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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1.08.01 0

반려견과 함께 집근처를 산책하다보면 그간 눈에 띄지 않는 일상의 장면들이 눈에 박힐 때가 있다. 가끔 집 앞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 산책시간과 겹칠 때가 있는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 등에 거북이 등껍질 같은 형광의 무언가가 붙어있는 것을 목격했다. 마치 수험서에 중요한 부분을 형광펜으로 긋고 빨간색 펜으로 강조한 것처럼, 있는 힘껏 자신을 뽐내는 등껍질에 ‘저게 뭘까’ 싶었던 것이다.

 

 

형광색 배경에 빨간색 원, 그리고 그 안에 “30”이라고 굵게 적힌 숫자는 순간 ‘민식이 법’을 연상케 했다. 동시에 ‘민식이법’을 둘러싸고 한동안 ‘아동혐오를 가중하는 법이다’와 ‘아동은 어떤 일이 있어도 보호하는 것이 맞다’는 담론으로 시끄러웠던 분위기도 떠올랐다. 이렇듯 한 시각적 자극을 통해 기호가 시사하는 메시지를 떠올리며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었다.

 

 

수많은 매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어린이의 안전’을 강조하고 새롭게 적용될 법안에 대해 떠들어대도 모든 이들이 그 중요성을 동일한 강도로 그것을 인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미지’라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 동일한 심리적 표상을 유도하는 일이 디자인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공공임팩트(Social Impact)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노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공가치를 위한 기업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비가와도 괜찮아 안심우산, 출처: 경상남도 교육청

 

사실 ‘가방 안전 덮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된 후에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부터 경남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아이디어인데, 실제로 해당 커버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한 이후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 사고 역시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남지역은 이와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초등학교 1학년에게만 한정 의무화하던 가방 덮개 착용을 전 학년에 확대했고, 유치원생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였다. 동시에 가방 덮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사용하는 우산에도 제한 속도 표시를 명시함으로써 비오는 날의 어린이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노란색의 주의를 끄는 색상과 30이라는 숫자가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 속도 제한’을 유도하는 디자인에는 비단 ‘가방 커버’와 ‘우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방에 착용 가능한 ‘옐로 카드’도 있는데, 그 효과는 가방 덮개와 비슷하다. 옐로카드는 빛을 반사해서 운전자에게 어린이가 잘 보이도록 유도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안전 용품으로, 이미 핀란드 외 유럽의 7개 국가는 제품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제품에 쓰인 재료 역시 반사기능과 무독성을 국제규준에 충족하였다고 한다.

 

옐로카드 안내문, 출처: 옐로 소사이어티 

또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디자인에는 ‘옐로 카펫 프로젝트’가 있다. 해당 디자인 역시 단순하고 직관적인데,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횡단보도에 커다란 크기의 노란색 세모를 배치함으로써 운전자의 주의를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옐로 카펫 프로젝트’ 역시 스쿨존 운전자 90%이상의 시지각 주의력을 이끌 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어린이가 사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통사고’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행자를 눈에 띄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역시 필수적이지만 공공디자인을 이용해 운전자의 감각을 일깨운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방 덮개와 옐로카드 외에 앞으로 어떤 디자인이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제작될지 기대가 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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