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만드는 향, <교보문고>의 책 냄새

20.07.21 0

싹쓰리, 출처: 구글 이미지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가 화제다. 신선한 기획 아이디어와 이효리, 비, 유재석과 같은 대한민국 탑 연예인의 출현도 그렇지만 이들에게 느껴지는 특별한 감정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이효리, 비, 유재석 조합이 재미있는 것 이상으로 이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향수가 있다. 마치 몇 년 전 김영만 아저씨의 종이접기가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 서다. 흔히 ‘전성기’라 일컫는 20·30대의 시간을 훌쩍 지나 어쩌면 다들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쉬이 말하는 나이대의 연예인들,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90년대 감성의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만큼이나 그 시절을 함께했던 ‘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걸 보면, 시각 이외의 청각과 후각 같은 인간의 감각체계는 참 예민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향기가 기억을 지배하는 때가 있다. 바닷가의 냄새가 20대 초반의 여행을 떠올리게 할 때, 특정 브랜드의 향기를 맡고 누군가를 떠올릴 때가 그렇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회귀하는 것처럼 후각 역시 강력한 기억의 장치로 작용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향기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시그니처 칼라나 로고, 캐치 프레이즈처럼 ‘특정한 향기’역시 브랜딩의 범주에 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보문고> 책 냄새(The Scent of Page),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대표적인 사례는 <교보문고>의 ‘책 냄새(The Scent of Page)’다. 사실 2017년 경 <교보문고>가 소비자들에게 ‘책 냄새’를 정식으로 판매하기 전까지 ‘향기 마케팅’은 대기업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이들은 단지 서점을 찾는 고객에게 거대한 숲에서 책을 읽는 듯한 감상을 주고 싶었는데, 2014년경 시범적으로 해당 향을 개발하고 수차례의 시범을 거쳐 지금의 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직관적으로만 봐도 ‘향’이란 참 예민해서, 적정 비율을 개발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그렇게 지금의 ‘책 냄새’가 탄생했고, 덕분에 우리는 <교보문고>의 초입에서부터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책 냄새’를 자신의 집에 들여놓길 원했다. 서점의 향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식 판매를 시작한지 3년이 흐른 지금, <교보문고>의 ‘책 냄새’는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디퓨저를 비롯하여 차량용 방향제와 룸 스프레이, 손소독제, 향초 등, 향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형으로 제작되고 있다.

 

 

<책 냄새> 차량용 디퓨저, 출처: <교보문고>

<책 냄새> 룸 스프레이,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책 냄새> 종이 방향제,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책 냄새> 향초,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비대면 시대에서 시/청각의 구현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미각과 후각의 감각은 대면이 아니고서야 쉬이 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일까, 후각이 지닌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상에 사람들은 더욱 당시 느꼈던 향과 기분을 리콜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같은 맥락에서 광화문 <교보문고>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지만, 원목의 의자와 수많은 책들과 어우러지는 차분한 ‘책 냄새’에 몇 번이고 그곳을 방문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책 냄새’를 맡고 싶은데, 쉬이 떠올릴 수 없어 아쉽다. 향기란 신기하게도 지금 당장 떠올리려면 애써 기억하려해도 연상되지 않다가, 막상 그 향을 맡으면 ‘이거지!’하고 웃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향기는 책을 깨우고 책은 향기를 품는다'

〈 The Scent of PAGE 〉 -출처:<교보문고>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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