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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집, 후아미

21.02.24 0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에 ‘집’은 그저 일터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과거의 ‘집’은 단순한 기능을 수행했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 및 연출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 한정된 ‘저세상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케아>가 등장하면서 언젠가 날을 잡아 가구만 전문으로 다루는 장소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예쁘고 값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다분히 ‘맥도날드’스러운 이야기다.

 

후아미, 출처: 비유에스 건축 

최근에 집이 보여주는 층위는 크게 세 가지다. 첫 째, 기본 레이어(Basic layer)는 기존에도 수행해왔던 기능을 심화하는 층이다. 둘째 응용 레이어(Additional layer)는 그동안 집에서 별로 하지 않았떤 일을 집에서 해결하는 층이다. 셋 째, 확장 레이어(Expanding layer)는 집의 기능이 집안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집 근처, 인근 동네로 확장되며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기본 레이어에서는 집의 기본적인 기능이 강화되면서 위생, 가구, 인테리어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고 호텔 아이템이나 로봇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화하고 있으며 응용레이어에서는 집에서 학습, 근무, 쇼핑, 취미, 관람, 운동 등의 전에 없던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기능화되는 집의 모습을 보여준다. 확장 레이어는 슬리퍼를 신고다닐 수 있는 집 근처, ‘슬세권’으로 경제활동의 영역이 넓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레이어드 홈, 출처 <트렌드 코리아 2021>

 

후아미, 출처: 비유에스 건축 

이와 동시에 SNS가 발달하면서 더이상 미디어의 주인공이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될 수 있었고, 자신의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자신을 타인과 변별할 수 있는 ‘취향’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이 취향은 트렌드를 좇으면서도 특별함을 지니는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방식으로 ‘자기만의 집’을 추구하는 듯하다. 이제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닌 나와 타인의 건강을 지키는 공간으로, 일을 하는 공간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레스토랑으로 변모한 것이다.

 

후아미, 출처: 비유에스 건축 

 

이러한 맥락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집이 하나 눈에 띈다. 건축사무소 비유에스건축에서 설계한 <후아미>다. 이름에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 ‘후아미’는 후암동에 위치한 다가구주택이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이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다섯 가구가 모두 친구라는 사실. 그래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룸메이트였고, 동업자이며, 전 직장동료이다.


30대 중반으로 알려진 이들의 관계성도 특이하지만, 건축가인 친구가 직접 설계한 집에 6명이 넘는 친구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다. 미디어를 통해 가족 단위의 구성원이 공간을 분절하여 따로 또 함께 거주하거나, 룸메이트 친구와 한 공간에 거주하는 사례는 많이 접해봤지만, 오롯이 친구로만 구성된 이들의 조합은 신선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각기 다른 세대원으로 거주한다는 것, 더군다나 건축가인 친구가 설계한 집에서 함께 거주한다는 것은 영화 속 시나리오에서나 접해볼 수 있는 설정 같아서다.

 

후아미, 출처: 비유에스 건축 

 

특이한 이들의 배경만큼이나 공간 역시 부럽다. 따로 또 함께 할 수 있는 공간들이 건물 곳곳에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어울리고 싶은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면모가 있다. 그리고 <후아미>는 그러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적절한 공간으로 반영했다. 건축가 친구가 연출한 예쁜 공간도 공간이지만, 그렇게 연출된 공간에서 삶의 온기를 나누는 존재와 함께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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