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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기형,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

15.03.09 3


최근,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의 TED영상을 봤다. 그녀는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1세 때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보통 양쪽 다리가 없다고 하면 연민이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녀는 육상선수와 모델, 배우로서 활약하며, 도전을 통해 얻은 성공과 모험담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녀는 TED에서 ‘진정한 장애는 억눌린 마음’이라 말하며 ‘장애(disable)’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는 장애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 ‘내적인 기형’에 있음을 의미한다.

 


-Aimee Mullins,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Aimee_Mullins

 


-<The opportunity of adversity>

 

 

 

‘기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도 나타난다. 영화의 배경인 정신병원에는 간호사와 관리자 같은 ‘정상인’과 정신병자인 ‘비(非)정상인’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정상’과 ‘비(非)정상’을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관객은 기계처럼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에게 그들을 돌볼 자격이 있는지, 환자의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일정을 결정하는 관리자의 태도가 정상인지, 환자를 ‘돈벌이’ 쯤으로 생각하는 조무사들이 더 미친 것은 아닌지 질문해본다. 영화는 정상인의 ‘내적 기형’이 비정상인의 ‘신체기형’보다 훨씬 뒤틀리고 무섭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전달한다.

 

-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신체 장애를 촬영한 기형사진을 통해 정상인들의 ‘내적 기형’을 들췄다. 다이안 아버스는<Fur>(니콜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라는 전기영화가 제작될 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모피 사업으로 성공한 집안배경, 배우와 사진작가로 활약하는 남편과의 결혼 등, 다이안은 주류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러한 삶 가운데 공허와 허무를 느끼던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의 조수가 아닌, 자신의 사진작품을 찍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겉보기에 아무런 부족함 없는 다이엔이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정상인’의 세계에 속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자연스레 다이엔은 자신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기형의 세계’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게 그녀는 ‘정상인’에 의해 배제 당하고 망각된 존재인 ‘기형인(人)’들의 기념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 출처 : diane-arbus-photography.com

 

 

 

다이엔은 주류가 보기에 ‘기형’인 존재를 연민이나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성찰의 눈으로 난쟁이, 거인, 정신박약아, 레즈비언, 히피, 누디스트를 바라봤다. 또한,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어떠한 연민의 감정 없이 사진으로 담아냈다. 기형의 소수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오늘날에도 주류로부터 배제 당하며(어둠 속에서)망각된 존재다. 때문에 다이엔은 이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두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녀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에 마침표를 찍으며, 피사체와 사진가 모두 상대방에게 드러나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고 평가 받는다. 이 ‘망각된 존재’의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이른바 ‘정상인’에 못지 않은, 오히려 훨씬 당당하고 즐거워 보이는 ‘기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이엔에게 기형, 장애인은 외상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미 두려움과 공포를 초월한 ‘저 높은 존재’ 였던 것이다. 

 

 

나길

안녕하세요. 나길입니다.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고, ‘우리’의 잠재력을 믿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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