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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15.07.01 0

- 영화 <꼬마 니콜라> 예고편

 

 


이제 막 말이 트인 서언 서준 쌍둥이를 기다리며 TV 앞에 늘어져 있던 순간, 눈에 익은 삽화가 눈에 들어온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삽화들은 틀림없이 <꼬마 니콜라(Le Petit Nicolas)>다. 2009년, 실사판으로 영화화되기도 한 <꼬마 니콜라>는 초등학생 니콜라가 학교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동네 이웃들과 함께 벌이는 소동을 담아낸 프랑스 동화다. 아마 어렸을 적 한 번쯤 학교 도서관에서 읽어본 적이 있거나 책장에 한 권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니콜라가 유명해진 데는 작가 르네 고시니(Rene Goscinny, 1926~1977 : 프랑스의 대표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는 아스테릭스의 작가이기도 하다)의 역량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 1932~)의 귀엽고 서정적인 삽화 역시 인기를 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꼬마 니콜라>의 두 주역. 장 자크 상페(좌)와 르네 고시니(우), 출처 : http://emiliejohnson.blogspot.kr/2009/03/le-petit-nicolas.html

 

 

 

 

 

당시 무명 만화가였던 상페는 니콜라의 삽화를 도맡아 그리면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게 됐고, 그 후로 그의 작품은 연이어 성공을 거둔다.

 

- <꼬마 니콜라> 속 삽화들, 출처 : http://www.bernardaud.frhttp://www.luckymum.fr

 

 


장 자크 상페의 삽화는 <꼬마 니콜라>뿐만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벤 휘쇼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향수>의 원작자,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 1949~)의 초기 소설 <좀머 씨 이야기 (Die Geschichte von Herrn Sommer)>에서도 샹페의 삽화를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어린 소년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 (더군다나 작가의 성격이 한껏 반영되어 있어 사실 텍스트만 읽자면 오히려 음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다)을 상페의 따듯한 삽화를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좀머 씨 이야기> 표지, 출처 : https://evgeniyadudina.wordpress.com/page/2/



 

그의 삽화를 보고 있자니 온화한 그의 성격이 느껴진다. 소위 ‘나대지 않고’ 뒤에서 사람들을 조용히 관찰하며 쉬지 않고 손을 놀리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상페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뉴욕 스케치 (Per Avion)>에 고스란히 담아냈는데,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달한 뉴욕 사람들을 상당히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심하지만 따뜻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스팅은 뉴욕에서 외로움을 노래(English Man in New York)했지만 상페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본인만의 따뜻함으로 녹여냈다. 그가 보는 뉴욕은 시끄럽고 위선적이고 혼이 쏙 빠질 만큼 정신이 없지만, 분명히 애정이 담겨있다. 상페는 뉴욕에 거주하며 잡지 <뉴요커>의 표지를 도맡아 그렸고 우리가 ‘뉴욕!’ 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패션과 마천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과 ‘삶’ 자체에 집중했다. 그가 그려낸 수많은 ‘뉴욕의 삶’은 어느 인류사회학적 논문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는 평을 받는다.

 


- 잡지 <뉴요커>의 표지, 출처 : http://www.newyorker.com

 

 


인물을 표현할 때면 특히 진해지는(의외로 건물이나 기타 요소의 표현은 굉장히 디테일한 편이다!) 상페만의 특징은 마치 남프랑스의 부드러운 바람을 연상시킨다. 너무 세밀하지 않으면서 둥글게 둥글게 이어지는 펜의 흐름은 조금 팍팍해져있는 우리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듯 하다. 그건 아마 장 자크 상페의 사람 자체를 아끼고 좋아하는 성정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조용하게 세상을 관조하지만 그 안에 애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인 <얼굴 빨개지는 아이 (Marcellin caillou)>,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Raoul taburin)> 역시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게 살아가는 데 흠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다. 타인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짙게 자신의 작품 속에 묻어나는 작가가 또 있을까.



- 출처 : http://everyday-i-show.livejournal.com/172569.html


- 출처 : http://charley-lo.tumblr.com/post/27399676134/by-jean-jacques-sempe


- 출처 : http://pictify.com/616342/by-jean-jacques-sempe


- 출처 : http://pictify.com/616346/by-jean-jacques-sempe

 

 

 


프랑스에서는 2009년, 실사영화 개봉과 함께 파리 시청에서 단독으로 <꼬마 니콜라 삽화>展이 열리기도 했다. 마침 기회가 있어 직접 방문한 전시장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만큼 장 자크 상페의 삽화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었다. 2014년에는 니콜라의 얼굴이 그려진 기념 주화가 발행되기도 했는데 프랑스인들의 꼬마 니콜라, 그리고 장 자크 상페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뜨겁다. 그건 아마도 상페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사람들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부드러움에 모두 위안을 받고 미소 짓게 되는 것이다

 


- <자화상> 출처 : http://www.notefolio.net/hayleygeezoo/6833

 

 


가끔,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에 문득 놀랄 때가 있다. 무엇에 그리 화가 났는지 미간에 힘까지 주어가며 거칠게 진군하는 수준이다. 이제 표정을 조금 풀어주어야겠다. 내가 먼저 이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건네면, 어쩌면 세상도 나에게 따뜻함을 베풀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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