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Normal life>展 : 평범한 일상의 기록들 REVIEW

갤러리 애프터눈, 김희수 <Normal life>展 : 평범한 일상의 기록들

21.10.07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 사랑을 나누는 남과 여, 담배를 피는 남자. 모두 김희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이라는 주체적인 속성도 있지만, 한결같이 표정이 없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다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이름만큼 갤러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표정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희수 작가 인터뷰 보기     흥미로운 지점은 이상하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외로워 보인다는 점, 나아가 그들 가운데 이상하게도 나와 닮은 누군가가 꼭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무표정의 인물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어쩐지 외로움을 풍기는 듯한 그림 속 인물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너 참 외로워 보이는구나’하고 말이다.     잔잔한 색감과 굵은 선의 표현이 표정 없는 인물들의 이 0 Read more
Features 문화역서울 284,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展 REVIEW

문화역서울 284,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展

21.10.07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展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을 펼쳤던 일본이 선조들을 탄압하는 방식은 비단 물리적 차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민족 고유의 정신은 문화에서 비롯함을 익히 알고 있던 그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자인 한글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민족의 얼’을 뺏기 시작했다. 언어를 둘러싼 담론에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언어학자 ‘사피어-워프의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내용을 주장했다. 바로 ‘언어결정론’이다.     언어결정론이란 말 그대로 ‘사용하는 언어가 사용자의 사고와 세계를 결정 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과정은 종국에는 ‘문화를 창조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접근은 시류에 따라 변하는 신조어 사용의 문화적 변화를 설명 0 Read more
Features [전시 리뷰] 국립한글박물관 <친구들아 잘 있었니?>展 REVIEW

[전시 리뷰] 국립한글박물관 <친구들아 잘 있었니?>展

21.09.08 <친구들아, 잘 있었니>展   어릴 적 부모님과의 시간 중 가장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엄마 무릎에 누워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솔솔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자모음이 결합된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평화로운 오후 그 자체였다. 친구 누군가는 아빠가 너무 바빠서 직접 책을 읽어주는 대신, 테이프에 동화책을 녹음해 들려주었다고 했다. 또, 이웃집에 살던 한 살 아래 동생은 일이 바쁜 부모님을 대신 우리 엄마의 책읽기 시간에 항상 동행을 했고, 이따금씩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엄마에게 건네고는 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한글을 뗐다. 비록 다른 친구들처럼 명석하게 자음과 모음을 변별하지 못했지만, 글자가 결합된 전체의 형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흔히 ‘통글자’라 불리우는 글자의 덩어리를 통해 한글의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과학성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책읽기의 즐거움을 알고 나서는 부모님이 0 Read more
Features [전시 리뷰]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展 REVIEW

[전시 리뷰]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展

21.08.01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展   얼마 전,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목격했다. 집 근처 정류장에 하차해 초록색 신호로 바뀔 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록빛의 무언가가 발아래서 깜빡이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신호는 어느덧 초록으로 바뀌어 있었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파에 등이 떠밀려 길을 건너고 보니, 초록색 신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깜빡임이 발아래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내 신호등이 빨간빛으로 바뀌자, 발아래서 깜빡이던 조명도 이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신호등 라이트  나중에 알고 보니 발아래 조명은 횡단보도의 신호와 연동된 넛지 디자인으로, 보행자들이 신호대기 중 차도로 뛰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구조물이었다. 아마 대다수의 보행자들이 신호를 대기하면서 휴대폰을 하므로 이로 인해 발생할 0 Read more
Features [리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 REVIEW

[리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

21.06.17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결정론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참 매력적인 이론이다. 사람들은 흔히 ‘언어’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문자의 조합이라 생각하지만, 언어는 비단 문자에만 국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하루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일로 가득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동일한 사건을 겪은 사람들도 각자가 타고난 기질과 성정, 그리고 각자의 주관과 히스토리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는 인지도 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은 1930~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문학과 예술을 이끈 자들의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일제감정기 시대를 배경으 0 Read more
Features [전시 리뷰] 도심에서 자연 만나기, 김건주 <Portraits of a Day>展 REVIEW

