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인터뷰] My favorite things : 개인적인 관심사의 표현, 김정윤

15.06.09 2

교복을 입은 소녀는 한 손 가득 ‘신발풍선(air shoes)’을 들고 하늘을 날고 있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신발의 섬세한 표현에 놀라고, 올망졸망한 소녀의 이목구비에 시선이 꽂힌다. 자신의 재능이 곧 좋아하는 일이 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데 확고한 아이덴티티로 자신의 관심사를 그려내는 디자이너가 있다. 농구, 나이키 슈즈, 교복. 무엇보다 골반이 예쁜 소녀를 유독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이다. 

 * 포토 : 김상준 작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입니다.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때 닉네임을 사용했는데 유치한 것 같아서 지금은 쓰지 않고 있다.

 

 

사용했던 닉네임이 뭐길래

김정윤이란 이름 때문에 어릴 때부터 ‘유니’라고 불렸다. 닉네임은 거기서 파생된 유니드(you need)다. 말 그대로 “너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인데 굉장히 오글거려서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다.(하하)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대학교 3학년 때 졸업을 앞두고 휴학을 했다. 그 때 3D학원을 다니면서 쇼핑몰 알바를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더라. 그래서 틈틈이 했던 게 ‘낙서’다. 매일 누끼를 따고 상세 페이지를 만들다 보니 낙서가 재미있더라. 때마침 일러스트레이터 툴을 배우기 시작해서 ‘틈틈이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올리다 보니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소재

농구가 제일 크고 그 다음에 농구화. 신발은 나이키뿐만 아니라 조던, 스니커즈에 관심이 많고 스트리트 패션도 좋아한다. 이 정도가 주된 소재고 그 외에는 남중/남고를 졸업해서 남녀공학에 대한 환상이라고 해야 할까. 여학생에 갖는 환상이 아니라 남/여 학생이 성장기에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사실, 별 다를 게 없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나로서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시기라서 작업을 할 때 ‘정말 이럴까?’는 상상을 하며 그린다.

 

           

 

 

주로 스포츠, 신발, 여학생이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슬램덩크>같은 청춘 만화를 제작하는 게 꿈이었다. 때문에 그림에 등장하는 친구가 가상의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주로 여자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으면 좋을까 하는 것들을 작업해서 그런 것 같다.

 

한 그림 안에 여럿이 등장하는 경우,캐릭터는 모두 다른 인물인가? 만약 그렇다면 별개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두나

보통 항상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고 그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그린다. 고정된 캐릭터에 이름은 없는데 ‘이렇게 생긴 애’ 라고 해야 하나? (하하) 한 그림에 여러 명이 등장할 때는 고정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덩치 큰 애 한 명, 마른 애 한 명 또는 흑인을 그린다. 다 그렸는데도 인물이 더 필요하면 괜히 선글라스도 끼우고 모자도 씌어서 겹치지 않게 연출한다.

 

 

김정윤의 그림에는 김정윤만의 ‘느낌’이 있다. 그런 ‘아이덴티티’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작업 초기에는 그저 ‘그림만 그릴 줄 아는 애’ 였다. 그런데다 <슬램덩크>를 좋아해서 근육 표현같이 사실적인 그림을 그렸다. 지금의 그림체를 갖는데 동기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은 나와 달리 그림을 단순하게 그렸다. 똑같이 근육을 좋아하는데도 내가 하는 사실적인 표현과는 다르게 표현하더라. 신기했다. 그러다 보니 ‘꼭 사실적인 필요는 없구나. 더 심플하게 그려도 재미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덴티티를 찾기까지 딱 ‘어떻다’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초기작보다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캐릭터의 얼굴형이 변했다. 그 전에는 코가 조금 길었는데 최근의 그림은 코가 짧다. 예전에는 라인이 있는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현재는 라인이 없는 것도 있고 명암이 추가됐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전보다 스타일이 다양해졌다는 거고 좋은 쪽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다.

