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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화된 한국

21.06.24 0

BTS, 출처: HYBE


K-POP, 드라마 등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대세임을 입증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코로나로 자국 중심의 소비가 늘었다고 하지만 세계화가 이룩된 현세대에서 이러한 흐름은 꽤 특별하다. 물론 전례 없던 세계적 관심이 낯설어 한류 열풍이 정말로 실재하는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 국가에서 보이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각국의 다양한 콘텐츠에서 입증되고 있다.

 

K-FEST 2021 포스터, 출처: artlebedev.ru


타자화된 시선에서 ‘우리의 것’을 바라보는 일은 흥미롭다.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기존의 문화를 생각해볼 수 있고,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 또한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의 시선에서 반영한 ‘한국의 것’은 국위선양이나 홍보의 목적을 갖는 정부 차원의 콘텐츠와 변별되는 특성을 갖는다. 쉽게 말해 ‘보이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을 구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루이비통 서울

청계천 

루이비통은 정기적으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각 국가를 여행한 일러스트를 <트래블 북>으로 출간하고 있다. 그중에서 <트래블 북>의 ‘서울편’은 프랑스 아티스트 듀오 이시노리에 의해서 탄생했는데, 그들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알려진 광화문과 종로, 잠실, 명동을 작업에 담아냈다. 이시노리는 한국의 붐비는 거리와 밀도 높은 인파, 유흥을 즐기는 노래방과 쇼핑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을 특유의 감성으로 그려냈다.

결과로 산출된 작업도 그렇지만 전반적인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을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과 일상이 어쩐지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이는 ‘외국인의 시선’과 ‘예술작품’이라는 일상화되지 않은 시선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새로움을 시사한다.

모든 이미지 출처: <루이비통> 

이시노리는 서울 특유의 삶의 속도와 복작대는 거리, 축제는 물론, 일에 몰두한 상인의 모습, 명동 거리를 열정적으로 물들이는 쇼핑 인파,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이를 위한 뷰티 살롱과 성형외과, 어묵, 만두, 회오리 감자, 김밥, 호떡 등 매력적인 길거리 음식과 같은 도시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들을 수많은 디테일을 살려가며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K팝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장독대의 모습 또한 인상적인데, 그래서인지 고추와 채소를 넣고 절인 발효 음식인 김치의 시큼한 향은 때때로 아침 여덟 시 지하철 공기를 물들이기도 한다.  출처: <루이비통> 

 

네덜란드 한국어 광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구성된 광고가 있다. 한국에서라면 별로 특별할 게 없을 이 광고가 특별해진 이유는 해당 영상이 네덜란드에서 송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남성은 ‘가나다라’를 읽거나 ‘성공’, ‘존경’과 같은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나아가 “한다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라는 다소 한국적인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발음이 부정확하지만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이러한 상업광고가 제작된 것이 흥미롭기만 하다. 광고에 송출되는 한국 단어마저 한국인 특유의 정서(예: 성공, 한다면 한다)를 반영해 신뢰성을 더하기도 했다.

 

NHA, 한국어 과정, 출처: <NHA> 

해당 광고는 네덜란드의 한 어학 프로그램 광고로 한국어 학습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삼 우리나라 사람들이 토익이나 영어 스피킹에 매달려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된다. 

 

러시아 내 한국 관광포스터

K-FEST 2021 포스터, 출처: artlebedev.ru


주 러시아 한국 문화원이 한국과 문화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번 포스터는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서 모스크바 내 한국 관광공사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포스터에는 그간 한국적인 요소로 알려진 비빔밥과 한복, 김치, 불고기, 가야금 등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외에도 고려청자와 한국의 전통무용을 다루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K-FEST 2021 포스터, 출처: artlebedev.ru


간결한 선화와 깔끔한 색상 배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선사한다. 해당 포스터는 6월 한 달 동안 러시아의 주요 지하철역에 게재될 예정이다. 포스터에 대한 현지인의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알려졌으며, 해당 포스터가 홍보하는 “K-FEST 2021” 축제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되었다고 한다.

 

K-FEST 2021 포스터, 출처: artlebedev.ru

이렇듯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적 문화의 특징은 몇 가지 범주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하다. 다만, 제 3의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기에 신선하고 특별한 기분이다. 문제는 어떤 나라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여러 명의 시선과 같아서 다소 입체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는 K-POP의 영향으로 우리가 가진 고유의 콘텐츠(예컨대 게임, 드라마, 아이돌, 음식, 풍부한 즐길 거리)를 알릴 수 있었지만, 이외에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면모 또한 존재한다.

 

그녀는 베트남에서 온 란이다. …(중략)… 그녀는 한국어 조사 ‘-에’를 배운다. 그녀에게 ‘-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명사와 결합하여 사물이나 건물, 장소의 위치를 표현하는 조사.’ 이 설명은 언어의 불순물을 거르고 걸러 만들어낸 순수하고 단단한 결정 같다. 거기에는 균열도 없고 티끌 같은 흠도 없다. 누가 감히 여기에 어떤 편견이나 차별이 개입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녀는 이런 ‘-에’를 이용해 세탁기가, 냉장고가, 텔레비전이, 침대가, 전기밥솥이 어디에 있는지 말한다. 그녀의 남편은 묻는다. 여보, 양말은 어디에 있어요? 서랍 안에 있어요. 어느 서랍에 있어요? 침대 옆 서랍에 있어요. 안경은 어디에 있어요? 그것은 책상 위에 있어요.

 

조사 ‘-에’가 제시된 이 교재의 세계를 다시 둘러보자. 이 세계에서 장소란 ‘집 안’의 방들만을 가리킨다. 사물들은 가전이나 가구뿐이다. 이를테면 한국어 조사 ‘-에’가 사용되는 이 세계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의 신체가 집 안에만 머물도록 설계되어 있다. 새롭게 배운 언어로 이 여성이 말할 수 있는 것은 집 안 물건의 위치뿐이다.

 

그렇다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교재가 아닌 다른 일반 한국어 교재 속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일반 한국어 교재의 ‘-에’가 등장하는 단원에는 우체국, 약국, 극장, 백화점, 공항, 남산, 인사동, 대학로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장소들은 그녀가 갈 수 없는 곳이다. 그녀가 사는 세계에서 결혼한 여성은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존재, 길 위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을 수 있는 존재,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물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그녀가 갈 수 없는 곳> 한국일보 

 

K-FEST 2021 포스터, 출처: artlebedev.ru


고도화된 경쟁으로 사람들 사이에 여유가 없으며 수도인 서울만 집중 개발된 비정상적인 인구밀도, 각종 성범죄 관련한 미비한 처벌, 꾸준한 온라인 성범죄 및 매매혼 등이 그렇다. 한 전문가는 국가가 선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상위에서 서술한 이미지처럼) 제3의 시선을 지닌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좋고 그럴듯한 장면을 담아내지만, 이미 우리나라에 종속된 외국인에게는 대외적으로 들키고 싶지 않은 면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포스터는 대외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어두운 면들이 개선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소위 한류로 한국에 입덕한 외국인들이 탈덕할 일 없이 꾸준히 그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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