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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프로젝트

20.05.19 0

일을 시작하면서 샤프나 연필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지우개를 접한지도 오래 되었다. 가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왕왕 있지만 그때마다 지우개를 찾으면서 '생각보다 글씨를 틀리는 일이 많구나'를 체감할 때가 있다. 컴퓨터 사용이 더 익숙해지면서, 장문의 긴 글을 작성 할 때는 키보드를 먼저 찾게 된다. 글씨를 쓴다한들 지우개가 없어 틀린 글씨 위에 찍찍 그어넣기도 한다. 설령 사무실에 지우개가 구비되어 있더라도, 그 쪼그만 지우개에도 질적 느낌이 다르다.

 

Eraser Project 453,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손에 잘 잡히고 잘 지워지는 지우개가 있고, 잘 잡혀도 손의 힘이 커져 '댕강'하고 부러지는 지우개도 있어서다. 예전에는 학교 앞 문구점에 가면 널리고 널린 게 지우개였는데, 요즘엔 큰 마트의 문구류 코너를 따로 찾지 않는 한 만나뵙기 힘든 물건이 된 느낌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우개'는 어쩐지 과거의 것을 반추하는 추억의 물건이 된 듯하다.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무>는 국내를 대표하는 '점보 지우개'의 제작업체인 <화랑고무>와 협업하여 지우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ERASER 453,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오이뮤 네 번째 프로젝트, 지우개 프로젝트입니다. 약 70년 간 국산 지우개를 생산해 왔고 ‘점보’ 지우개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화랑고무와 협업합니다. ‘ERASER 453’ 책을 엮어, 1950년부터 화랑고무에서 만들어 온 453개의 지우개들을 톺아보고 국산 지우개의 발자취를 따라가 봄으로써 필통 속 작은 지우개의 가치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The forth project of OIMU, Eraser project. We are cooperating with Hwarang Rubber Co., Ltd. (Hwarang) which is better known as ‘Jumbo’ eraser. Hwarang have been producing Korean erasers for about 70 years. We followed the footsteps of Korean erasers While writing the book, ‘ERASER 453’. We organized a list of 453 erasers which was produced by Hwarang since 1950 in Korea. We hope this book would act as a bridge to find the value of small eraser.



ERASER 453,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오이뮤의 시도가 더욱 특별한 건, 단순히 <화랑고무>와 협업하여 과거의 지우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뿐 아니라 이 과정을 도서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도서 <Erasr 453>은 453개의 지우개 도감을 수록하고, 지우개를 생산하는 공장의 모습, 국산 지우개 산업의 변천과 <화랑고무> 운영진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또한 섬세하게도 도서의 내지에도 '지우개'의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 아날로그적 감상을 일깨울 수 있는 지면을 사용했다고 한다. 나아가 협업과정을 통해 생산한 지우개를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golden age 5 ,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golden age3,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국내 지우개 산업이 가장 전성시대였던 1980~90년대에 가장 많이 사용된 방식인 전사 인쇄로 제작된 지우개입니다. 각종 공산품에 흔히 사용되는 전사인쇄 기법은 수요가 많지 않은 국산 지우개에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 돼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랑고무의 도움을 받아 제2의 지우개 전성시대를 꿈꾸며 오이뮤 지우개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꾸러기, 모든 사진 출처: <오이뮤>

‘오이뮤 지우개 꾸러기’는 오이뮤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그래픽으로 표현한 지우개입니다.작은 지우개에 담긴 소박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씩 감상해 보고, 또 다른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 보길 바랍니다.

이처럼 과거의 것을 반추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오이뮤 프로젝트의 시도가 흥미롭다. 오이뮤의 <지우개 프로젝트>는 어쩌면 세상에 존재해서 그 존재를 당연시 여기는 물체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큰 작업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또 어떤 오이뮤만의 프로젝트를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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