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레이션 (narration) : 눈길을 끄는 그들의 목소리

14.12.02 0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배우 김희애는 똑 부러지는 이미지와 중저음의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 김영철의 ‘놓치지 않을 거예요!’ 패러디로 곤욕을 치른 바 있지만, 그녀의 매력적인 보이스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얼굴 없는 나레이션은 어떨까.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활발히 오가며 대중들과의 관계를 두텁게 쌓은 배우라면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배우의 비주얼 만큼, 때론 그 이상으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는 나레이션. 오늘은 광고 속 ‘잘 디자인된 보이스’에 흠뻑 빠져보자.




- 출처 : www.iphoneitalia.com

 

- I phone6 & I phone 6 plus  commercial 

 

 

 

 

빰.빰.빰.

제품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입으로 내는 효과음만으로 가득 채운 광고가 있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광고 ‘크다는 것 그 이상’ 편이다. 또 다른 시리즈는 JTBC <마녀사냥>에 출연 중인 신동엽과 유세윤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새로운 기능을 요목조목 잘 버무려내 낯설 수 있는 내용들이 도리어 편안하게 다가온다. 

 

- JTBC <마녀사냥> 출처 : www.dailian.co.kr

 

 

 

 

이번 신규 광고를 포함한 애플의 광고캠페인은 일관된 ‘톤 앤 매너’가 있었다. 세세히 보여지는 기능, 직접 제품을 체험해보는 듯한 영상이 그렇다. 하지만 이번 광고에서는 한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나레이션이 매우 심플해졌다’는 것이다.

 

 

- 출처 : kissphoto.net

 

- I Pad 2 commercial 

 

 

 

 

그래서인지 차분한 나레이션이 돋보였던 아이패드의 광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20년 이상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한 국민 DJ, 배철수의 나레이션은 제품이 발전해가는 과정, 그로 인해 변해 갈 우리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차분하게 전달했다. 오랜 세월 함께해 온 그의 보이스는 영상보다 더 큰 임팩트가 있다.

 

이처럼 두 광고는 나레이션이라는 같은 툴을 활용했지만 그 느낌은 매우 다르다. 특히 이번 아이폰 광고는 기존의 나레이션 형식을 탈피한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배철수의 나레이션처럼 진중한 느낌은 없지만,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SNL코리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온 방송작가를 섭외하여 카피를 작성했다고 하니, ‘친숙한 분위기’ 또한 매력적인 나레이션을 탄생시키는 데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 출처 : www.ytn.co.kr

 

 

 

 

사실 배우들의 목소리를 광고로 끌어온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왔고, 효과를 톡톡히 본 광고들도 무척 많다. 지난 칼럼에 이어 또 다시 등장한 배우 류승룡. 좋아하는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인 나이키와 그가 만났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공개된 ‘Find Your Greatness’ 캠페인은 휠체어 레이싱, 다이빙, 체조, 우슈 등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됐다. 그 중 한 편을 잠시 감상해보자.

 

 

 

 

“당신이 이루고자 한다면 위대함은 바로 그곳에 있다.”

‘위대함’. 나와는 크게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조금은 부담스럽고, 무거운 단어다. 하지만 나이키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올림픽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일상에서도 그 ‘위대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과 더욱 가깝게 닿아있는 또 하나의 시리즈도 만나보자.

 

 

 

 

평범한 모델과 큰 변화 없는 원 테이크 영상이 자칫 지루함이 들 수도 있지만 류승룡의 나레이션과 어우러지는 순간, 영상에 몰입하게 된다.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 모두 위대하다고 이야기 하는 이 광고는 ‘다이어트’와 ‘운동’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와 더욱 가깝게 마주한다. 글로벌 광고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묵직한 그의 보이스가 캠페인에 담긴 의미를 더욱 확실하게 전달한다. 이 감동적인 카피는 베테랑 배우답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세세한 감정을 녹여낸 류승룡에 의해 더욱 진정성 있게 디자인됐다. 

 

- 출처 : www.kobis.or.kr

 

- 출처 : www.asiatoday.co.kr

 

 

 

 

관객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여주인공을 숨기고 싶게 만든 배우, 하정우. 섬뜩한 스크린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류승룡과 같은 비장한 나레이션을 맡은 바 있다.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국민브랜드, ‘초코파이’라니 제품 군 카테고리가 조금 의외였지만 염려와는 달리 둘은 제법 잘 어울렸다. 이번 광고에서 역시 ‘정(情)’이라는 키워드는 그대로 활용했지만 그 무게는 확연히 다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담은 영상과 하정우의 비장한 나레이션은 ‘영화 같은 광고’로 탄생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이 패러디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하정우’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장면과 기존의 톤 앤 매너를 섞어 또 다른 컨텐츠를 생산했다. 영화 <추격자>를 본 사람이라면 이 절묘한 패러디 영상도 함께 감상해보시길.

 

- 출처 : fnnews.com

 

- 초코파이 패러디 

 

 

 

 

때론 일상의 대화처럼, 때론 영화의 독백처럼 새로운 옷을 입은 나레이션은 광고 속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전한다. 익숙한 나레이션 방식을 탈피한 ‘잘 디자인 된 나레이션’은 기억 속에 더욱 오래 머문다.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류승룡의 나레이션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나운서처럼 똑 부러지는 말투보다 어눌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투가 더 짙은 감동을 줄 때가 있으니까. 문장 하나 없이 효과음 만을 담은 아이폰 광고에 이어 또 어떤 색 다른 시도를 보여줄 지 앞으로의 나레이션에 더욱 귀를 기울여봐야겠다.

 

 

손수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
때로는 글 때로는 그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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