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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펜화 - 일러스트레이터 성원

13.11.25 5


일러스트레이터 성원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파란색을 찾아떠나는 소녀의 이야기, 인간을 재울 궁리만 하는 잠의 요정, 목을 매다는 소녀 등 소설에서만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펜화라는 매개체로 전달한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떠한 결말이 나올지는 해석하는 각자의 몫. 때문에 그의 그림은 관점에 따라 비극이기도, 때로는 희극이 되기도 한다.
"보는 이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일러스레이터 성원, 그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성원입니다. 일러스트, 출판, 광고 등 다양한 분야 로 일을 하고 있고 개인적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TV광고 작업을 마치고 그림책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내년 초 쯤에 결과물이 나올테니 기대해주시길.

 

펜화를 꽤 오래 그리신 걸로 알고 있다. 펜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섬세하게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종종 샤프로 그리곤 했는데 아무래도 보존이 안되는 문제가 있어 펜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그 후 애드워드 고리의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더욱 펜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 애드워드 고리 <The Gashlycrumb Tinies>의 한 장면


컬러가 아닌 흑백 펜화을 주로 그린다. 흑백 펜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흑백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느낌이 있어요. 컬러에서는 전달할 수 없는 그런 느낌. 굳이 컬러가 없더라도 흑백작업만으로 충분히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펜 선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하늘처럼 보이기도,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오히려 흑백표현에서 더 깊이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작업하실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하이테크펜을 주로 쓰고 있어요. 여러가지 펜을 써보긴 했는데 하이테크가 제일 손에 맞더라구요. 표현에 따라서 굵기별로 바꿔가면서 쓰고 있습니다. 

 

<저택의 밤>, <촬영 끝>

 

 - 인터뷰 중 꺼낸 스케치북에 담겨있던 <저택의 밤> 원본, 실제로 보면 디테일한 표현이 굉장히 놀랍다.


 

블로그를 오랜기간 운영 중이다.

입시 미술 하기 전부터 그림 그리는 걸 엄청 좋아했어요. 또 그린 것들을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보여주곤 했죠. 그런데 문득 친구들에게만 보여주긴 조금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2006년도부터 블로그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죠. 당시에 마침 네이버 블로그가 굉장히 뜨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방문자 수가 적다보니 반응도 역시 적었죠. 그래도 반응이 많든 적든 꾸준히 오래했어요. 한 10명 들어오면 1명이라도 붙잡아보자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니까 구독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입소문도 타게 되고, 또 운이 좋게 2010년도부터 일러스트 분야 파워블로그에 선정되어 그 이후부터 많이 찾아와 주시더라구요.

- 그림을 시작할 때 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길 좋아했다는 작가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외로움, 우울함을 바탕으로 한다. 자살이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많고.

그림의 소재 중에 우울하거나 외로운 그림이 많은 건 저의 취향으로 봐주세요. 남에게 이야기를 할만큼 극적인 사건이나 계기가 있는건 아니거든요. 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뒤흔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을 지향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그림을 그리는 나부터 그러한 것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제 취향이 가득 반영된거라 생각해요.
자살이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자극적인 소재들이기에 더욱 그림에, 그 속의 이야기에 몰입이 되거든요. 네.. 결국 다 저 때문입니다.

 

 

 

순서대로 <소녀의 꿈>, <대롱대롱>, <휴식>, <다음 차례는 누구?>

 

또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대부분 무표정이어서 조금은 섬뜩하기도 한데..

이것도 취향에 관계된 것이긴 하지만.. 이유를 덧붙이자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장치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표정이 많이 드러나거나 구체적으로 감정이 드러나버리면 보는 사람으로써 해석의 여지가 줄어들거든요. 제가 종종 말하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은 단지 그림속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의미에요.

