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향수(鄕愁), 그 이상

15.04.20 0


- 1970년 패션 잡지 <보그>의 화보. 세련된 1970년대의 히피 시크족들을 위한 드레스를 소개했다. 출처 : http://indulgy.com/post/UKLU7iw0j1/vogue

 

 

 

SNS에 올라오는 많은 추억 시리즈. 우리 세대가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고 무엇을 가지고 놀았는지 사람들은 향수에 젖어 댓글로 응답한다. 우리는 과거를 추억하며 낭만을 느낀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쎄시봉> 그리고 <국제시장> 트리오는 한국인만의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느끼게 하고 과거를 통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냈다. 마치 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1세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또한 1년 동안의 자신의 SNS 활동을 상기시키는 앱을 활용해 ‘향수’에 젖고 있다. 과거를 통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고 도약하는 일은 비단 대중문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패션 트렌드에서도 ‘향수’를 찾아볼 수 있다. 더욱 자세히 말하자면 ‘70년대 향수’다.



-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가 70년대에 연 부티크 ‘Let It Rock’의 전경. 출처 : http://www.whatgoesaroundnyc.com

 

- 글램 록을 창시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초반에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지기 스타더스트 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했다. 출처 : http://www.truthsayer.info

 


- 1970년대의 히피 시크족들. 60년대의 히피족들과는 다르게 훨씬 세련된 히피 패션을 선호했다. 출처 : http://galleryhip.com

 

 

70년대 키워드는 히피 시크, 펑크, 급진적인 여성 운동, 그리고 디스코와 자유로움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가 디자이너가 되기 전 열었던 펑크족들의 주둔지 ‘렛 잇 록(Let It Rock)’ 패션 부티크는 70년대의 거칠고 젊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본능적인 분노와 증오로 빠르게 전파됐다. 가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는 ‘글램 록(glam rock)’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양성적 패션과 공상 과학의 이미지를 접목시켜 자유롭고 거친 펑크의 대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60년대의 히피족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세련된 히피’들이 들어왔으며 이전보다 더 일상적이고 세련된 히피 시크를 소화해 젊고 반항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 톰 포드(Tom Ford)의 2015년 S/S 컬렉션. 70년대의 흥겹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반짝거리는 나팔바지와 헝클어진 머리, 짙은 화장으로 표현했다.



-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의 2015년 S/S 컬렉션. 70년대의 레트로 디자인을 활용해 발까지 다 덮는 길이의 나팔바지를 선보였다.



- 알베르타 페라티의 2015년 S/S 컬렉션. 70년대 히피 시크 드레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 출처 : http://www.style.co.kr

 

 

올해 2015 S/S 컬렉션을 보자. 디자이너들은 70년대의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길거리에서 빛을 발할만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는 70년대 디스코장 에서나 볼법했던 나팔바지에 반짝이를 더했으며 헝클어진 머리로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했다. 에밀리오 푸치(Emilio Pucci) 또한 신발까지 다 덮는 나팔바지를 선보였다. 알베르타 페라티는 살색이 살짝 보이는 드레스로 세련된 히피의 모습을 선보였다. 이처럼 많은 디자이너들이 70년대의 세련된 히피와 디스코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 1969년 패션 잡지 <보그>에 실린 레이스 업 블랙 드레스.


- 구찌는 왼쪽의 레이스 업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올해 S/S 시즌 굵은 끈이 달린 드레스를 만들었다.


- 1971년대의 볼레로 퍼 코트


-생 로랑의 2015년 S/S 컬렉션. 70년대의 풍성한 볼레로 퍼 코트와 플랫폼 힐을 재현했다. 출처 : http://www.style.co.kr

 


굵직한 리본 끈이 달린 오픈 미니 드레스는 구찌가 1970년, ‘레이스 업 미니드레스’에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생 로랑의 솜사탕 같은 녹색 볼레로 퍼와 통굽 힐은 본격적인 자유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이 시작된 1971년의 패션 트렌드를 연상케 한다.

 

때로는 급진적인 변화와 위기와 창의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립스틱 구매가 증가하는 것처럼,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에 집중한다. 70년대의 펑크와 히피 시크족은 그러한 갈망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현대의 디자이너들은 70년대의 노스탤지어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패션 유산물을 재해석한다. 그렇다면 70년대의 패션 유산물이 어떻게 현대 패션계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은색 반짝이와 과장된 머리, 그리고 나팔바지가 꼭 답은 아닐 것이다. 흔히 ‘재해석’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당시의 나팔바지를 그대로 ‘답습(踏襲)’하는 것이 재해석은 아니다.


그러니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이 언급했던 ‘호랑이의 도약’처럼 패션은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며 과감히 미래로 도약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재해석이다. 즉, 과거의 패션이 현대에서 새로운 시야를 포착하는 기반이 되고, 이를 토대로 현대는 과거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창조해야 한다. 사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야말로 패션이 늘 해야 하는 일이다.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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