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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의 재탄생: 부천 삼정동 소각장 <공간의 탐닉>展

15.08.07 0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있는 우리 동네에는 흔히 사람들이 ‘혐오시설’이라 일컫는 소각장이 있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종종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지만 소각장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소각장을 싫어했지만 소각장은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다 했다. 그리고 2010년, 소각장은 영원한 휴식을 가졌다. 소각장에 대한 기억은 여기까지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처럼, 폐쇄된 소각장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 삼정동 소각장 입구

 

다행히 소각장이 자리잡은 도시는 문화사업이 특화된 곳이었고, 사람들은 폐소각장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삼정도 소각장은 문화관광부가 공모한 <2014 산업단지•폐 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공간에 대한 고민은 젊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지난 7월 15일, <공간의 탐닉>展이 개최됐다. 


<로비와 복도> 정혜원, 소포지 & 테이프 가변설치, 2015

<고물상(古物商), 고철나무(古鐵)>상덕, 버려진 것들, 가변설치, 2015

- 고철나무의 세부

건물에 들어서면 소포지와 테이프로 온통 포장된 공간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작가의 노고와 전시 제목, 전시공간의 성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정혜원 작가가 정성스럽게 포장해 놓은(이 더운 날 에어컨도 없는 공간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복도를 따라 방에 들어서면, 상덕 작가의 고철 나무가 우뚝 서 있다. 고물상과 공장에서 주워온 폐품들은 작가의 손에서 다시 가치를 얻고 새로운 예술이 된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자 하는 삼정동 소각장과 일맥상통한다.

멀리 퍼지는 소리를 따라 내려간 지하에는 침출수가 고여 있었다. 공간을 새로 리모델링하거나 청소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 재창조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길쭉한 상판 위를 조심스럽게 밟아 걸어가면 세 개의 전시실 속 작품이 물 그림자와 함께 환상적이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JUTLANDIA> 박병래, 싱글채널비디오, 7분 20초, 2015

<There was no shelter> 조형섭, 2015


<소리탑, 성스러운 흐름> 정기엽, 생수, 물 공급장치, pvc배관자재, 스피커와 음향기기&가변설치, 2015

 

물 위라는 공간을 이용한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시도한 것 역시 ‘공간의 재탄생’이었다. 세월호를 연상하는 조형섭의 배 모형과 625전쟁 발발 이후 가장 먼저 한반도로 달려와 사람들을 구했던 덴마크의 의료선 ‘Jutlandia’호, 그리고 끊임없이 안개와 소리를 만들어내는 정기엽의 소리탑은 지금 내가 서 있는 공간이 폐소각장의 지하-침출수가 여전히 가득 고여있는-가 아니라 각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

 

습한 지하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각장이 세워지며 함께 제작된 모형이다. 여느 박물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램프 달린 모형과 맞은편의 소장실과 상황실. 그 언젠가는 이 곳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이었으리라. 문득 과거와 현재의 장면이 중첩되는 듯한 상상에 빠져든다. 2층 전시실 역시 ‘재생’ ‘부활’ ‘탄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버려진 공간에서 자라나는 상추들-그야말로 ‘새로 태어남’이라는 개념을 철저히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과, 그 동안 뒤덮인 먼지와 찌든 때를 흘려 보내지 않고 그대로 담아둔 실험실의 물풍선은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고 있다.

 

<생각의 밭> 허연화, 시험관, 물 &가변설치. 2015

<형상기억> 한석경, 부천(구)쓰레기소각장의 먼지, 풍선, 물 & 가변설치. 2015

관리동 뒤편에 있는 반입실은 들어서자마자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종소리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미니멀리즘 작가 단 플라빈(Dan Flavin, 1933-1996)을 연상시키는 조명 작품을 지나 넓은 공간으로 들어서자, 천장에서부터 피아노 줄로 배치된 36개의 스피커가 종 모양을 이루며 그 자체로 종이 되어 있다. 전시의 시작과 폐소각장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매 해 1월 1일 보신각에서의 타종을 떠올려보라-종소리는 거대한 반입실 내부를 울린다. 이 공간에는 특히 흔들리고 울리고, 움직이는 작품이 많아 재미있다. 카메라에 지나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포착해 흩날리는 입자로 스크린에 보여준다던지, 지하 9m의 거대한 쓰레기 벙커에 천을 늘어뜨려 실재와 가상을 뭉그러뜨리는 것이다. 특히 김치앤칩스가 사용한 이 무서울 정도로 깊은 공간은 정말이지 압도적이다.

<Light Tree : Interactive Dan Flavin (V.2)> Hive(하이브), 풀컬러 LED, IR센서, 아크릴, 레드파인, 2014

<근대의 나무> 유비호, 철제봉, 1970~8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플랜트기업 로고 깃발, 2011

<Lunar surface, The Incinerator 2015> 김치앤칩스, 디지털잉크프린트, 라이브스캐닝설치물, 10,000cm X 20,000cm, 2015, 이 작품은 실제로 가서 보길 강력 추천한다. 규모가 어마어마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눈 앞에서 바람에 흐드러지는 거대한 천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이 폐소각장 안에서 거대한 달을 마주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만화 <원피스>에는 ‘사람이 죽는 건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 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그건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정’의 반의어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도 일맥상통 할 것이다. 모두가 입을 모아 미워했던 소각장은 그 기한을 다 하고 조용히 정지한 채 ‘남을 뻔’ 했다. 하지만 <공간의 탐닉>展은 무언가를 완전히 바꾸거나 설치하지 않고 오직 그 공간 자체로 새로운 탄생이 가능케 하는 전시였다.


과거를 끌어와 현재가 되고, 현재는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한다. 우리 동네 소각장은 아마도 계속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끊임없이 태어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전까지의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그건 가장 가까운 우리들, 동네 사람들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 참 다행인 일이다.

 

전시기간 2015년 7월 15일 – 2015년 8월 17일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6시 * 월요일 휴무
관람료 무료 
장소 삼정동 (구)쓰레기 소각장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53) 
문의 삼정동 소각장 아카이브 플랫폼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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