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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로로가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달라!, 애니메이터 나인완

16.04.22 0


여기, 노랑색을 배경으로 꿀벌 코스프레가 한창 중인 돼지가 있다. 꿀벌을 좋아해서 ‘꿀꿀’우는 건지, 원래 울음소리가 ‘꿀꿀’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꿀벌의 왕팬이란다. 보아하니 그의 등짝에는 손바닥 만한 날개도 붙어있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데, 꿀벌 코스프레 하느라 슬퍼할 틈도 없을 호로로(HORORO)를 만나 바삐 돌아가는 그의 세계를 엿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호로로 월드>를 제작하는 애니메이터 호로로(HORORO) 나인완입니다.

애니메이터 나인완 



‘나인완’이란 이름보다 ‘호로로(HORORO)’가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 ‘호로로’는 작품 속 주인공 이름이자 본인의 닉네임인가.

맞아요. 그래서 본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호로로’로 활동하고 있어요. 호로로는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저이기도 하죠.

 

 

- 윗줄 왼쪽부터 거미, 외계인, 아랫줄 왼쪽부터 고양이, 호로로, 공룡 

 

<호로로 월드>의 친구들 소개 부탁한다.

‘호로로’는 엉뚱하고 귀찮음이 많은 돼지고, 저와 가장 성격이 비슷한 주인공이에요. ‘공룡’은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은 캐릭터고, ‘고양이’는 기타를 치는 성격이 무서운 로커(rocker)죠. ‘거미’는 약간 정신이 산만한 4차원 성격을 가진 캐릭터고 ‘외계인’은 그냥 외계인이에요. 성격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여기에 앞으로 새로운 캐릭터하나가 추가될 예정인데, 그건 구상 중이에요. 호로로 월드에는 이렇게 6명의 캐릭터가 등장해요.

 

돼지 호로로와 성격이 가장 비슷하다면 귀찮음이 많다는 건데, 귀찮은 것 치고는 <호로로 월드>를 매주 올리고 있다.

아! (하하)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전 제가 좋아하는 일은 안 귀찮은데 싫어하는 일은 무지 귀찮아하거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호로로 월드>를 올리는 게 귀찮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즐거우면 즐거웠지(웃음)

 

<호로로 월드>의 친구들은 사람이 아니다.

특별히 사람이 아닌 이유는 없어요. 사람을 캐릭터로 그릴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사람이 아닌 게 더 나을 것 같았거든요(웃음).

 

15초 다이어트

 

<호로로 월드>를 대학생 때 제작했다고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졸업작품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제작한 거였어요. 저는 학부 때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졸업할 때가 돼서 졸업작품을 출품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교수님의 의견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졸작으로 낼 뮤직비디오를 후딱 만들어버리고 제가 하고 싶었던 작업을 했어요. 그동안 에피소드가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하고 싶었었는데 시도를 못했거든요. 그렇게 ‘호로로’가 탄생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딱히 세계관이나 캐릭터에 대해 구상을 해뒀던 건 아니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네이버 캐스트에 업로딩 된 영상을 보니 <호로로 월드(Hororo World)>와 <호로로 친구들(Hororo Friends)> 타이틀 두 개가 등장하더라. 특별한 차이가 있나.

처음 영상을 업로딩할 때 구조화를 잘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해서 중간에 제목이 살짝 바뀌었어요. 지금은 <호로로 월드>를 타이틀로 진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에 특별한 차이는 없어요.

 

<호로로 월드>에 관하여

꿀벌을 좋아하는 호로로, 출처: 호로로 월드

 

호로로가 ‘돼지’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또 꿀벌 옷을 입고 있던데, ‘꿀벌돼지’라서 하늘을 날 수 있나.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물이 돼지여서 호로로를 그릴 때 ‘꿀벌을 좋아하는 돼지’를 컨셉으로 잡았어요. 재미있게 말하자면 ‘꿀벌 코스프레 하는 돼지’랄까?(웃음) 호로로와 꿀벌이 친한 사이인지는 저도 모르겠는데 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최근에 날개를 뗐거든요.

 

어드벤처 타임, 출처: http://oct2.tistory.com/entry

 

처음에 <호로로 월드>를 접했을 때, 애니메이션 <어드벤쳐 타임>이 생각났다. 아이가 그린 듯, 장난스럽게 그은 선과 귀여운 캐릭터, 알록달록한 색감 표현이 그런데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나.

