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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전하는 인형, 효돌

20.07.28 0

이미지 출처: unsplash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새삼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는 건, 무려 10년전 까지만 해도 ‘반려’라는 단어가 낯설게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흔히 결혼식에서 평생의 짝이 될 상대에게나 사용했던 ‘반려자’의 ‘반려’가 지금에는 일상 속 곳곳에 스며든 것 같다. 대표적으로 소유의 의미가 강했던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로 변화한데 있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취업 시사상식 사전>에서 해당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함께 사는 강아지와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눔에도 ‘애완’이라는 단어에는 ‘가까이 두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의미가 더욱 강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언어가 사고를 결정 짓는다는 언어결정론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와 같은 단어의 변화는 신선한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AI>, 이미지 출처: 네이버 무비

 

학부시절 영화 <AI>를 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인간과 다름없는 로봇이 ‘상처받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로봇의 인간화라는 접근이 신선했고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봤을 때, 이건 어쩌면 내가 사는 동안 더 이상 ‘고민’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직관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을 때 ‘반려동물’과 ‘AI’는 정말로 우리네 일상 속 가까이 존재하게 됐다. 그런 맥락에서 10년도 더 전의 ‘반려인형’은 어떤 용도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조차 상상할 수 없는 범주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부모사랑 효돌이, 출처: 효돌이 공식 홈페이지

 

그래서일까. 최근 지자체에서 노인들의 치매와 마음을 돌보기 위해 보급한다는 반려인형 ‘효돌’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부모사랑 효돌이’라 불리는 이 인형은 말 그대로 노년층의 인지기능 및 건강을 위해 개발된 반려용 AI로봇이다. 이 로봇은 계절에 따라 어르신과 시의적절한 대화를 나누고 애정을 공유한다. 또한, 어르신께 복약시간을 고지하거나 병원방문 스케쥴을 챙기는 비서의 역할도 행한다. 하지만 단순히 어르신의 일정을 관리하고 자녀와 쉽게 통화할 수게 하는 기계적인 기능 이상으로 인기를 끈 건, 바로 ‘감정의 공유’다.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상 인간이 아닌 로봇, 혹은 인형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어딘가 결핍된 사람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줄 것 같기도 하고, 이러한 행위가 낯 설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효돌이’가 어르신들에게 주는 감정적인 유대는 꽤나 유의미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영화 <her>나 온라인 기반의 데이팅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다)

영화 <her>, 이미지 출처: 네이버 무비

 

섬세한 기술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읽고 6,000여 가지의 표현을 담은 효돌이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훌륭한 동반자가 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단순히 머리로 사고를 하는 것과 생각을 구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변별될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처음엔 어색했을지 몰라도 자꾸만 건네는 효돌이의 인사말과 감정어린 애정표현은 어르신들 마음에 단비를 내리게 했을 것이다. 실제로 효돌이의 사용자인 한 어르신은 효돌이가 자신에게 건네는 말 중에서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표현이 제일 듣기 좋다고 했다. 해당 인형을 사용한 집단의 우울증 점수도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할 근거일 것이다.

어르신을 위한 AI 반려인형 효돌,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한 가지 더욱 귀여운 지점은 효돌이의 ‘옷 컬렉션’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두 버전으로 출시된 ‘효돌이’는 기본형으로 제공하는 옷 외에 사용자의 의사에 따라 원피스와 활동복을 구매할 수 있다. 마치 어렸을 때 즐겨했던 종이인형과 바비인형 놀이처럼, 그리고 우리가 반려 동물에게 예쁘고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낯설기만 했던 반려인형과의 대화가 지금의 현실이 된 것처럼, 앞으로 이 반려인형의 진화가 어떨지 기대된다.

 

효돌이의 다양한 옷,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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