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김현복 장인설'과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

14.11.10 0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른 '김현복 장인'썰

 

 

 

 

한동안 인터넷에는 ‘김현복 장인’ 에 대한 여러 가지 썰이 넘쳤다. <동원 데어리푸드>(이하 동원)의 <덴마크 우유> 시리즈에 새겨진 검수자의 이름에 따라 우유 맛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그 중에서도 ‘김현복’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우유를 택하면 그것은 종류에 관계없이 ‘장인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김현복 장인을 찾기에 바빴고 심지어는 직접 맛을 비교를 해본 사람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결국 이 해프닝은 한 매체가 ‘김현복 장인’을 찾아 직접 담당자를 인터뷰하면서 ‘뜬금 없지만 고마운 입소문’으로 밝혀졌다. 마치 ‘아서왕 전설’처럼 덴마크 우유는 때아닌 ‘김현복 장인설’ 덕에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덴마크 우유 살 땐 이름 확인!”… ‘장인 김현복’ 소문의 진실은?

 

 


자, 이제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부유함, 선진국, 소가 뛰어 노는 푸른 초원, 미드 <한니발>의 주인공 매즈 미켈슨까지.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왠지 모를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이미 유사제품이 많은 우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동원>이 택한 방법은 ‘명화’ 였다. 명화는 그야말로 ‘프리미엄’ 분위기를 물씬 뿜어냈고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카피를 시각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기술력과 예술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를 사로잡는 기법을 ‘데카르트 마케팅’ 이라고 부른다. Tech와 Art의 합성어로 철학자 데카르트의 발음을 딴 것이라 한다.

 

 

 - 덴마크 우유 시리즈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주로 예쁜 유럽 언니들이 새겨진 우유곽 말이다. 이 예쁜 유럽 언니들이 구매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명화가 새겨진 우유는 왠지 모르게 맛도 부드럽고 더 고급스러울 것 같은 느낌이다. 겨우 우유팩 디자인 하나에 데카르트니 뭐니 하는 마케팅 전략이 녹아 있고 심지어 ‘장인전설’까지 숨어있다. 이 고급진 우유곽, 그냥 쭉쭉 마셔버리기엔 어딘가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짚고 넘어간다, 덴마크 우유 시리즈!

 

- 순서대로 <마리 안 드 부르봉 (Marie-anne de bourbon)>, <밀짚모자 (Le Chapeau de Paille)>,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The Girl with a Pearl Earring)>

 

 

 

 

각각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출신인데다 계급도 너무도 다른 여인들의 올곧은 눈빛이 인상적이다. 라질리에르와 루벤스의 화려하고 넘실거리는 옷주름에서 이미 부와 명예의 냄새를 맡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푸른 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태양왕 루이 14세를 아버지로 두었다. 모자를 쓴 여인은 벨기에 섬유상인의 딸이자 루벤스의 처형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알고 있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마도 평민 계층이었을 것이다- 라고만 추측되고 있다. 이렇듯 공통점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세 여인은 ‘진하고 부드러운 유럽풍 카푸치노’ 의 모델이다. 단지 파란 색을 포인트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까? 예측해보건대 이 그림들을 같은 제품의 모델로 선택한 이유는 ‘여인들의 눈빛’에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기품 있게, 관람자의 속을 궤뚫어보는듯한 시선은 소비자들에게 ‘유럽풍 카푸치노’ 를 마시는 순간, ‘고급스러움’을 이입하는 데 좋은 반찬이 된다. 더군다나 세 작품 속에 은은하게 펼쳐지는 빛의 표현 역시 부드러운 카푸치노의 거품을 연상시켜 제품이 가진 특성과 느낌을 어느 정도 전달하고 있다.

 

 

- <빌체스 백작부인 (La Condesa de Vilches)>, 페데리코 데 마드라소, 1853, 프라도 미술관 소장

 

 

 

물론 이렇게 편안하고 나른한 자세로 우리를 맞이하는 부인도 있다. 마드리드 사교계를 꽉 잡고 있던 ‘빌체스 부인’이 담당하는 커피우유는 바로 ‘카페라떼 토피넛’. 고소한 견과류에 버터와 코코아를 섞어 만든 시럽을 첨가했다고 한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토피넛라떼와 빌체스 부인의 예쁜 미소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 <팽쿠크 부인의 초상 (Portrait de madame Panckoucke)>, 앵그르, 18세기, 루브르 박물관 소장

 

- <필리베르 리비에르 (M. Philibert Rivière)> 앵그르, 18세기, 루브르 박물관 소장

 

 

 

 

 재미있는 점은 유독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의 작품이 유난히 모델로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로코코의 화려함과 가벼움이 절정에 달해 점점 스러질 무렵, 다시 고전의 엄격함을 되찾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신고전주의와 이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앵그르이다. 태양왕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대가 지나고 찾아온 변화는 제일 먼저 물결치듯 넘실거리던 선의 방향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인물들의 표정 역시 간결하고 심지어 팽쿠크 부인은 당시 스물 넷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엄숙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앵그르의 인물들이 선택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앵그르가 가진 특유의 우아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공공미술, 또는 역사화에 좀 더 가까웠던 여타 신고전주의 화가들과 달리 앵그르는 인체의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나체화를 수준급으로 그려내던 화가였다.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은 팽쿠크 부인과 리비에르 씨의 미소에서 담백함과 깔끔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각각 아포가토와 토피넛 라떼를 맡고 있는 모델로서 ‘우리 커피가 마냥 달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떠도는 일화 중 하나다. 명품의류를 만드는 어느 기업에서 백 만 원짜리 코트를 만들었더니 전혀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너의 단 한마디가 매출을 올려놨다. “그럼 0을 하나 더 붙여.” 제품 자체가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품질의 단서가 이 경우에는 숫자, 즉 가격으로 나타난 셈이다. 물론 비싼 것을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일부 소비자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 우유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 ‘명화’ 라는 컨텐츠를 품질의 단서로 이용해 전년도 대비 700퍼센트가 넘는 매출로 나타났다. 정말로 옛 말에 틀린 거 하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아직까지 통하는 진리였다니…!

 

 

- <카롤린 리비에르 양 (Mademoiselle Caroline Rivière)> 앵그르, 18세기, 루브르 박물관 소장

 

- <목이 파인 드레스를 입은 잔느 사마리 (jeanne samary in a low-necked dress)> 르누아르, 1877, 푸쉬킨 미술관 소장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이쯤 되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대략 어느 제품에 어느 모델이 선택 받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쪽은 모카라떼, 한쪽은 민트라떼다. 과연 정답은 무엇일까?

 

 

 

출처

http://www.dwdf.co.kr
http://www.pinterest.com
http://commons.wikimedia.org
http://en.wikipedia.org
http://commons.wikimedia.org
http://www.sfu.ca
http://allart.biz
http://en.wikipedia.org
http://www.wikiart.org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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