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공장] 4. 시간이 만든 고로케, 코로돈

14.12.11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코로돈>은 교대와 강남 사이 한적한 거리에 있던 작은 코로게 & 돈카츠 전문점이었다. 간판 하나 없이 맛으로만 승부수를 띄웠던,(어떻게 보면)무모할 정도로 정직한 가게였던 <코로돈>(물론 당시의 이름은 코로돈이 아니었다!!).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건, 대학 친구를 통해서다. 한 기업에서 외식부분 VMD였던 친구가 퇴사를 하고 맡게 된 첫 프로젝트가 바로 코로돈이었는데, 친구의 갑작스런 임신으로 가지공장까지 일이 떠밀려 오게 된 것이다. 친구는 가벼운 실내 스타일링 정도로만 알고 클라이언트를 만났지만 가게상태는 인테리어로만 해결 될 게 아니엇다. 친구는 토털 브랜딩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가지공장의 공장장인 내게 연락했고 그렇게<코로돈>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 코로돈 공사 전의 모습

 

- 코로돈 공사 후의 모습

 

 

 


진짜 좋은 고로케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처음 클라이언트와 만났을 때, 양 갈래로 머리를 딴 이모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진짜 이모처럼 접시 가득 고로케와 돈카츠를 맛 보라고 주셨는데, 이건 기존에 먹던 고로케와 정말 차원이 달랐다!!! 당시 지역이름을 딴 고로케 가게가 많이 생기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빵집에서 파는) 고로케와 흡사한 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맛 본 <코로돈>의 고로케는 감자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눅눅하지 않고 기름기가 적어 속이 꽉 찬 알짜배기였다. 돈카츠 역시 24겹 한 줄 한 줄 쌓아 올린 층으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게 예술이었다!!!  깨끗한 조리시설하며, 담백한 맛까지. 왜 지금까지 사람들이 이 맛있는 고로케 집을 그냥 지나쳤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매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니, 그 흔한 메뉴판은 물론 간판도 달려있지 않았고, 주방과 먹는 곳이 제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왜 간판도 제대로 달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분의 대답은 놀라웠다.

 

"저는 돈을 벌려고 장사를 하는 게 아니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로케와 돈카츠가 튀김 음식이라 불량식품처럼 취급하는데, 평소 저희 가족은 고로케와 돈카츠를 즐겨 먹거든요.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하게 만들었기에 이런 맛을 고객들에게도 한번 선보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성당에 계시는 많은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클라이언트의 사업 철학에 반한 우리들은 이 멋진 곳을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블끈 들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고 브랜드 컨셉부터 네이밍, BI, 인테리어 디자인, 웹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선물하고 싶은 고로케 & 돈카츠

 

가지공장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클라이언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데, <코로돈>은 지금까지 한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프로젝트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부분은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분식처럼 여기는 고로케를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럽게 포장하기였고 다른 하나는 고로케를 만드는 작은 공장을 옆 가게로 옮기는 것이었다.

 

가지공장은 외부 디자이너를 섭외해 함께 아이디어를 내며 <코로돈>의 새로운 시작을 꿈꿨다. 먼저 <코로돈>의 특징인 감자 고로케의 모습을 BI로 나타냈다. 다른 고로케 집과 달리 감자, 달걀 물, 빵 가루의 순서를 고지식할 정도로 고수하고 이 힘든 작업을 2번이나 반복한다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번 작업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점이 다른 프랜차이즈 고로케 전문점은 달걀 물과 빵 가루를 함께 섞어 시간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코로돈>의 로고를 가만 살펴보면 감자와 빵 가루, 달걀물 모두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코로돈>의 특징은 로고는 물론 "시간이 만든 고로케"라는 슬로건에도 영감을 줬다. 매장 벽면에 걸린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이러한 특징을 살렸다.

 

선물용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패키지는 롤 박스와 마끼 스타일의 유산지를 통해 해결했다. 기존 고로케 포장이 포켓 형태의 유산지와 종이 봉투에 담기는 것이었다면 <코로돈>의 고로케는 삼각뿔 모양의 유산지와 롤 박스에 담긴다. 2가지 다른 패턴으로 장식된 박스 패키지는 클라이언트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고 <코로돈>의 아이덴티티로 자리잡았다.  

 






- 코로돈 BI 시스템 및 패키지

 

 

 

 

 

코로돈 연구소의 탄생

 

비어있는 옆 가게를 새로운 제조시설로 구성했다. 원래 이름은 <코로돈 공장>이었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매 달 새로운 신 메뉴를 선보이는 클라이언트와 고로케 하나하나를 연구하듯 만들어내는 스텝들의 모습을 보고 <코로돈 연구소>라는 이름을 지었다. 여담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코로돈 연구소>가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할 때마다 무척 재미있다.

 

 

- 코로돈 연구소 사인

 

 



인테리어에 관련해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음식을 제조하는 시설은 빛을 가려야 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코로돈 연구소의 외벽은 벽돌을 교차로 쌓아 올려 구멍난 독특한 구조물이다. 공장에서 고로케를 만드는 아주머니들이 "내가 왜 갇혀서 일 해야 하나?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고,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도 구경도 하고 싶은데!!!!!" 라고 강하게 반발하셔서 원래의 막혀있던 외벽이 사라지고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디자이너는 아주머니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했고, 제조시설에 맞는 디자인도 구성해야 헀다. 그래서 지금의 디자인을 제시했다. 놀랍게도 외벽은 안쪽에서는 밖이 잘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마치 성스러운 성당 같아서 아주머니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강남 2호점을 오픈한 코로돈

 

클라이언트의 한마디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매출 상승을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브랜드와 디자인에 비용을 들이는지 알 것 같다는 말. 그리고 "시간이 만드는 코로게"라는 슬로건 때문에 실제 고로케와 돈카츠를 만들 때 더 정성이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나중에 내게 “금일봉을 하사하고 싶다.”는 재미있는 농담까지 곁들이셨다.

 

 

- 코로돈 홍보물

 

 



며칠 전, 부산의 한 클라이언트가 인테리어 때문에 무척 속상해 하며 한번 봐주기를 원하셨다. 물어물어 찾아가 곳은 불도 들어오지 않고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조잡한 디자인의 FRP간판이 전부였다. 매장 안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리점주에게 인테리어 비용으로 얼마를 쓰셨냐고 여쭤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략 10평 정도의 공간에 사용하는 인테리어 비용에 맞먹는 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 비용에 이런 퀄리티라니... 도대체 그 돈은 어디로 흘러간 걸까?

 

가끔 이미 많은 비용을 이미 지출한 채 가지공장을 찾아오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만약 <코로돈>도 내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눈 먼 돈을 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건 정직한 마음으로 ‘착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 당할 때다. <코로돈>을 진행하면서 최소한 우리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에게 만큼만은 든든한 영웅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코로돈>은 현재 강남 교보문고 뒷 편에 2호점을 오픈했다. 동네 주민들에게 맛있는 고로케와 돈카츠를 제공해주고 싶었던 아주머니의 바람은 이제 동네를 벗어나 메인 상권의 직장인들에게 까지 전해지고 있다. 착한 마음으로 시작한 ‘착한 고로케’가 앞으로 3호점은 물론 전국 곳곳에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게 당연한 세상이 되면 더 좋고...

 

 

이지윤

뜨거운 디자이너의 피와 차가운 전략가의 머리가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정체불명의 여자
스몰 비지니스 전문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가지공장>을 운영중이다.
www.facebook.com/jeyounlee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