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디자인 하다: 그랜저

21.04.15 0

‘아빠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의 최전선에는 ‘그랜저’가 있을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20·30대의 그랜저 픽이 늘었다고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우스갯 소리에는 회사 신입사원이 그랜저를 끌고와서 난리가 났다는 일화가 있다. 한 선배가 “요즘 젊은 애들도 그랜저 많이 끌고 다니는데, 그게 뭐”라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자 “뉴 그랜저 말고, 각 그랜저요!”라는 대답에 엄청난 흥미를 보였다는 이야기. 그만큼 그랜저는 과거에서 부터 ‘성공’을 의미하는 동시에 '아빠차'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공고해졌다.

 

2020 그랜저, 출처: 현대차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차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의 가치가 작지 않은 만큼, 구매자의 능력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무리해서 성공의 이미지를 차로써 획득하고자 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끊임 없이 현혹한다. ‘성공’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하면 할수록, 이 차를 소유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계속해서 주입하는 것이다. 때문에 자동차 광고를 보면 동시대가 정의하는 ‘성공’을 엿볼 수 있다.

 

2020 그랜저, 출처: 현대차

 

이러한 맥락에서 그랜저는 꽤 예전부터 대중에게 ‘성공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그 접근이 매우 흥미롭다. 어떤 관점에서는 시즌마다 선도하는 유행이 다른 패션업계처럼, ‘성공’의 의미 역시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올초에 송출된 <힘들어도 챙겨야지>와 <상무님의 용기> 광고는 변화하는 ‘성공’의 의미와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의 시류를 반영했다는 데서 의미가 깊다. 각각의 상업광고는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성공한 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다루는데, ‘유기견 입양’과 ‘친환경적인 접근’을 주제로 한다.

 

 


그랜저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은 사회적 역할을 지닌 인물로, 우연찮게 길가에서 유기견을 만난다. 그녀는 유기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딸의 언니로 맞이한다. 유기된 노견을 입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후배는 “노견은 챙길 게 많다는데”라고 말한다. 주인공 여성은 “그렇다고 버려? 힘들어도 챙겨야지”라며 경제적 기반을 다진 동시에 성공한 사람으로 사회적 역할을 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매해 거리에 버려지는 유기견이 약 10만 마리, (지난 해는 12만이었다) 전체 가구의 1/4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대에 적절한 메시지다. 실제로 해당 광고는 대한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 비율 및 1인 가구가 늘면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시류에 적절하다는 평이다.

 

 

<상무님의 용기> 또한 마찬가지다. 불편하지만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음식점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 용기를 챙기는 것. ‘용기’라는 중의적인 언어유희를 통해 접근하는 이 광고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반영한다. 이 외에도 <아들의 꿈>이라는 시리즈로 이어지는 그랜저 광고는 각 연령대가 정의하는 2021년의 ‘성공’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기존 ‘아빠차’로 공고했던 그랜저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것 같다. 앞으로 그랜저가 그리는 ‘성공적인 디자인’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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