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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북 리뷰] 생동하는 역설의 힘!

15.09.09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 매거진>에서는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비추기 위해 디자인 북 리뷰를 기획했습니다. 책을 통해 낯선 디자인을,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접해보세요.



#01. 생동하는 역설의 힘, Street Art!

글: 김재웃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애너 바츠와베크 지음, 이정연 옮김, 2015, 시공사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저항의 역사인지도 모르겠다. 원시부터 인간은 외부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세웠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으며 (그것은 자연으로부터의 저항이었다), 건축이 발달하고 도시라는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의 흐름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저항,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게 될 <그라피티와 거리미술>도 어쩌면 인간의 본능과 함께 한 역사다. 인간 최초의 미술을 원시 동굴 벽화에서 찾는 것도 그렇고,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문화가 기존패러다임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되었던 것도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자유의 역사야. 적은 자유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하려는 저항의 역사였다고.”

- <세계의 역사> 中 by. 앤드루 마 

 

<코뿔소와 상처입은 남자> 라스코 동굴, 프랑스

<코뿔소와 상처입은 남자> 라스코 동굴, 프랑스

 

흔적, 저항, 그라피티의 시작


미술사(美術史)에서 벽화미술은 사실상 모든 미술의 시초를 이룬다. 인류 최초의 원시미술의 실체가 동굴에서 발굴된 것이 그렇고, 선사시대 동굴 벽화가 당대 인간 생활상과 시대의식을 표출하는 것이 그렇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역시 원시 벽화 미술에서 인간이 보인 모습과 매우 닮아 있어 (그 도구와 스타일은 신선하지만) 그 행위가 낯설지 않다. 그라피티가 40년 전 정치적 메시지와 갱단의 존재 그리고 청년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벽에 낙서를 한 것을 시초로 하는 것처럼, 이는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저항의 욕구이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의 표출이었다.

 

“그라피티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특별한 미술 운동이다.
청년 세대가 만들고 주도했으며, 서명을 주요 시각언어로 사용하며 태생부터 불법이었다.

-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p.12

 

<저항의 꽃> 작자미상, vigan city, 필리핀

<콘브레드의 태그> Conrbread, 필라델피아, 미국

<Banksy in Bethlehem!> banksy,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Girl with Balloon, 2007> banksy, 영국


  

시민, 거리미술, 도시의 일원들

누구나 한 번쯤 거리미술과 그라피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거리미술 운동’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졌을 것이다. 필자도 역시 그랬고 그라피티가 다소 반항적이고 불법적인 것에 편견을 가졌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서 사람들이 거리미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갔지만, 정작 그에 관한 기초지식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라피티와 일명 ‘후기그라피티’ 라고 불리는 거리미술에 대해
이렇다 할 지식이 없는 이들 사이에서 관련된 대화가 오간다는 사실은 특이하다.”


“왜들 이렇게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할까? 도시에서 행해지고,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들 미술 운동과 또 관련된 논란과 수수께끼, 환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 p.7 

 

“나는 종종 붓과 페인트를 들고나가 몇 시간이고 벽에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스프레이 캔을 흔들고 있으면 모두가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따지기 시작합니다.

-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영국 작가 아인의 말, p.94 

<그라피티 태깅들> 작자미상, 뉴욕, 미국, 1972

 

물론, 거리미술에 대해 느끼는 각자의 의견은 자유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도시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이 거리미술 운동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길 권면한다. 왜냐하면 이 거리미술 운동이 이전부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담아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도시 곳곳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일원들이 올바른 관심으로 서로 소통해서 더욱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이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Anti,Anti,Anti>와 <Happy> 아인, 마이애미, 미국

 


역설, 역설, 힘의 원동력


‘역설의 논리’는 모순되지만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숨어있다. 마치 N극과 S극이 만나 동력을 만들 듯, 역설의 힘은 그렇게 작용한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도 ‘역설의 논리’를 따른다. 초기 그라피티 작가들이 익명성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려 했다든가,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작업이지만 작가로서 명예를 얻기 위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이러한 역설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어두운 현실을 조명해 ‘미술 운동’의 의미가 된다. 결국, 이는 그저 단순했던 거리에 ‘장소성’을 부여하는 힘이자, 작가들에게 미술 운동을 지속하는 힘이 된다.

 

“공간을 장소로 바꾸어 놓으면서,
그라피티 작가와 거리미술가는 모두 도시를 읽고 그곳에 무엇인가를 쓴다. 

...(중략) ...

공공영역의 숨겨진 현실을 조명할 수도 있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p.147 

<무제> Jace,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도시는 모두의 것이기에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옮긴이의 말, p.259 

 

이는 출생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주기를 반영하며
관객과 작품, 작품과 문맥과 도시의 일상 간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p.110 


  
 

공간의 확장, 생동의 거리미술


그라피티와 거리미술은 현재진행형이다. 또 다시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자신만의 암호로 시작된 그라피티가 이제는 도시를 대표하는 예술이 되어 인터넷 가상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라피티는 이제 물리적인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이다. 벽을 타고 세상과 소통한 예술, 이제는 그 벽조차 허물었다. 앞으로 우리는 역설적인 힘으로 생동하는 이 예술과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독자들에게 도시를 읽을 수 있는 도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中, p.261 

 

- 필자 주변의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작자미상, 분당

 

우연히 마주친 거리미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설렜다.

- 김재웃

 

제목 그라피티와 거리미술  
출판사 시공아트 
저자 애너 바츠와베크 
출판일 2015.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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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웃

더욱더 관찰하고 더욱더 통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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