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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삶은 지속된다: ‘옐로우’와 ‘그레이’

21.01.11 0

매년 ‘올해의 색’을 선보여 한해 동안의 색채 트렌드를 예측하는 색채연구소 <팬톤>에서 2021년의 컬러를 선정했다. 바로 연회색 ‘얼티밋 그레이’와 밝은 노랑 빛의 ‘일리미네이팅’이다. 차분한 색상에 고요함을 담아내는 2020년의 네이비 컬러와 달리, 2021년의 두 컬러는 활기찬 느낌을 준다. 팬톤이 선정한 색과 그 연유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날의 세계적 이슈와 앞으로의 바람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매년 전 세계의 사람들은 팬톤의 색채 선정을 기다린다.

 

Pantone Reveals Color(s) of the Year 2021, 출처: https://www.dexigner.com

 

특히 이번의 색채 선정이 인상 깊은 이유는 팬톤이 22년 만에 두 가지 컬러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팬톤 측은 이번 컬러 선정의 배경을 “견고함을 상징하는 회색은 평온함과 안정감, 회복탄력성을 의미하고 밝은 노란색은 낙관주의와 희망, 긍정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인류에게 색이 주는 ‘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회색과 노란빛의 조화는 차가운 아스팔트에 햇볕이 드는 듯한 인상이다. 어쩌면 회색 컬러만 놓고 봤을 때, 다소 우울할 수 있는 인상이 밝은 빛의 노랑으로 희망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로 지친 전 세계 사람들의 현재와 닮아있다.

Illuminating is a bright and cheerful yellow sparkling with vivacity, a warming yellow shade imbued with solar power. Ultimate Gray is emblematic of solid and dependable elements which are everlasting and provide a firm foundation. Read more: http://dexigner.com

 

Pantone colors of the year for 2021, http://www.architecturaldigest.com

 

2020년은 특히나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정말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 전쟁에서 누군가는 생계에 위협을 받고, 누군가는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도 삶은 지속되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기도 했고, 어떤 자산가는 거금의 익명 기부를 하기도 했다.

 

Pantone colors of the year for 2021, https://www.dezeen.com


수많은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안일한 생각으로 마스크를 하지 않거나 모임을 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반려동물을 쉽게 입양했다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쉽게 버린다.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부모의 아동학대가 이전보다 늘었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의 꼭지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사는 이곳이 디스토피아가 아닐까는 생각을 한다. 흔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인류애가 사라진다.’는 관용구 사용이 잦아진 요즘이다.

 

Pantone colors of the year for 2021, https://dribbble.com

 

그럼에도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누군가는 공권력이 닿지 않아도 몇 개월 동안 집에 머무르며 소중한 이들과의 만남을 뒤로 미룬다. 쉽게 버려진 유기동물을 끊임없이 구조하는 구조가가 있고, 아동학대로 기소된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탄원서를 쓴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누군가는 부정을 저지르고 선의를 발휘하는 누군가는 선한 일을 하면서 사회가 평균값을 이루는 것 같다. 심신이 지치다가도 이러한 조건 없는 사람들의 선의를 보면, 마음이 따듯해지곤 한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게 하는 ‘희망’이 느껴져서다. 이러한 행동이 더 의미 있는 건,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선의의 영향력을 발휘해서다.

"The selection of two independent colors highlight how different elements come together to express a message of strength and hopefulness that is both enduring and uplifting, conveying the idea that it's not about one color or one person, it's about more than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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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one colors of the year for 2021, https://www.archiproducts.com

 

그런 맥락에서 팬톤의 그레이&옐로우 컬러 선정은 팬데믹 속 사람들의 현재를 반영하는 극사실주의 같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노란빛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이번 컬러 선정을 앞두고 국내 일각에서는 ‘이마트 색’, ‘국민은행 색’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실 발표된 컬러를 보자마자 이러한 연상에 이른 것은 비단 소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마트’와 ‘국민은행’을 떠올렸다는 사실은 그만큼 컬러가 인식에 미치는 힘이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팬톤에서 ‘그레이’와 ‘옐로우’를 선정한 배경과 이유처럼, 올 한해가 모두에게 희망의 빛이 감도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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