 

GIF로 제작한 <데굴데굴>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듯 하다.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귀엽고 예쁘니까! 정말 단순하면서 명확한 이유에요. 물고기는 생긴 것만으로 주는 독특한 느낌을 주거든요. 생김새나 실루엣이 귀엽기도 하고, 무표정하게 초점없는 눈을 감지도 못하니 사뭇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내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제가 사람 그릴 때 표정이랑 물고기 표정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물고기>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파란소녀’의 탄생 스토리를 알고싶다.

파란소녀는 ‘흑백 세상 속에서 나는 왜 혼자 파란걸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에요. 그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소녀가 여행을 하는 과정들이죠. 사실 저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친구랑 함께 했던 동화책 릴레이 콜라보레이션이었어요. 제가 파란소녀를 그리면 친구가 빨간소녀를 그리는 식으로. 근데 친구가 한 장 반 그리고 금방 그만두게 되어서(웃음) 아쉬운 마음에 저 혼자 계속 그리게 되었습니다. 한 장, 두 장 이어가다보니 파란소녀에게 스스로 여행할 생명력과 이야기가 생기더군요.

파란 소녀 시리즈 中 <깊은 바닷속의 파란 소녀>,<마녀의 집의 파란 소녀>



또 잠요정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이 굉장히 독특하다.

기괴한 동물이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해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흔한 것이 아닌 온전하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거죠. 평소에도 드로잉 할때마다 조그만 괴물같은걸 자주 등장시키는데 잠요정은 그 중에 하나를 발전시킨 거에요.

 

<잠의 요정>, 2011
‘슬금슬금...’
책을 보다 잠의 요정들에게 습격을 당한 소녀는 차마 눕지도 못한 채 잠이 들어버립니다.

 

위 그림이 잠요정이 처음 등장하게 된 그림이에요. 마침 짧은 책을 만들어야 할 일이 생겼고 생물도감 같은 걸 만들어보고자 하여 잠요정이란 캐릭터에 살을 붙여나가게 된거죠.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잠요정이 별로 귀엽진 않았어요. 점차 사람들의 반응이 오자 인기를 의식했는지 귀여워지더라구요.

 

<늦게까지 안자고 있는 인간을 재울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잠의요정>

 

 

그렇다면 영감을 받기 위해 영화, 소설 등을 참고 할 법도 한데.

영화나 소설들을 즐겨 보긴 하지만 특정장면을 보고 ‘나도 저렇게 그려야 겠다.’ 하며 그린 적은 거의 없어요. 물론 은연중에 조금씩 영향은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소파위의 여인>, <수줍은 펭귄>

 

 

최근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는데..

해외 사이트에도 종종 작품들을 올리고 있는데 가끔 일이 들어오기도 해요. 하지만 해외는 일이들어와도 언어, 계약서 등 처리하기가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일을 진행하진 않고 있어요. 아직 저는 국내에서 더 많이 알려지고 싶은 부분도 있구요. 그 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겠죠. (웃음)

 

인상깊었던 해외 반응은?

최근 해외에서 ‘파란소녀 이야기’에 대해 댓글로 소설처럼 긴 해석들을 적어놓은 걸 본 적이 있어요. 하나하나 번역해서 읽어보니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더라구요. 제가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해석한 분들도 많긴 한데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 사람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로 해석하고 느낀다면 오히려 그게 더 좋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올릴 때 해석이나 스토리를 함께 써놓지 않는 편이기도 하구요.

링크 : http://io9.com/concept-art-writing-prompt-blue-girl-in-the-chemists-476597075

 

 


제법 많은 팬들이 있는 걸로 알고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어떤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다기 보단 오랫동안 기억하고 와주시는 분들이 가장 고맙고 기억에 남죠. 블로그를 시작했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오시는 분들은 전시장에 찾아와주셔서 만나 뵙기도 하고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리고 싶네요.



앞으로 계획

계속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예정이구요. 외주 작업뿐만 아니라 스스로 만든 컨텐츠로 살아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림은 앞으로 더 더 잘그렸으면 좋겠네요. 물론 계속 노력합니다.

 


성원
http://spowys.blog.me
http://notefolio.net/spow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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