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Dali, Van, Picasso> - 1. 달리와 디즈니의 콜라보레이션 : Destino

14.07.29 3

<Salvador Domingo Felip>, 1904~1989,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살바도르 달리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있었다.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방학숙제를 하러 간다던 아는 언니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전시회 방문’이란 것을 해봤다. 달리라는 사람, 어찌나 강렬했던지 열다섯밖에 안 된 여자애의 머릿속에 콱 박혔다. 붉은 입술 모양의 소파와 개미인지 사람인지 모를 요상한 형상이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연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미술사를 전공하게 되면서 나는 달리를 다시 만났다. 왠지 모를 반가움에 그 후로 달리의 작품과 삶을 마치 옆집 아저씨 대하듯 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을 가지고 엄청난 논문을 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딘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어 살바도르 달리, 라고 하면 나는 아직도 아아 그 아저씨- 하고 미소를 짓게 된다. 사실 정말 좋아하는 미술가는 성실하고 고지식한 폴 세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저 사람이 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달리의 경우, 이건 누가 봐도 달리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와 작품이 일치한다. 달리는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자신을 죽은 형에 대입하는 바람에 결국 온전히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초현실세계에 머물렀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는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을 무지하게 사랑했던 스타 작가였다. 그래서 생전의 달리를 담은 영상(심지어 퀴즈 쇼 게스트로 나간 영상까지 있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이리저리 그 자료들을 둘러보다가 아주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했다. Destino, ‘운명’ 이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6분 가량의 짧은 영상은 ‘Salvador Dali & Walt Disney’ 의 서명으로 시작된다. 달리와 디즈니라니? 이 무슨 골뱅이 소면에 크림소스를 끼얹는 듯한 조합이란 말인가! 영상은 인간 여자와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한마디 대사 없이 Dora Ruz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흘러가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그저 놀랍다. 달리 작품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놀랍고 디즈니가 달리 스타일을 받아들였다는 것도 놀랍다. 사실 디즈니가 몇 발 양보한 느낌이 든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살바도르 달리와 월트 디즈니>


3살 차이의 두 사람은 1945년에 만났다. 만남의 순간, 둘은 무언가가 통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한다. 하지만 전후 상황에서 디즈니사(社)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때문에 8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이 프로젝트를 재개하여 결국 2003년, <Destino>를 세상에 내놓았다. 사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 영상은 스토리보다 애니메이션에 집중한다. 달리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친근감보다는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인데, ‘배경음악’ 덕인지 애니메이션 특유의 ‘움직임’ 때문인지 사막에서 펼쳐지는 달리의 세계는 상당히 스무스하다. 달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떠올릴 모티브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나는 <기억의 지속 : The Persistence of Memory>의 그 흘러내리는 시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모든 현실을 흐느적거리도록 만들어 달리가 가고자 한 곳은 초현실이고, 어쩌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그의 최종 목적을 실현하는 가장 완벽한 재료였을지도 모른다. 캔버스 안의 한정된, 멈춰있는 공간에서 달리의 초현실세계는 디즈니를 만나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다.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 1992

달리는 영화제작에도 참여한 적이 있기에(안달루시아의 개, 1929) 영상과 미술의 결합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을 테지만, 디즈니가 달리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상당히 놀랍다. 하지만 디즈니는 성인들이 보기에 적합한 소재나 참신한 기법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회사고, 무엇보다 주류와는 살짝 거리가 먼 달리의 작품이 이를 통해 좀 더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바뀌어 있다는 점에서 둘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 또한, 디즈니 입장에서 스타작가 달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회사 이미지 제고(디즈니가 아티스틱하고 독특한 작업이 가능한 곳이라는)에도 충분히 이득이 됐다.지금 이렇게 글을 늘어놓아 놔도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경험은 없을 테니, 얼른 이 위대한 콜라보레이션을 감상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goole & SF Blog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