맞아요, <어드벤쳐 타임> 영향을 많이 받았죠. 처음 <어드벤처 타임>을 접했을 때 ‘아, 이런 애니메이션도 있을 수 있구나’싶고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드벤처 타임>은 핵폭발이 일어난 지구에서 생긴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림체와 달리 다소 심오한 분위기를 연출해요. 반면, 호로로는 그림체만큼 해맑죠.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건 지양하고 싶었거든요.

 

눈온다아아아앙


맞다. <눈온다아아아앙?>을 보고 호로로가 정말 해맑다고 느꼈다. 네이버 캐스트와의 인터뷰를 보니 <호로로 월드>에 구체적인 세계관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실, 아직도 작업에 세계관이 드러나지 않아요. <호로로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이 대사가 없는 건데, 그래서 더 한계가 느껴졌어요. 이런 식의 작업을 1년 정도 해왔는데 확실히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세계관을 구성하고 대사도 넣을 생각이에요.

 

언급한 것처럼 <호로로 월드>의 등장인물은 말을 안 한다. 그래서 일부러 ‘비구어’를 이용해 어린이나 해외에서 통할 수 있게 설정한 줄로 알았다.

일부러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사가 없는 게 없는 대로 좋은 점은 있어요. 영상 자체가 직관적이다 보니 외국인이 봐도, 어린이가 봐도 뭘 말하는지 알고 재미있어 하니까요. 그런데 ‘말 없는’ 행동과 개그를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표현하는 데 한계도 있고요. 그래서 앞으로 대사를 넣는 작업을 하게 되면, 영어자막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꿀꿀돼지 호로로, 출처: http://book.naver.com

 


동화책 <꿀꿀돼지 호로로>도 출판했더라.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간단한 텍스트 구성으로 아이들 반응이 좋았을 것 같은데.

<꿀꿀돼지 호로로>는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작업하면서 제 감성이 애기들의 감성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작업자가 성인용 감성을 가지고 있는데 시선을 아이들에게 맞추려다 보니 그게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제 나름대로는 제가 순수하다고 생각했었는데(웃음).

평소에도 동화책 작업에 관심이 있었나 보다.

군생활을 어린이 집에서 했었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졌어요. 그래서 동화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꿀꿀돼지 호로로>를 쓴거죠. 근데 그걸 하다 보니 조금 변질됐다고 해야 하나? 작업과정에서 책이 팔리는 수익도 생각해야 하니까 ‘작품이 얼마나 좋냐’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더 팔까’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시선’에 감성을 맞추는 거나, 판매이익이라는‘성인용 감성’을 맞추기 쉽지 않았겠다. 다시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돌아와, 배경음악이나 사운드는 어떻게 작업하나.

목소리 같은 경우는 제가 하고 배경음악은 편집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목소리를 본인이 직접 낸다고? 그럼 <눈온다아아아앙?>도 호로로가 직접 낸 목소리인가.

네! 혼자 있을 때 목소리를 녹음해서 기계로 약간 만진 거예요.

 

정말 몰랐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1인 작업’이다. 궁금한데 지금 해주면 안되나.

안돼요! 혼자 있을 때 잘되거든요(하하). 아무래도 1인 작업이라 처음에는 벅찼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오히려 재미있더라고요.

 

 

좀비 호로로의 습격 

 

아쉽다. 지금까지 정말 여러 에피소드를 진행해왔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할로윈 특집으로 진행했던 <좀비 호로로의 습격>이요. 그게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스릴러(Thriller)를 패러디한 건데 기존과 다르게 배경을 추가하기도 했고, 그 화를 기점으로 에피소드에 많은 변화가 있었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씩 업로딩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애니메이션을 1주일 단위로 연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냥 아무도 안 해서요. 애니메이션을 1주일에 1번씩, 웹툰처럼 연재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래서‘내가 선두주자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사실 쉽지가 않아요. 작업하기도 힘이 들고. 그동안 ‘언젠가는 애니메이션도 연재하는 시장이 열리겠지.’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사실 요새 연재를 못하고 있는데,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호로로 월드>에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 이런저런 기술을 배우고 점검하고 있어요.

 

- 일주일에 한번씩 게재하는 <호로로 월드>, 출처: TV 캐스트 호로로 월드

 

여러모로 힘들 것 같다. 연재주기도 짧은데다 형식도 애니메이션이라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지, 작업할 때 얼마나 힘이 들지 짐작된다.

사실 제가 엄청난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건 아니라서 어마어마하게 힘이 든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혼자서 작업하다 보니 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소재 같은 경우에는 항상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주는 뭐하지? 다음주는 뭐하지?’ 하면서요. 그러다 뭐하나 걸리면 그대로 가요. <눈온다아아아앙?>같은 경우도 그 날 눈이 왔는데, 눈을 보고 직관적인 생각이 들어 작업했던 에피소드예요.

