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퓨전 한복식 전래동화

20.06.25 0

견우와 직녀

 

어릴 적 유일한 취미가 하나 있었다면 엄마 옆에서 책을 읽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없는 형편에도 동화책은 꼭 사주셨는데, 여러 가지 종류의 책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전래동화를 제일 좋아했었다. 당시 여자아이들의 관심을 이끄는 <디즈니>와 같은 왕자/공주님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왜일까 그 때부터 신토불이의 감상을 좋아했던 건지 우리나라 설화 특유의 등장인물(예컨대 호랑이와 선녀, 한복, 연꽃, 할머니, 도깨비 등)이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그래서 동화책에 있는 삽화를 따라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등장인물을 설정해 나름의 동화를 써보는 일을 일삼기도 했다.

 

 

춘향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전래동화는 <견우와 직녀>였는데, 아마도 어린 마음에 원치 않게 헤어진 두 사람을 희생정신으로 이어주는 새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또 설화 특유의 ‘지명의 유래’나 ‘전설’같은 내용들은 ‘진짜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해 흥미를 자극하곤 했다. 그러나 자연스레 나이가 들며 성인이 되고, 동화와 전래동화를 좋아했던 아이는 스릴러나 추리극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좋아했던 전해동화 속 삽화들도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우연찮게 접했던 일련의 동화들은 유년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감상을 주었다. 으레 어릴 적에 읽었던 <어린왕자>와 청소년기에 읽은 <어린왕자>,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읽는 <어린왕자>가 매번 느낌이 다르다고 하는 것처럼(=그래서 시기별로 같은 책을 읽어보라고도 한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국내의 전래동화 역시 어쩐지 어딘가는 다른 느낌이었다.

 

선녀와 나무꾼

 

장화홍련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심청전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심청전>의 심봉사가 무능력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선녀와 나무꾼>의 나무꾼이 파렴치한 남성으로 보였으며, 숱하게 등장했던 호랑이는 그저 고양이과의 귀여운 큰 동물로, 도깨비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언어의 쓰임과 사용이 변모하듯,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당시에 느꼈던 감상들과 다른 범주의 의미를 가진 내용으로 다가온 것이다. 때문에 현대적으로 해석된 전래동화가 어떨지 스스로 상상해보기 시작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우연찮게 접한 퓨전 한복으로 해석한 전래동화는 신선했다.

 

별주부전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햇님달님

 

흥부놀부

 

‘한복’이라는 한국의 전통의류와 ‘전래동화’라는 전통의 이야기는 서로 매칭하기 좋은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복상이 아닌, 현대의 흐름으로 해석한 퓨전한복이 전래동화와 어우러지며 그 의미와 상징을 더 했다. 물론 혹자는 이러한 화보들이 낯설고 한복의 형태가 전통스럽지 못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이야기와 형태들이 시의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요소로 재해석 되어지듯, 한복 역시 시의에 따라 조금씩 변모하는 형태라면 그로써 충분하지 않을까. 조금 더 많은 형태들의 전래동화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어 선보여지길 기대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