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의 난(亂)

14.12.16 0

 

 

 

"그거 구했어? 아직 물량 있대?" 요새 어딜 가든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제다. 최근 허니버터칩 대란과 함께 '무민의 난' 이라고 칭할 만큼 화제가 된 '무민(Moomintroll)' 얘기다. 던킨 도너츠에서 12월 이벤트로 기획한 무민 쿠션 증정 (정확히 말하자면 증정은 아니다. 도넛이나 케익을 구매하면 2~3000원에 무민 쿠션을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쿠션을 샀더니 도넛을 줬어요!”의 예가 되겠다.) 행사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체 어느 곳에 가야 물량이 남아 있는지, 무민쿠션을 얻기 위한 전략기획이 뭔지, 어느 지점은 대기자 명단이 있다더라, 오픈하자 마자 가도 줄을 서야 하더라 등의 무용담이 이어졌다.

 

당장 단톡방을 들여다 봐도 드디어 무민을 구했다는 위너들과 여전히 무민을 찾아 헤메이는 원정대의 희비가 엇갈린다. 물론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썰은 “어느 훈훈한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줄 무민 쿠션을 위해 홀로 줄을 서고 있더라.”는 괴담이다. 어느 곳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나왔다. 애인에게 허니버터칩을 구해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무민 쿠션이 가세한다면? 게임 끝이다. 대체 무민이 뭐길래 사람들은 반지원정대에 맞먹는 모험을 시작 했을까.

 

- 무민, 출처 : http://edwinashaw.com/2010/11/22/a-moomintroll-adventure

 

 

 

'무민'은 스웨덴 계 핀란드 여성작가인 토베 얀손(Tove Jansson)이 만든 캐릭터다. 원작은 동화로 발매되어 196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어린이 문학에서의 노벨상- 을 수상했고, 그녀는 핀란드 최고 훈장을 수여 받았다. 스웨덴어로 쓰인 이 동화는 만화와 함께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로서 여전히 인기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뽀뽀뽀>를 통해 <내 친구 마밍> 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된 적이 있고, 일본에서는 이미 무민 테마카페가 존재할 만큼 유명세가 크다.

 

- 도쿄의 무민 테마카페 전경, 출처 : http://nihontastic.com/2014/05/31/moomins-in-japan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민을 보면 흔히 '물먹는 하마'를 떠올린다. 그래서 무민도 “하마가 아닌가?” 싶겠지만 무민은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트롤이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트롤이 맞다. 물론 <반지의 제왕> 세계관에서는 굉장히 징그럽게 등장했지만 북유럽 설화에서는 트롤이 '무서운 괴물’을 통칭한다. 어떻게 보면 <꼬비꼬비 (1995~97 KBS 방영)>에 나오는 귀여운 도깨비들이 핀란드의 무민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 출처 : http://www.theaterfigurenmuseum.de

 

 

 

 

<무민의 모험>은 무민아빠(Moominpapa), 무민엄마(Moominmama), 주인공 무민트롤(Moomintroll)이 동네 이웃들과 함께 벌이는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모험가 친구 ‘스너프킨’과 무민과 썸타는 사이인 ‘스노크’ 아가씨, 말썽쟁이 ‘리틀 마이’ 역시 무민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등장인물이다.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1969년, 1972년 일본 제작진이 제작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데즈카 오사무와 <빨간망토 차차>, <그랑죠>의 각본을 담당한 타카하시 료스케가 연출에 참여해 수작으로 탄생했다.

 

- 일본에서 발행한 할로윈 기념 무민 엽서, 출처 : https://catastrophicfindings.wordpress.com/2012/10

 

 

 

 

 

얼마 전, 공중파 교양프로그램에서 무민을 소개해 준 적이 있다. 단지 애니메이션의 연식 때문인 건지, 혹은 북유럽 특유의 감성인건 지는 모르지만 어린이 애니메이션 치고는 상당히 어두운 색조에 살짝 당황했다. 그런데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무민 영상을 보니.. 귀...귀엽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 출처 : 겨울잠을 준비하는 무민과 친구들. 마음이 따뜻해진다!, http://readers.penguin.co.uk

 

 

 

사실 무민을 찾아보기 전까지 대체 왜 타국의 캐릭터를 못 구해서 그렇게 안달인 건지, 던킨 도너츠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허니버터칩과 마찬가지로 SNS 업로드용 대란이 아닌가 싶었는데 애니메이션 오프닝 속 “우리의 영웅 무민..”이 기지개를 켜자마자 바로 무장해제가 되어버렸다. 아, 다들 이런 마음으로 무민을 찾아 헤맸구나! 괜히 이렇게 먼 곳에서도 “무민, 무민” 하며 울고 있는 게 아니었다! 무민이 가진 매력은 처음 무민이 태어난 1966년부터 최근(2014년 10월) 극장판이 개봉될 정도로 어마 무시한 것이었다.

 

추운 나라에서 똘똘 뭉쳐 살아가는 이 귀여운 트롤 가족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는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에게 훈훈함을 전한다. 12월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몰아치는 한파를 견뎌내는 방법으로 무민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온 동네를 모험하듯, 추워서 움츠러든 우리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녹아들 테니 말이다. 그리고.. 무민 원정대에 합류하게 된 것을 축하하오, 젊은이여!

 

 

- 무민 에피소드 1회 영상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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