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패션쇼, 인형극의 귀환

20.12.16 0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최초로 감염자가 급증했던 2월에는 집에만 있는 일상이 낯설어 되레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버텼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해학의 민족’답게 미친 듯이 달고나를 만들거나 제과/제빵의 취미 생활을 하고, 피로감을 느낄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다시 겨울이 오면서 또 다시 원점이다. 정부는 외출 자제를 ‘권고’하지만,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외출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코로나 감염을 ‘운’으로 치부하며 전과 다를바 없는 일상을 즐기기도 한다. 사실 거의 1년째 되어가는 이 생활에 피로감이 누적됐다.

 

 

 

사실 방구석에서 즐길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 <넷플릭스>, <왓챠>, VR게임, 전략게임, 각종 영상, 주식 등, 세상은 이제 ‘비대면’이 주가 되어 흘러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염병 사태로 공연/문화 업계의 타격이 컸다. 관객과 시선과 호흡을 맞추며 흘러가는 연극, 두 눈으로 작품의 실물을 접하는 전시, 직접 먹고 마시고 즐겨야 할 것들이 감염병 확산 아래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류에도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 ‘가능성’을 여는 분야도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moschino fashion shows, 출처: VOGUE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개최한 비대면 패션쇼가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과 사회 현상을 시사한다. 지난 9월 <모스키노>의 2021 SS 쇼가 온라인에서 개최됐다. 패션업계에서 컬렉션은 새로운 옷과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많은 모델과 관객이 필수로 참여한다. 흔히 ‘비대면 패션쇼’라 하면 모델 한혜진처럼 모델이 홀로 옷을 입고 영상을 촬영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모스키노>의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연출한 이번 패션쇼는 그러한 고전적인 방식을 뛰어넘었다. 특이하게 이번 패션쇼는 ‘대면’과 ‘비대면’을 모두 아울렀는데, 전통적인 패션쇼와 같이 모델과 관객 모두 이번 패션쇼에 참여했다. 심지어 팬데믹 시대에 ‘안나 윈투어’가 관객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을까.

 

안나 윈투어가 참여한 패션쇼, 출처: CNN

 

이는 <모스키노 2021 SS 패션쇼>가 인형극으로 진행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과 유명관객들이 모두 실물을 정교하게 반영한 ‘인형’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곰곰이 살펴보면, 경이로움 동시에 여러 가지 감상이 든다.

이번 패션쇼의 디자이너인 ‘제레미 스콧’은 패션쇼에 참여한 인물들의 실제를 반영해 그들은 30인치 인형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소품 역시 실물 크기에 비례하여 손수 제작했는데, 정교한 작업인 만큼 품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기존에 일반 모델이 참여하는 패션쇼에 비해 제작비용과 준비 비용이 훨씬 많이 든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제작된 인형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인형극처럼 끈에 의해 움직인다. 모델 인형과 관객 인형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여러 감상을 들게 한다.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에 의하면 총 40벌을 선보인 이번 패션쇼는 일전에 프랑스의 패션사업을 부흥하기 위해 시도했던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1940년대 침체기를 맞았던 프랑스의 패션업계가 재도약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네킹을 활용해 세계를 순회했던 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moschino fashion shows, 출처: CNN

이러한 시도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패션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위기가 창작자들에게는 다양한 시도를 해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인형극’이라는 요소를 쇼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거부감이 덜한 연출을 이끈 점도 눈에 띈다. 동시에 일부 여자아이들은 유년 시절에 인형 놀이를 통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히고 만드는 것을 즐기기도 하는데, 보다 전문적인 시점에서 연출한 이번 쇼는 누군가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moschino fashion shows, 출처: CNN


하지만 동시에 ‘모델의 의미’를 되짚게 된다. 제레미 스콧이 연출한 모델의 모습은 정말 ‘인형’같은데, 마른 팔과 다리, 잘록한 허리를 갖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인형들이 실제 모델의 몸을 반영했다는 점이고, 이러한 점이 기괴하게 느껴진다. 패션계 모델들의 ‘건강하지 않은 몸’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사회적인 문제다. 최근 해외에서는 이러한 시의를 반영해 모델들의 지나친 다이어트와 건강을 해치는 업계의 행태를 방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은 먼듯하다. ‘인형 같은 모델’이 아니라, ‘실제 인형’들의 워킹을 보고 있자니 패션계에서 원하던 몸은 결국 비현실적인 인형이었음을 체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션쇼에서는 부디 친숙한 인형들(그만큼 다양한)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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