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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그림,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거울

16.04.07 0

            

<금지된 재현> 캔버스에 유채, 르네 마그리트, 1937, 출처: http://myungworry.khan.kr/494


그림 속 남자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거울에는 그의 얼굴이 아니라 뒷모습이 비치고 있다. 미술에서 ‘재현’은 장소 또는 사물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위 그림 속 ‘거울’은 ‘거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저 ‘거울’은 무엇일까?

그림 속 거울은 실제 세계가 아닌, 회화에서만 가능한 ‘금지된 재현’으로 표현된 거울이다. 마그리트 그림에서 ‘거울’은 익숙하고 일상적이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모순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위의 그림처럼 앞-뒤의 구분이 모호한 거울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세계를 비추고 있을 것이다.



<잘못된 거울> 캔버스에 유채, 르네 마그리트, 1935, 출처: http://totallyhistory.com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한다.

Everything we see hides another thing,
we always want to see what is hidden by what we see

- 르네 마그리트

 

그의 말이 맞다면 <잘못된 거울> 속 눈동자에는 하늘이 그대로 재현되어있을 뿐이다. 때문에 마그리트에게 ‘눈’은 잘못된 거울이다. 눈은 보이는 그대로만 인식할 뿐, 숨겨진 다양한 의미와 변형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저무는 해> 캔버스에 유채, 르네 마그리트 ,1964, 출처: http://www.theartist.co.kr

 

다음 작품을 보자. 유리창 밑으로 유리 파편들이 깨져 있다. 흩어진 파편 속엔 창밖의 풍경이 그대로 깨져있다. 작품 속 유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유리와 다른, (오히려) 거울에 가까운 형태인데 이 또한 ‘믿을 수 없는 거울’일까?

‘거짓 거울’이 깨진 자리에 해가 떠오른다. 우리가 보고 경험했던 풍경은 깨지고 새로운 풍경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그리트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의식’ 외에도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마그리트의 철학은 회화가 ‘재현의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도구’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미지의 반역> 캔버스에 유채, 르네 마그리트, 1929, 출처: http://magazine.hankyung.com

 

흔히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사유의 이미지’라고 칭할 만큼, 마그리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을 들추는 것을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말’과 ‘사물’의 관계에도 의문을 던졌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마그리트는 여기서 ‘이것’이 ‘파이프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이것’과 ‘파이프’는 다르다. 보통 우리는 지시하는 말과 대상을  너무나도 쉽게 연결 짓는다. 때문에 우리는 ‘읽는 것(문자)’과 ‘보는 것(이미지)’에서 ‘이것=파이프’라는 공식을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내 작품은 아무런 상징도 없는 이미지다. 그것들은 미스테리를 만들고, 그렇기에 누군가가 내 그림을 본다면 '이게 무슨 의미지?'하고 물을 것이다. 사실, 내 그림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또한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그림은 그저 알 수 없을 뿐이다.

My painting is visible images which conceal nothing; they evoke mystery and, indeed, when one sees one of my pictures, one asks onself this simple question "What does mean?" It does not mean anything, because mystery means nothing either, it is unknowable.  

- 르네 마그리트 

 

하지만 마그리트는 단호하게 ‘말’과 ‘그림’을 끊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의 발언에 우리는 다시 혼란스러워지는데, 이는 통상 그래 왔던 ‘믿음’이 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작품은 기존의 미술작품과는 다른 미스터리로 남는다. 동시에 우리 내면에 숨은 ‘눈’을 깨부수고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풍경을 인식하는 동기가 된다. 몰랐다면 그의 작품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의 철학을 곱씹으며 ‘사유하는 순간’을 느껴보길 바란다.


르네 마그리트, 출처: http://www.mskgent.be 


내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For me the world is a defiance of common sense.

-르네 마그리트

 

가은

글쓰는 디자이너, 디자인 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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