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Cover)에 대한 단상

14.12.23 0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왠지 모르게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마 올해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조금 밖에 남지 않아서, 혹은 정리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일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작년에 방문했던 인사동 아라 아트센터의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ECM 전시가 떠올랐다. 내게는 팻 메스니(Pat Metheny)와 키스 자렛(Keith Jarrett)이 전부였던 ECM.

 

 

-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 포스터

 

 

 

 

 

ECM이 담고 있는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음악 외에 또 다른 언어로써 어떻게 이미지를 담아내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나타내는 전시였다. 더불어 앨범 커버가 담고 있는 인상과 아우라를 오감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쓸쓸하고 고독한 이미지를 담은 앨범 재킷들은 현대미술작품을 연상케 하며, 동시에 재킷이 감싸고 있는 소리에 더 집중하게 만들었다.

 

 

- Charlie Haden, Jan Garbarek, Egberto Gismonti, Magico

 

- Chick Corea, Return To Forever

 

- Anuar Brahem, Astrakan Café

 

- Tord Gustavsen Trio, Changing Places

 

- Kim Kashkashian,Asturiana, 출처 : http://ecmfestival.kr/exhibit

 

 

 

 

그러니까, 예전에는 커버만 보고 산 앨범들이 더러 있었다. 1분 미리 듣기나 음원이 아닌, 레코드 가게에서 ‘커버’만 보고 앨범 그 자체가 갖고 싶어 구입했던 음반들. 이제는 핫 트랙스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앨범 커버를 구경한다. 앨범의 이미지로 가장 먼저 음악을 만나는 일이 더 빠른 세상이다.

 

책 또한 그렇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과제를 위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나는 표지를 보고 책을 선택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일보다 온라인 서점에서 표지를 클릭하고 몇몇의 리뷰를 본 후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출처 : http://www.munhak.com/books

 

 

 

표지엔 책 내용과 체계를 아우르는 제목과 이미지가 있다. 어쩐지 궁금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색감이나 형태를 고루 갖춘 책도 있다. 아니면 시리즈여서, 1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비루한 컬렉터 기질 탓에 모아야 하는 책도 있다. “내용만 좋으면 됐지, 모양이 무슨 상관이냐”하는 말에 “모양만 좋으면 됐지, 내용이 무슨 상관이냐”하고 받아 칠 수 있을 정도로 ‘제 눈에 좋은 책’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매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책 디자인 (Best Book Design from all over the World)’ 선정을 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을 비롯해 스페인, 러시아, 핀란드 등 30개 국가가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뽑는 작업을 한 후, 출품하는 것으로 50여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름다운 책’ 선정 작업이 없어 출품하지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한국의 아름다운 책’선정 작업도 시작될 전망이라고 하니 내심 기대해본다.

 

 - 다양한 북디자인, 출처 : http://bookdesignshop.org

 

 

 

커버를 만드는 것은 텍스트와 이미지, 색채, 여백 등의 요소를 통해 사용자에게 리듬을 주고, 책의 시각적인 체계를 잡으며 그것을 사각형 하나에 온전히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평면을 건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무수한 책의 얼굴을 만든 칩 키드 (Chip Kidd)의 동영상을 남긴다. “북 디자인은 웃을 일이 아니에요. 음, 뭐, 맞는 말이긴 해요. (Designing book is no laughing matter. OK, it is.)”

 

- Chip Kidd TED 동영상

 

 

 

낭창낭창

삽질 대장, 딴짓도 잘합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