 

스토리가 있는 일러스트도 있나

굳이 꼽자면, 핸드폰 케이스로 제작한 <첫인상>(http://dotdotdot.co.kr/product/info/132)이다. 사실 <첫인상>은 티셔츠 제작용으로 그렸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티셔츠에 어울리지 않아 핸드폰 케이스로 제작했고, 상품을 떠나서 그림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 추후에 10컷 정도 더 작업해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만들었다. 그림마다 일련의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첫인상>


<바라보다>

<하교길>

 

<안녕>

 

여성의 신체, 특히 골반이 예쁘다.

이 부위를 좋아하는 분들이 엄청 많다. 처음에는 이렇게 그리지 않았었다. 정말 어쩌다 한 번 이렇게 그리게 된 건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 그려볼까?’ 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김정윤’ 하면 ‘골반을 이렇게 그리는 사람’이 된 것 같다. (하하)

 

          

<Moonk> marker on paper, 2014

 

 그렇다 치더라도 여자 캐릭터가 유독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정말 신기한 게 여자를 그리면 (당연한거지만) 남자도 여자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여자들의 반응이 신기했다. 실제로 예쁜 여자들은 사람들이 질투를 하는데 그림 속 예쁜 여자애는 질투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색감이 ‘쨍’한 느낌인데 색 조합은 어떻게 하나.

색 조합을 많이 찾아보고 ‘이런 색감’을 내고 싶으면 그대로 따라서 연출한다.

 

작업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

사실, 사람밖에 안 그려서 사람의 움직임에 특히 신경을 쓴다. 무엇을 마신다 하면 마시는 행동과 인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편이다. 표정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매번 거울을 보고 모션이나 표정을 따라 해본다. 어떤 게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는 직접 해봐야 알기 때문이다. 요새는 빛 표현에 관심이 많다.

          

<Nike shoes girl 01> marker on paper, 2014

<Nike shoes girl 02> marker on paper, 2014

 

이건 추측인데, 그 간의 작업물을 보면 왠지 빈지노를 좋아할 것만 같다.

맞다. 빈지노 좋아한다. 그림 중에 <Our town>은 재지팩트(Jazzyfact)의 <Smoking Dreams>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그렸다. <Nike shoes girl>은 빈지노에게 영감을 받았다기 보다 ‘그래 이런 여자가 좋지’ 수준인데 이건 노래 가사가 너무 좋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 뒤로 보이는 나무가 이 그림 속에 등장한다.

 

          

<our town 04> pen & watercolor on paper, 40 x 45cm, 2014

- 정윤 작가 뒤로 <our town 04>의 배경이 된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어, 정말이네.

이 시리즈가 <우리동네> 시리즈인데 자주 가는 목욕탕과 포장마차, 건대입구역을 그렸다.

 

<our town 01> pen & watercolor on paper, 38 x 27.5cm, 2014

          

<our town 02> pen & watercolor on paper, 40 x 45cm, 2014

<our town 03> pen & watercolor on paper, 38 x 27.5cm, 2014

 

목욕탕도, 포장마차도 모두 일본 느낌이다.

다소 그런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포장마차 오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지금까지 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뭔가

<Air Jordan Release Date>다. 조던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그렸다. 작업하는데 일주일 좀 넘게 걸렸다.

          

<Air Jordan Release Date> marker on paper, 2014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관광객을 안내하는 줄 알았다.

그럴수도 있겠다. (하하) 근데 조던 매장 알바생이다.

 

대중에게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일러스트레이션만 뿐만 아니라 만화도 하고 애니메이션도 하는 다재다능 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 본 인터뷰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포토 김상준 작가가 촬영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불로소득이다. (하하)그저 단순히 놀고 먹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노트, 포스터, 핸드폰 케이스처럼 내가 만든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구매해서 그 수익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음악가의 삶과 같다. 그림으로써 외주가 아니라 내 작품으로 돈을 정당하게 벌고 싶다. 

 

김정윤 

http://kimjungyoun.com
http://www.notefolio.net/jungyoun
https://www.facebook.com/illustjy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