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켄야(Hara Kenya)와 무인양품(MUJI)

15.01.22 0

 

 

 

 

 

 

처음으로 레포트를 썼다.

 

주제는 '본인의 10년뒤를 그려보고 닮고 싶은 삶의 주인공을 찾는 것’.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받은 과제기도 했지만 시기상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난감했다. 어른들조차 “내일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데, 갓 20대의 문턱을 넘은 내가10년 후를 내다보고 닮고 싶은 삶의 주인공을 찾아오라니..

 

텅 빈 머릿속을 부여잡은 채 시간은 흘렀고 레포트 제출 마감일이 임박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2008년에 서울 디자인 페스트벌에 참석했던 하라 켄야(Hara Kenya)였다.

 

-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 (はらけんや, Hara Kenya), 출처 : http://desinagre.tistory.com

 

 

 

 

 

전세계 순회전을 펼치며 하라 켄야 이름에 유명세를 더한 전시가 드디어 서울에 도착했다. 이러한 명성덕분인지, 전시 당일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 2008 서울 디자인페스티벌 하라켄야 특별전시 <HAPTIC Awakening the senses>, 출처 : http://blog.naver.com/sweetpea60

 

 

 

 

 

그는 디자인을 언어로 서술하기도 했다.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은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한 그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는 물음에 관해 자신이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답을 제시한다.

 

- 하라켄야의 저서<디자인의 디자인>, 출처 : https://www.futurerising.comhttp://agbook.co.kr/book/1298

 

 

 

 

 

 

하라켄야는 1958년생이며,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교수인 동시에 일본 디자인 연구소 대표다. 그는 '공(空)'의 개념을 일본의 세계적인 브랜드 '무인양품'을 통해 실현했으며 <리 디자인>, <햅틱>전시와 <디자인의 디자인>, <백>, <내일의 디자인>을 저술했다. 또한, 극한의 미니멀리즘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하는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다.

 

-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 ‘하라켄야’, 출처 : http://blog.naver.com/psh9363/220118182833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일본식 라이프스타일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무인양품 디자인 철학은, 넘치다 못해 감당이 안 되는 현대인들의 욕심을 내려놓게 함과 동시에 마음의 여유를 전했다. 더불어 ‘내려놓음’이 곧 ‘포기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무인양품 (muji), 무인양품은 1980년 월마트의 일본 자회사 세이유가 세운 생활용품 브랜드다. 출처 : http://www.imgsou.com

 

 

 

 

 

 

 

마치 일본인의 24시간을 들여다보듯, 생활의 불편과 불만을 정리해 반영하듯, 무인양품은 꼼꼼히 물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2001년 8월 경 하라 켄야가 물려받았다. 하라 켄야는 제품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Fukasawa Naoto)와 함께 다나카 이코(Tanaka Ikko)의 자리를 이었다.

 

 

 - Nihon Buyo poster,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

 

 

 

 

 

다나카 이코(Ikko Tanaka, 田中一光, 1930~2002)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디자이너다. 그는 * 바우하우스(Bauhaus) 철학을 흡수한 모던함과 서예와 가면, 목판화 등 일본의 전통적인 모티브에 대한 탐구심을 결합해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 바우하우스 철학 독일어로 바우(Bau)는 건축을 뜻하고 하우스(Haus)는 집을 뜻한다. 주된 이념은 건축을 주축으로 삼고 예술과 기술을 종합하는 것이다. 1919년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이를 모토로 미술&공예학교를 병합해 설립했다. 1933년에 폐교되긴 했으나 이 곳에서 제작한 제품은 많은 곳에서 모방됐다. 또한,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을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하는 방법 역시 바우하우스의 영향 중 하나다. 이는, 현대 조형예술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게 최고다!'라고 목놓아 외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브랜드의 이상(理想)으로 삼았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능과 편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이지만 잊혀진, 보편 타당함에서 ‘결여’돼 있는 부분을 채워나가자는 취지였다.

 

- 하라 켄야, 출처 : http://www.japantimes.co.jp

 

 

 

 

 

 

"기능을 더하고, 디자인을 더하면서 정작 물건에서 필요한 사소한 역할은 간과합니다. 오히려 물건을 기본으로 되돌리고 보편 위에서 생각할 때 보이지 않았던 역할의 가능성과 디자인의 틈이 보이죠."

 

하라 켄야에게 기본과 보편은 일차원적인 만족만 주는 가치가 아니다. 그의 디자인엔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는다. 하라 켄야의 대표작이자 무인양품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끌게 된 화제의 광고가 있다.

 

- MUJI Horizon Campaign, 출처 : https://www.pinterest.com

 

 

 

 

 

 

 

바로 '지평선 시리즈'다.

 

비움(Emptiness)을 콘셉트로 한 이미지 작업이다. 그는 하얀 바탕 위에 하얀 냉장고 사진을 덜컹 얹었고, 바탕 한 귀퉁이에 무인양품의 로고를 썼다. MUJI의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개된 Horizon 시리즈는 무지가 말하는 '무인양품', 즉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이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안데스 산맥 중턱, 해발 고도 3700m에 위치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사진은 하얗고 파란 바탕에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 그리고 무인양품 네 글자가 전부다.

 

 

"비어 있다는 건 곧 모든 게 있을 수 있다는 잠재성을 내포합니다. 사진으로 찍은 지평선은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장소기도 합니다. 브랜드, 제품, 그리고 디자인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빈 그릇의 가치에서 시작하는 무인양품은 이렇게 하라 켄야 디자인의 큰 축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모든 게 있고, 모든 게 있지는 것 같지만 텅 비어 있다. 무인양품의 백색(白色)과 하라 켄야의 여백(餘白)이 얘기하는 메시지다.

 

 

 - 본문 출처 : GEEK '좋은 디자인엔 정숙이 필요하다'

 

 

-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켄야 출처 : http://urbanog.tistory.com/67

 

 

 

 

 

이렇듯, 디자인은 소통의 연장선이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가’ 혹은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수용할 것인가’는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 그런 부분에서 하라 켄야는 소비자의 욕구와 자신의 신념, 그리고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한데 모아 소통을 이끌었다. 그가 주목 받는 이유 역시 디자인으로 소통을 이끌어서다. 사람들은 그의 디자인을 통해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디자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디자인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때문에 욕심을 열정이라 생각 말고, 많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지나친 욕심은 진정 필요한 것이 뭔지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욕심 많은 나 역시 아직까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하라 켄야를 통해 삶의 쉼표를 찍는 법을 배웠고, 그 쉼표에서 덕후질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디자인도 삶도 때로는 하얀 여백이 필요하다.

 

 

하덕후

그냥 하얀색을 좋아하는 '하덕후' 입니다.
디자인도 삶도 어떠한 색상과도 조화롭고,
무궁무진한 하얀색이 되길 바라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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