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

20.07.06 0

유치원 시절, 요구르트 여사님을 두고 친구들과 말장난처럼 부르던 노래가 있었으니 “야구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구르트 없으면, 요구르트 주세요”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별다른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이 노래를 당시에는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어린아이여서 그렇게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

사실 그만큼 야구르트 여사님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였기도 했다. ‘키가 크려면 우유를 먹어야 한다’는 강력한 명제는 흰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쥐약과도 다름없었지만, 그럼에도 야구르트 여사님의 방문은 흰 우유 외에도 그와 엇비슷한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항상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성인이 되었는데, 여전히 길가에서 환하게 자리 잡고 계시는 야구르트 여사님을 마주할 때마다 불현듯 어린 시절 느꼈던 반가움이 느껴진다. 물론 과거와 달라진 부분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최근 화두가 되었던 건 바로 야구르트 여사님이 끌고 다니는 ‘전동 카트’였다.

 

 

냉장카트 코코, 이미지 출처: <한국 야쿠르트> 포스트

 

일종의 경차같은 이 전동카트는 냉방시스템을 가진 운반기구로 기존과 다르게 근로자가 두발로 서서 함께 탑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과거에는 기술발전이 미약했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이스박스와 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일종의 수제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형태가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실상 야구르트 근로자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기술발전의 시대적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적인 기억 속에 야구르트 여사님은 항상 황토빛깔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 야쿠르트는 1971년 47명의 여사님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매 주기 10년 마다 여사님들의 유니폼을 개선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황토색’이 주류를 이루었던 메인 컬러는 시간이 흐를수록 산뜻하고 신선한 ‘베이지’와 ‘주황컬러’로 변모했다. 그렇게 2014년경에는 제일모직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형태의 유니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쿠르트 유니폼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무래도 외부 활동이 많은 여사님들을 위한 ‘기능성’에 있다고 한다. 유니폼의 종류는 우리나라의 사계절 특성을 반영해 학생들의 교복과 마찬가지로 동복과 하복, 춘추복, 그리고 우의로 구성되어 있다. 유니폼의 소재는 바람이 잘 통하는 재질이고 당연 더위와 추위에 강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프레시 매니저의 유니폼, 출처: <한국 야쿠르트> 

 

야구르트 여사님의 유니폼 외에도 이동 용구의 변화 역시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최초 여사님들이 등장했을 때의 이동용구는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메는 형태였다. 이후에는 물량의 증가로 수레 형태의 용구로 변화했고 그 후로는 전동 카트로, 현재는 두 발로 올라탈 수 있는 ‘코코(Cold & Cool)’를 개발하는데 이르렀다. ‘코코’는 현재 야구르트 여사님들이 사용하는 미니 냉장고 형태의 이동식 카트다. 한국 야쿠르트에 따르면 이 ‘코코’를 개발하기 위해 약 2년 간 밤낮없이 중소기업과 함께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국내의 ‘배달의 역사’에 한 획을 의미하는 ‘코코’의 등장은 해외 외신에도 관심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과연 사계절 내내 싱싱한 김치를 먹기 위해 전례 없는 ‘김치냉장고’를 개발한 민족다운 시도다.


전달용구 COCO, 출처: <한국 야쿠르트> 홈페이지 

 

시대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해서일까. 2019년 3월 한국 야쿠르트는 기존에 ‘야구르트 아줌마’라고 불리우던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했다. 보다 전문성을 강요한 네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20년 경,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펜데믹 사태를 맞이하면서 ‘프레시 매니저’들의 활약이 컸다고 한다. 냉장이 가능한 ‘코코’에 기존에 다루던 유제품뿐만 아니라 신선한 식재료 및 음식들을 비대면으로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코코’ 운행의 안전문제 역시 새로 생각해야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 채용정보, 출처: <한국 야쿠르트>

 

여성의 사회진출 맥락에서도 ‘프레시 매니저’들의활약은 눈여겨 볼만하다. 최초 47명이었던 프레시 매니저들은 어느덧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초 설립 당시인 1971년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거의 없었던 시기이기에 ‘프레시 매니저’는 ‘워킹맘’, ‘방판(방문판매)’의 원조격으로 불리며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쓰이기도 하다. 방문판매의 원조격이기 때문에 덥거나 춥거나 날이 궂어도 길거리에서 과업을 지속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위권에 속하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처우나 급여가 나쁘지 않다고는 하지만, 최초 워킹맘의 등장과 여성의 사회진출 맥락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는 한국 야쿠르트가 2020년 시의에도 적절한 처우를 계속해서 발전해준다면 좋겠다. 앞으로 한국 야구르트의 유니폼과 ‘코코’의 발전이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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