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  Feature

한복입고 출근하기

21.07.08 0

초등학생 시절, 최고 학년인 6학년 언니를 보면 뭔가 항상 위대해 보였다. 왠지 13살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것만 같고,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보다 더 멋진 존재는 스승의 날에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자기가 졸업했던 초등학교를 찾아오는 언니오빠들이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살의 설렘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풋내기 유치원생과는 또 다른 감상이었는데, ‘교복’은 그 차이를 극명하게 나누는 요소로 작용했다.

 

출처: <공공누리>

 

교복이 주는 설렘. 아침마다 무엇을 입어야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다 ‘진짜 언니’가 되는 관문이었던 교복은 흔히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재미있게도 교복이 익숙해졌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몸에 딱 맞게 교복을 줄이거나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자유 복장 데이’를 손에 꼽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교복이 일상이 되었을 때, 또 다시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부러웠고,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자유’가 새로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항상 지금의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한복입고 일하다> 유현화 디자이너, 출처: KOCIS

 

다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찾아온 ‘복장자유화’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흔히 시간(time)과 장소(place), 상황(occasion)이라는 TPO에 따라 시의적절한 복장을 갖춰야 했고, 사회인으로서 체면을 지키는 일은 물리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에 대한 심리적인 비용 또한 수반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누구나 한 번쯤 “직장인도 교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봤을 것이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문화체육광관부(이하 문체부)는 이러한 직장인들의 소망과 ‘우리 것’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 <한복입고 일하다>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직업장면에서 근무복이 한복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시범적인 사업인 만큼 문체부는 보급대상을 문화예술기관으로 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한복을 선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써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복을 정부차원에서 먼저 기획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지방자치단체나 관광지에서 보다 먼저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복 근무복,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제시된 한복은 문화적 품격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업무 장면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때문에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한복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대중들의 반응 또한 다양한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는 ‘선’과 ‘색상’ 등의 한국 고유의 특징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깃’과 ‘옷고름’은 근무자에게 다소 불편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새롭게 제시된 근무 한복은 전반적으로 미니멀하고 단조로운 인상이다. 한복의 일부는 우리나라 전통 민화와 조선시대 관료들이 입던 복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한다.

 

리슬X스파오, 출처: <리슬>

 

최근 들어 한류의 힘이 막강해지고 중국의 ‘우리 것 뺏기’가 고도화된 지금, 이와 같은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비단 정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의류브랜드 <스파오>와 한복 브랜드 <리슬>의 협업처럼 각계각층에서 ‘한복’을 재해석하는 흐름이 뜻 깊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과 장면에서 ‘한복’이 일상화 될 수 있길 바란다. 마치 우리의 조상이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었던 것처럼 말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