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변신

22.02.17 0

빨강, 노랑, 초록, 파랑, 그리고 동그라미. 언뜻 듣기에 아이들의 그림이나 신호등을 떠올리게 하는 인상이다.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이 도형과 색상은 실은 어떤 유명 기업의 로고로 쓰인다. 이렇게 말로만 들어서 쉽게 상상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로고는 우리 일상에 녹아있다. 어쩌면 당신과 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구글 크롬 브라우저 아이콘 이야기다.

사실 매일 컴퓨터 배경화면에서 크롬을 마주하면서도 이 아이콘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서야 그 존재감이 인식됐다. 새삼 크롬 로고가 이렇게 단순한 디자인이었나 싶어 놀라고 말았다. 무관심 속 익숙함이 곧 생경해지는 순간을 마주한 것이다.

 

크롬 로고 변화, 출처: 트위터

 

구글 소속 엘빈 후(Elvin Hu) 디자이너는 지난 2월 5일, 크롬 로고가 2014년 이후 8년 만에 리디자인 되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변화한 크롬 로고 디자인을 게재하면서 ‘미묘한 변화(subtle change)’와 그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 사실 가장 최근 업데이트 한 2014년 크롬 로고와 2020년의 크롬 로고를 비교해보면, 그다지 큰 변화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나 매직 아이를 하듯 두 개의 아이콘을 번갈아 비교해보면 이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로고 중앙에 위치한 파란색 동그라미의 크기와 그림자다.

 

변화된 요소, 출처: Creative Bloq

 

리디자인 된 크롬 로고는 그간 약간의 음영을 넣어 입체감을 연출하던 그림자 효과를 제거했다. 때문에 이전 로고보다 평평하면서 깔끔한 인상이다. 또한, 세심한 관찰자라면 발견했을 테지만 로고 가운데 위치한 파란색 원형이 조금 더 커지고 선명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이 비단 파란색 원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로고에 사용된 모든 색상이 이전의 컬러보다 선명해지고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Google’s design team discovered “placing certain shades of green and red next to each other created an unpleasant color vibration.” To fix this and make the icon “more accessible,” they decided to use very subtle gradients — that I’m convinced the human eye can’t even see — to prevent any color vibration, 출처: THE VERGE

 

Flat colors and Gradients, 출처: Creative Bloq

 

담당 디자이너는 이러한 변화가 타당성 있는 구도와 디자이너 팀 의도에 의해 실현되었음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초록색과 빨간색을 나란히 배치하여 해당 색상에 음영을 넣었을 경우 불쾌한 색상 진동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아이콘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디자이너 팀은 해당 요소 제거해 사람의 눈으로는 쉬이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진동을 없앴다. 동시에 아주 세밀한 구도의 변화를 주어 로고를 단순화시키고 앱 접근성을 높였다. 사실 담당 디자이너의 설명이 없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무엇이 변화했고 그 타당성이 무엇인지 쉬이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업데이트 된 샤오미 로고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사례가 떠오른다.

 

샤오미 로고 변화, 출처: Archyde

 

사실 디자이너의 배경설명을 듣고 나면, 이 미묘한 변화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동시에 각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는 이유 역시 인지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심플한 로고’, ‘단순한 작품’을 둘러싸고 매번 논란이 이는 현대미술계가 떠오르기도 한다. 유독 디자인과 예술을 둘러싼 담론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래서 우리는 미묘한 변화일지라도 과학적인 근거와 각 전문가들의 고충에 의해 탄생한 결과물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Chrome gets its first new logo in 8 years

 

엘빈 후 디자이너는 지금 당장은 제한된 환경에서 리디자인 된 크롬 아이콘을 접할 수 있지만, 조만간 여러 디바이스 환경에서 업데이트 된 로고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공표했다. 그의 마지막 포스팅에서 약 2주가 흐른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열어 로고가 변했는지 확인해 보자.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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