근에는 서울시 ‘한국장애인관광협회’와 함께 <저상버스 함께 타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은 말 그대로 유모자 이용객을 더불어 휠체어 장애인, 어린이와 노약자 같은 교통약자들의 저상버스 이용을 쉽게 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있다. <키뮤 스튜디오>는 해당 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다. 동시에 최근에는 <한국 조폐 공사>와 협업하여 서번트 증후군의 디자이너와 함께 십이지 메달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 조폐 공사와의 협업, 출처: @키뮤스튜디오

 

이들의 작업은 여느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특별하다. 앞으로 또 어떤 ‘키뮤 스튜디오’만의 디자인을 대중들에게 선보일지 기대된다. 이들의 작업을 접하는 대중들 역시, 어떠한 편견보다 예술로써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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