구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처음 작업할 때는 업로딩하고 나서 구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었는데 이제는 좌지우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어차피 <호로로 월드>가 어디서 의뢰를 받아 하는 작업도 아니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작업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재미있고, 남도 재미있으면 더 좋은 게 아닐까?’는 마인드로 작업하고 있어요.

 

그런 마인드라면 작업하면서 크게 스트레스 받지는 않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별로 안받아요. 저는 호로로한테 바라는 게 없거든요(웃음)

 

 <양치특공대> HOROROxROTTA 

<이상한 소리가 들려> HOROROxROTTA

<오후 2시> HOROROxROTTA


<따듯한 동그라미들> HOROROxROTTA

<냠냠냠> HOROROxROTTA

<음...> HOROROxROTTA, 모든 사진출처: http://www.momentplanet.com

 

재작년에 로타와 함께 협업한 <HELLO THERE>展이 매우 흥미로웠다. 사진과 캐릭터의 조합이 다소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어떤 컨셉에서 시작됐나.

드로잉 블라인드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로타님도 저도 서로 ‘좋은 작업 하는 사람들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좋아요’해서 시작된 작업이거든요. 기본 컨셉은 여러 장소를 배경으로 로타님이 찍은 사진 위에 제가 그린 캐릭터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인화된 사진 위에 캐릭터를 올려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사진을 받아서 캐릭터로 표현될 부분만 지워서 따로 작업을 했어요. 제가 학생 때 기획된 전시였는데 담당 기획자님이 저 때문에 참 많이 고생을 했어요. 그래도 여러모로 뜻 깊은 전시였어요.

 

 

 <마카롱 카드게임> HOROROxROTTA

 

어떤 점에서 그랬나?

그 때 학생이긴 했지만 졸업 시즌이어서 취직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때였는데 드로잉 블라인드와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업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밖의 이야기

 

여러 명과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과 영상 작업하는 이태열 둘이서 작업실을 사용했는데, 공간을 넓히면서 저와 웹툰 작가 강태엽이 합류하게 됐어요. 아, 그리고 저희가 키우는 강아지 쌀밥이가 있어요. 집에서 혼자 작업을 해서 그런지 함께 작업실을 사용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인터뷰 초반부터 쌀밥이가 열정적으로 환영해줘서 놀랐다. 작업할 때 괜찮은가?

쌀밥이가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작업할 때는 쌀밥이도 저희도 서로 신경 쓰지 않아요. 작업실에 그냥 두면 얌전히 자기도 하고. 작업할 때 놀아달라고 졸라도 각자 할 일이 있다 보니 작업에 집중하면 자기도 할 거 하더라고요. 쌀밥이가 모란시장 출신 시장강아지인데, 약간 한국 느낌 나죠?(웃음)

 

만약, 애니메이터&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었다면 지금 어떤 일을 했을까?

저요? 글쎄요. 뭐하지? 아. 제가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아마도 지금쯤 베스킨라빈스 점장 했을 것 같아요(하하)

하하하. 진짜 잘 어울린다. 그럼 나인완이 꿈꾸는 이상적인 호로로 월드란?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호로로 월드?

 

아이스크림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

네, 정말 좋아해요. 혼자서 살 때는 밥 먹고 담배처럼 하루에 두 개씩 먹었어요. 딴 건 안 먹고 빠삐코나 엄마는 외계인 같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이요, 하하하.

 

나인완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궁금하다. 물론, 아이스크림 빼고.

음.. 그렇다면 좀 고민을 해야겠네요. 글쎄요. 어떻게든 스토리가 나오는 걸 보면 저를 둘러싼 일상의 모든 소재가 작업의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외의 영감을 주는 작업자들은 <어드벤쳐 타임>의 팬들턴 워드(Pendleton Ward), 수 킴(Seo Kim)이랑 <사우스 파크>의 트레이 파커(Trey Parker)와 맷 스톤(Matt Stone)이요.

 

<어드벤처 타임>의 패들턴 워드(Pendleton Ward)
출처: http://cartoonnetwork.wikia.com

 

 

<사우스 파크>의 맷 스톤(Matt Stone)
출처: http://www.wikiwand.com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현재 <호로로 월드>에 추가할 새로운 캐릭터의 마무리를 잘 짓고 싶습니다.

 


호로로 월드(HORORO WORLD)
http://www.hrrworld.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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