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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Normal life>展 : 평범한 일상의 기록들

21.10.07 0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 사랑을 나누는 남과 여, 담배를 피는 남자. 모두 김희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이라는 주체적인 속성도 있지만, 한결같이 표정이 없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다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이름만큼 갤러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표정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희수 작가 인터뷰 보기

 

 

흥미로운 지점은 이상하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외로워 보인다는 점, 나아가 그들 가운데 이상하게도 나와 닮은 누군가가 꼭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무표정의 인물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어쩐지 외로움을 풍기는 듯한 그림 속 인물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너 참 외로워 보이는구나’하고 말이다.

 

 

잔잔한 색감과 굵은 선의 표현이 표정 없는 인물들의 이름 모를 사연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들은 어떤 맥락에서 이런 행위를 하며 각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림 속 인물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그들의 생각을 읽어보려 애쓰지만, 그 속내를 읽기가 쉽지 않다. 되레 현재 그림을 보고 있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과 무의식에서 비롯하는 감정들이 그림에 투영해 그대로 반사되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토록 그림이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그림을 보는 사람의 내면이 외로워서가 아닐까.

 

 

김희수의 그림은 동틀 무렵의 새벽을 떠오르게 한다. 세상이 모두 잠들었던 시간을 지나 부지런한 몇몇의 사람들이 시작을 알리는 새벽, 그럼에도 고요하고 잔잔한 새벽의 그때 말이다. 잠에서 막 깬 우리는 어떤 표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표정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 느낄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무표정인 동시에 많은 이들의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캔버스 속 인물들의 무심한 듯 보이는 평범한 표정에서는 일상의 희로애락이 잔잔하게 묻어난다. 눈을 감고 있거나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다채로운 감각과 기억, 상상력과 감정을 소환하는 김희수의 작품은 마치 보는 이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인물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배경을 추상화해 대담한 선과 절제된 색채로 캔버스에 기록된 인물들은 각자의 함축된 서사를 지닌 채 관람객과 조우한다. - 전시서문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같은 감상을 지닌 작품을 만나는 일이다. 특히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심상을 나타낸 작가의 작업을 마주할 때 우리는 무언의 위로를 받는다. 한 번쯤 김희수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그림 속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이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하다. 과연 우리는 각자 어떤 표정으로 normal life를 살고 있을까.

전시기간 2021년 9월 1일 – 2021년 11월 28일  
운영시간 AM 10:00 - PM 8:00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장소 갤러리애프터눈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0)
문의 갤러리애프터눈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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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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