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인터뷰] 안경 '미치광이' : 젠틀몬스터 디자이너 이제리

14.09.22 3



세상에는 많고 많은 디자이너가 있지만 ‘안경 디자이너’라니 낯설다. 어떤 인터뷰이를 섭외해야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까 싶은데 <젠틀몬스터>가 떠오른다. ‘천송이 안경’, ‘싸이 선글라스’를 비롯하여 국/내외 유명 셀렙들의 착용으로 이름만큼이나 몸집을 불린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그 속에 스스로를 안경 ‘미치광이’라 칭하는 디자이너 이제리를 만났다.

* 객원 에디터 : 노효준

 

 

간단히 본인을 소개하자면
젠틀몬스터에서 안경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제리라고 한다. 올해로 26살, 이제 회사생활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시절에는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다.


소속 안경 디자이너는 총 몇 명인가
서울, 대구 지부가 있다. 각각 3명의 안경 디자이너가 있고 총 6명이다. 주로 협업을 통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에선 금속 안경테를 전담한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은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것인가
그렇다. 조만간 출시를 앞둔 <Gotan>이다.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 반영해서인지 더 애착이 간다. 보다시피 렌즈가 없다. 시력이 나빠서 쓰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음에도 안경 디자이너가 된 계기
어린 시절부터 안경 없이 못 살 정도로 안경에 심취해 있었다. 한마디로 나는 “안경 미치광이”였다. 그러다 취업할 때가 되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됐다. 대학 시절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그 길은 아니었다. 대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경 디자인’을 택했다. 사실, 처음에는 안경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소했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를 통해 “안경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무작정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비록 전공했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안경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나의 과감함에 대표님은 기회를 주셨고, 2주 동안 열정적으로 ‘나만의 안경’을 디자인했다. 그렇게 젠틀몬스터의 안경디자이너가 됐다.

 

 

 

안경 디자인만의 매력이 무엇인가
안경의 매력은 ‘작은 덩어리’에 있다. 안경은 작은 사물이다. 하지만 그 ‘작은 덩어리’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매력적인 동시에 어렵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작은 대상에 담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안경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크게 정해진 틀은 없고 안경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첫 단계는 기획이다. 이 단계에서는 타겟 설정이 중요하다. 연령과 성별, 취향에 따라 어떤 안경을 만들지 정하는 것이다. 다음은 디자인 작업이다. 첫 단계인 기획을 반영해 디자인 작업을 한 뒤, 대표님의 컨펌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컨펌 받은 시안을 토대로 샘플을 만든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은 반복된다. 안경의 소재, 휘어진 각도, 굵기 등 미세한 차이에도 느낌이 상당히 달라진다.


하나의 안경을 만들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제작기간이 소요되나
안경마다 다르다. 어떤 모델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 또 어떤 모델은 다소 긴 시간이 걸린다. 굳이 일반적인 제작 기간을 말하자면 보통 2달 정도 소요된다.


안경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요소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대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때로는 동물의 바디라인을 통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영화의 분위기를 통해서 얻기도 한다.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생활 속 모든 요소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안경 트렌드 파악은 어떻게 하는가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안경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국내외의 제품을 많이 접하고 경험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마냥 트렌드를 좇는 것보다 안경 트렌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싶다.


과거에는 안경이 그저 시력 교정을 위한 도구였다. 현대에 들어서 안경이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아이템이라 여겨지고 있는데 여기서 ‘안경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과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의 안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게 안경 디자이너의 역할이 아닐까. 역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 ROMAN HOLIDAY G8 (MIRROR)

 

- DIDI D 01

 

- MAGICIAN BD1


- LA VIEN ROSE

 

 

- GLADIATORY W 01 (MIRROR)

 

- TRINITY

 


젠틀 몬스터의 디자인 모토는 EXPERIMENT다. 회사에서 안경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인가? 혹은 격려하는 방침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안경은 크게 세 가지 라인으로 나뉜다. 첫째, 정말 기본적인 형태와 색상을 갖춘 ‘보편적인’ 라인, 둘째 패션 피플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다소 ‘개성 있는’ 라인,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의 도전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실험적인’ 라인이다. 실험적인 안경일 경우, 디자인에 제한이 없다. 때문에 판매수익에 관계없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대표님 역시 실험정신이 강해 ‘극단을 달리는 디자인’을 주문한 적도 있다.