[전시 리뷰] 도심에서 자연 만나기, 김건주 <Portraits of a Day>展

21.05.26   전례 없는 팬데믹 현상으로 ‘자연’과 ‘공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었다. 자연스레 실내 생활이 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코로나 블루’를 방지하기 위해 식물 재배 키트를 전달하기도 했다. 혼돈의 와중에도 자라는 식물을 보며 생명력을 느끼고,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는 흡사 영화 <마션>을 떠올리게 한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흙과 빛, 그리고 씨앗만 있으면 생명이 움트고 희망을 느껴서다.   김건주 <Portraits of a Day>展  코로나19 이후 전시장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그간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전시장에 방문할 수 있던 호시절은 지나가고, 제한된 인원으로 ‘누가’, ‘언제’, ‘어떤’ 전시를 방문할지 명백해야 해서다. 그러나 모든 일에 한 가지 면만 있 0 Read more
Features [전시 리뷰] 일상을 인식하는 방식, 에브리데이 몬데이 <personal life>展 REVIEW

[전시 리뷰] 일상을 인식하는 방식, 에브리데이 몬데이 <personal life>展

21.05.12 <PERSONAL LIFE>展   비어있는 얼굴과 강렬한 색감의 인물. 외형적인 모습이 여성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이 인물에게는 그 어떤 표정도 감정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완성된 얼굴’에 익숙해진 탓에 텅 빈 얼굴에 신경이 쓰여 자연스레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유추하게 된다. 이를 추론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배경과 사물. 방 안에 있는 인물은 침대에 누워있거나 반려동물을 껴안고 있다. 혹은 무언가를 먹거나 기하학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오묘한 인상을 자아낸다. 이따금 원초적인 행동과 이를 나타낸 흘러내리는 듯한 그림체는 기괴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작업의 의미를 반추하게 된다.     2021년 4월 미국 작가 Andy Rementer와 일본 작가 Auto Moai의 그룹전이 시작된다. 국적도 다르고 걸어왔던 길도 다른 두 명이 모여 개인적인 일상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색감, 형태, 0 Read more
Features [리뷰] 갤러리 스탠, 김정윤 <INSPIRATION>展 REVIEW

[리뷰] 갤러리 스탠, 김정윤 <INSPIRATION>展

21.04.28   소위말해 ‘힙한’ 그림으로 많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자아내는 일러스테이터 김정윤의 두 번째 전시가 개최됐다. 평소 트렌디한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기로 유명한 ‘갤러리 스탠’에서다. 김정윤 작가는 201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약 5년 간의 공백기간이 있었다.     때문에 이번 전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를 심어줬다. 그는 첫 전시 이후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작업 영역을 넓혀감과 동시에 새로운 작품 <Finding Series>를 선보였다. 해당 시리즈는 평소 작가가 선보이던 작업 스타일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Finding Series>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그간 작업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함으로써 서정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총 2층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층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의 작품이, 2층에는 작가의 새로운 작업물이 0 Read more
Features 행복의 기호들 REVIEW

행복의 기호들

21.02.01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덮으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일상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라 하는데 정작 코로나 이전에는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마스크가 없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행복의 기호들    개인적으로 놀랐던 사실은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서 나와 가치관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의 저주는 일과 사람들을 만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을 모두 ‘자기만의 방’으로 밀어 넣었다. 자연스레 집은 단순히 잠만 자던 휴식 기능을 벗어나 일을 하는 일터로, 음료를 마시는 카페로, 운동을 하는 트레이닝 공간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를 0 Read more
Features [전시리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REVIEW

[전시리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20.10.22 반려견. 그것도 ‘작지 않은 개’를 반려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활동량이 많은 내 강아지는 하루에 두 번의 산책도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니 한 번 산책에 나서도 기본 한 시간은 필수이니 반려견이 삶에 영입된 이후로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고 있다. 그렇게 산책을 하며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체감한 부분들이 참 많은데, 인생 대부분을 지금 거주하는 곳에서 보냈음에도 ‘내 동네’에 대해 잘 몰랐었다는 점이다. 동네에 허름하지만 맛있는 디저트 가게가 있었고, 늘 우울한 표정으로 반찬을 파는 아줌마와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잣집 할아버지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우리나라에 이토록 (큰)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도둑산책. 사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