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아름다움, 스목 드레스

15.07.09 0

- 출처: http://oraclefox.com/2015/2/18/vogue-austrailia-march-2015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신주쿠 거리에서 바스락거릴 듯한 흰 드레스를 입은 일본인을 보았다.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흰 가운 같이 생긴 옷이었다. 밤의 신주쿠 거리는 낮보다도 화려한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무늬가 조금 들어간 흰 드레스였는데도 불구하고 신주쿠 거리의 그 여자는 눈에 확 띄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돼도 않는 영어랑 일본어를 써가며 어떤 드레스냐고 물었다. “베이비 돌 드레스.” 여자의 대답이었다.

 

 

 



- 베이비 돌 드레스, 출처 : http://www.ralphlauren.co.kr/women/


베이비 돌 드레스에 대한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바로 201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디올(Dior)과 로샤스(Rochas)의 스목 드레스(smock dress)를 접한 후였다. ‘꿈꾸고 있는 옷’ 같은 디올의 드레스가 스목 드레스였다고? 일단 베이비 돌 드레스를 검색했다. 사전에 스목 드레스 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다시 디올과 로샤스 그리고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짧은 하얀 원피스를 들여다봤다. 그 후, 나는 스목 드레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목 드레스가 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스목 드레스가 꾸준히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영화배우 피비 톰킨(Phobe Tomkin). 디올의 스목 드레스를 입었다.
출처 : http://ilovewildfox.com


사실, 지난 겨울 디올의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백옥 같은 스목 드레스를 선보였을 때, 몇몇은 목까지 다 덮는 이 드레스를 ‘빅토리아 시대의 잠옷 같다.’며 혹평했다. 그러나 드레스는 상상력을 자극했다. 야릇한 상상이 아니라 드레스가 지닌 신비로움에 대한 상상이었다. 스목 드레스를 입고 갈색 샌들을 신은 나를 상상해봤다. 드레스가 지닌 오묘한 아름다움이 나를 한 번 볼걸 두 번 더 돌아보게 만들 거라는 희망을 들게 한다. 이렇듯, 스목 드레스는 여성들에게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한다.

 

 

- 루이비통의 스목 드레스, 출처: www.showdetails.it

- 로샤스의 레이스 스목 드레스, 출처: http://www.style.com

- 클로에의 셔츠 스목 드레스, 출처: http://www.style.com

- 프라다의 스목 드레스. 거즈면 소재의 드레스로 마무리 하지 않은 밑단 박음질까지 더해져 더욱 자연스러운 멋을 담았다. 출처: http://www.style.com


루이비통의 디자이너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도 스목 드레스를 선보였다. 날렵하고 섹시한 여성을 그렸던 발렌시아가(Balenciaga) 디자이너 시절과 반대로, 그는 하늘하늘한 스목 드레스에 나풀거리는 셔링 장식과 둥근 단추를 가슴팍에 달아 여성의 자연스러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로샤스(Rochas)는 우아한 시스루 레이스 스목을 선보였다. 당장 입고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클로에(Chloe)의 셔츠 스목, 바느질 장식이 드러나 더욱 자연스러운 프라다의 드레스 스목 또한 올해 여름을 책임질 스목 스타일로 손색이 없다.

 


 

- VOGUE Australia
출처: http://canadadresses.blogspot.kr/2015/06/picnic-at-hanging-rock.html


완벽한 몸매만이 입을 수 있는 옥죄는 드레스와 레이저 커팅 기법을 이용한 날카로운 실루엣, 그리고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신소재들이 눈 깜빡 할 사이에 튀어나오는 현대 패션계에서 스목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스목은 여유로움을 뜻한다.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뜻한다. 스목은 도시 한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아스팔트 사이의 토끼풀이다. 그러나 토끼풀이 쉽게 무시당하고 꺾이는 것처럼, 현대 패션계에서 펑퍼짐하고 지극히 여성적인 자수가 들어간 스목은 ‘스타일리쉬 하다.’고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지금, 스목은 자극보다는 여성에 대한 배려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따뜻한 패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서야 스목 드레스가 날개를 펼치고 런웨이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그런 패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조화와 편안함을 추구해보라는 디자이너들의 제안이 아닐까? 90년대 에코올로지 룩에 앞장섰던 디자이너들처럼 말이다.


국내 스트릿 패션은 패스트 패션과 스키니한 실루엣의 과부화가 일고 있다. 검정색과 미러 선글라스 그리고 버킷 햇으로 무장한 이들 사이에서 스목 드레스와 금빛 샌들을 신고 당당히 꽃을 꺾어보자. 그 누가 오묘한 아름다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스목 드레스만큼 일명 ‘쿨’하고 새로운 패션은 없다. 적어도 올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말이다.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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