‘내 눈에만 예쁜 안경 디자인’과 ‘대중에게 먹히는 안경 디자인’의 간극은 어떻게 조율하나
사실 대중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는 안경은 모양과 색상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때문에 스탠다드한 안경을 만들 땐, 디자이너 개인 취향은 줄이면서 최대한 클래식하게 만든다. 평소, 지인들이나 젠틀몬스터 내 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조정한다.


안경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저마다 선호하는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히 나의 시각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무겁고 불편해도 나만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안경이다.

 

 

 


본인이 디자인 한 안경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지금 착용하고 있는 고탄(gotan)이다. 소재는 아세테이트, 굵은 선이 특징이다. 모델명은 단어 “Tango”를 뒤집어 만들었다. 세련되면서도 아름다운 탱고의 선율과 자유를 연상케 한다.


그 이유는
처음으로 주체가 되어 제작한 안경이다. 의도했던 바도 잘 표현 돼 애착이 남다르다. 사실, 고탄은 대표님의 컨펌을 받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적도 있다. 그때마다 확고한 의지를 말씀드리며 대표님을 설득했다. 결국, 곧 출시된다!

 

-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GOTAN을 착용한  이제리 디자이너

 


젠틀 몬스터의 <VISIT> project 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visit”이란 내가 원하는 안경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고객 참여 프로젝트다. 고객이 직접 안경을 만들면서 제작 과정을 이해하고, 젠틀몬스터에서 어떤 방식으로 안경을 만들어 내는지도 엿볼 수 있다.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도 상관없다. 실현 가능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면 충분하다. 벌써 올 가을에 10회를 맞이하는 행사다. 10월 중순까지 <젠틀몬스터>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Gentlemonster <VISIT> 신청하러가기

 

- 2014년 10월 25일 홍대 쇼룸에서 개최되는 젠틀몬스터의 <VISIT> Project. <VISIT>은 소비자가 직접 안경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벌써 10번 째 VISIT을 맞이하여 more than new라는 슬로건 하에 design과 story 두 부문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VISIT> project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나
한 번은 브라질 사람이 <VISIT> 프로젝트에 참가 신청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그는 참관이라도 꼭 해보고 싶다며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했다. 결국, 젠틀몬스터는 <VISIT>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그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안경 디자이너로서 안경 고를 때 tip
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금이라도 독특한 안경을 접하면 제대로 써보기도 전에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안경’이라 단정 짓는다. 그럴 때마다 디자이너로서 안타깝다. 안경을 선택할 때 약간의 모험 정신만 발휘하라. 의외로 자신과 잘 조화되며 개성은 충분히 살리는 안경을 찾을 수 있다. 일단 다양한 안경을 많이 써볼 것을 추천한다. 안경을 단순히 시력교정을 위한 도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다.


안경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안경 디자이너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SNS나 메일을 통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가감 없이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답한다. 우선, 안경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기본이다. 또한, 다양한 안경을 접하고 착용하면서 안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자신만의 안경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만들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에 비해 안경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관련 업체도 늘어났기 때문에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제리 디자이너에게 ‘안경’이란
안경은 내 신체의 일부다. 내 몸이 상하는 것보다 내가 아끼는 안경이 다치는 것이 더 마음 아플 정도로 안경을 사랑한다.


앞으로 어떤 안경디자이너가 되고 싶나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댄스, 발라드, 재즈 등 어떤 장르도 소화할 수 있는 작곡가처럼, 다양한 종류의 안경 디자인을 소화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지금까지는 주로 볼드 하면서도 남성적인 디자인의 안경을 선호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연구를 해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

 



안경디자이너 이제리
(본명 이재현 / monster13@gentlemonster.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