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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생선대가리로 세상 바라보기, XTLOI(권선이)

15.09.18 3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XTLOI (권선이) 

 

 

# 01. <Walk the streets>

 

작품 속 주인공이 생선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생선은 그 자체만으로도 묘하게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건,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멍-한 모습이다. 그래서 마치 내 단짝 친구처럼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생선을 의인화 해서인지 다소 동화적인 느낌이다. 생선에게 다리가 있어서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무래도 인물이 아니라 그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현대판 인어공주를 소재로 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walk the street>의 발상,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이었나.

<walk the street>는 패션 스트리트 사진을 보고 작업을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작업하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뱅뱅 맴돌지 않나. 작업 포인트로는 도시를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 빈티지 라벨을 이용하면 어떨까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두 생선 주변으로 낯익은 상표가 눈에 띈다. 구체적인 상표는 무엇이고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위에서부터 코카콜라, 알피나 시계, 진저에일, 아이스크림 상표다. 상표는 그림 속 그들이 지나온 거리와 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작품 이름이 <walk the street>인데 물 속에서만 살 수 있는 생선의 속성만 생각하면 ‘거리를 걷고 있는 생선’이라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다. 두 생선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나.

그들은 여행 중이다. 방금 막 카페를 들렀다 나왔다. 아마 방금 머문 곳과는 또 다른,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물색 중 일거다.


전반적인 작업과정이 궁금하다.

스케치 후, 수채화로 작업한다. 물감의 흔적이 나름의 깊은 맛을 내는 것 같아서다. 마무리는 색연필과 그래픽 작업으로 이뤄진다. 

 

생선 양 옆으로 도트 무늬가 눈에 띈다. 등장인물을 생선으로 표현해 공기방울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림 속 이들은 한창 이야기 중이다. 걸으며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공기방울은 주변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리듬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feel strange>

 

<walk the street>뿐만 아니라 권선이의 그림 속 생선들은 상당히 스타일리시 하다. Fish fashion은 주로 어디서 참고하나.

패션 블로그나 잡지, 서적에서 참고한다. 길을 걷다 예쁜 옷이 보이면 메모를 해두기도 하고.

 

<feel strange>는 그림 속 아이의 꿈을 표현한 건가. 


맞다. 하지만 이 작품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아이의 꿈 속, 두 번째는 생선 시점의 이야기다. 생선 시점에서는 아이를 보고 "이상한 아이가 있네?" 하는 거다. 하지만 그림에 특별한 정답이 있다기 보다 자유롭게 해석했으면 좋겠다.

 

부부처럼 보이는 생선 커플이 어떤 생각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

 

커플과 부부 모두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존재를 신기해하고 있다. 핸드폰을 보며 "사진 찍을까?"는 생각도 하고.

 

지하철로 보이는 <feel strange>의 공간은 바닷속을 달리고 있는 건가.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빛이 깊은 바다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우주를 닮은 아-주 깊은 바닷속을 표현하고 싶었다.

 

<walk the street>과 <feel strange>에 등장하는 생선의 팔과 손 표현이 흥미롭다.

 

이 부분은 아직까지 미숙한 점이 많은데 손은 되도록이면 자세히 그리지 않으려 한다. 주인공이 생선인데 그리다 보면 나 역시 인물로 착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팔과 손 표현은 아직까지는 많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feel strange>는 <walk the street>과 다르게 생선들의 눈에 생기가 돋보인다.

표정의 차이다. <feel strange>의 생선들은 지금 미소를 띄고 있다. 하하.

 

각 그림에 등장하는 생선의 종류가 궁금하다. 혹시 작업 전에 어종을 미리 정해두기도 하나.

생선이 한 마리만 등장하면 주로 고등어를 그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예쁜생선이라고 생각해서다. <walk the street>에 등장하는 생선은 ‘거북복’과 ‘범가자미’다. 하지만 범가자미는 작업하다 보니 초기 스케치와 많이 달라져 전혀 다른 생선이 됐다! (웃음) <feel strange>에 등장하는 생선은 왼쪽부터 상어, 고등어, 청새치, 복어 순이다. 어종은 스케치를 하면서 의상이나 이미지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생선 자료를 수집한 후에 작업한다.

 


# 02. <자네, 여기 무슨 일 있었는가?>




생선을 토막내자 나오는 딸기가 이질적이다. 어떤 발상에서 작품이 시작됐나.

생선을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문득 작품에서 비린내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에 대한 편견이 그림 속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선도 상큼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비릿한 생선과 상큼한 딸기의 조합이 신선하다. 딸기 맛 생선인가.

음.. 먹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하. 하지만 딸기 향이 나는 건 확실하다.

 

여러 종류의 과일이 있는데도 그 중에서 딸기를 생선의 몸으로 택한 이유

생선을 잘랐을 때의 단면과 가장 닮은 과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딸기의 하얗고 붉은 속살이 떠올랐다. 상큼하면서 달달한 맛이 생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서 더 딸기를 떠올리게 됐다.

 

<자네, 여기 무슨 일 있었는가?>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하다. 왠지 생선을 싫어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작품 같기도 하고.

생선에 대한 편견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으레 '생선'하면 ‘비린내’를 떠올리는 게 싫었다. 마찬가지로 생선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네, 여기 무슨 일 있었는가?>는 실제 생선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한데, 표현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딸기의 단면, 그리고 생선의 인상에 공을 많이 들였다. 생선의 무늬는 그리는 내내 즐거웠는데 생각보다 잘 표현되지 않아 많이 아쉽다.

 


‘생선 대가리’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생선이 권선이 작업의 주가 되는 이유

처음에는 생선의 모습이 나와 많이 닮은 것 같아서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노트에도 종종 생선이 등장한다. 그게 계기가 되어 졸업작품으로 <생선대가리가 된 기분이야> 시리즈를 작업했다. 물론, 생선 외에도 작업하는 주제가 있다. 하지만 개인 작업에는 주로 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속으로는 많이 복잡할 것 같은데 멍한 생선의 표정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상처가 많은데도 꼬옥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안쓰럽기도 하다.


생선 외에 작업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마담 D(틸다스윈튼)'다. 클림트 풍의 의상이 아주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마담D'

 

 

노트폴리오에 업로딩 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

다 아끼는 그림들이지만 <커피는 까만데 왜 내 밤을 환하게 하는 걸까>를 꼽고 싶다. 늘 생각만 하다 뒤늦게 그린 그림인데, 몽롱한 기분으로 커피를 마시며 작업했던 당시의 기분이 떠오른다.

<커피는 까만데 왜 내 밤을 환하게 하는 걸까> 

 

 

XTHLOI

http://www.notefolio.net/XTLOI
http://blog.naver.com/tjsdl258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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