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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쾌, 위트, 낭만 : My Real ABANG

14.09.02 3

 

아방의 그림은 따듯하다. 그녀의 그림 속엔 언제나 ‘사람’이 등장하고, 알록달록 색채가 낭만을 더한다. 그림 속 주인공은 특별할 게 없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카페서 수다를 떨며 춤을 추기도 한다. 그저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이토록 따듯하게 풀어내다니.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도 따뜻하지 않을까?

* 객원 에디터 : 노효준

 

 

아방의 첫인상은 ‘그림’같다. 그녀의 그림만큼이나 색채를 띠기 때문이다. 개성 있고, 자유분방하다. 큰 눈과 밝은 표정이 그림 속 환한 분위기와 닮아있다. 하지만 그림을 살펴보면 공통된 특이점이 있다. 비정상적 비율의 몸매와 얼굴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레 그림 속에 녹아있다. 아방 신혜원은 그림 속 인물들과 달리 작고 아담한 몸매를 지녔다. 하지만 유쾌한 상상력은 누구보다 크다. 그래서 비정상적 비율의 인물들이 위트 있게 승화되어 되레 낭만적이다.

 

- 토마토 브루스케타

 

<이탈리어에 관하여>, <아방작가 삽화에 관하여>

 

<젤리같은 세월> 

# 엄마, 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푹 빠져 있을 뿐이야.
푹 빠져 있던 시간들이 젤리처럼 뭉쳐저서 쫀득하고도 알록달록한 세월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믿을래

 

 

 

ABOUT. 아방 & 신혜원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유쾌, 위트, 낭만을 추구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아방(abang)이다. 각종 출판물, 웹진, 음반커버에 수록될 일러스트부터 드로잉 수업, 각종 전시 등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마이 리얼 아방”이라는 나만의 디자인 제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아방(abang)”이란 이름의 의미는?

아방가르드의 ‘아방’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그 의미는 전혀 아니다. 작가로서의 활동을 위해 따로 지은 것도 아니다. 그냥 학창시절 친구들이 좀 어벙하다고 해서 ‘아방하다’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 어쩐지 귀여운 <한국 문단을 향해 기어가는 좀비>

 


본인의 캐치프레이즈가 “유쾌, 위트, 낭만”이던데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을 키워드로 뽑아냈다. 나도 한때 ‘뭔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무섭고 기괴한 그림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그림을 보니 하나같이 귀엽더라. 아무래도 어둡고 시크한 것들 보다 지금의 스타일 (유쾌, 위트, 낭만)이 내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일러스트 작가의 길을 택한 이유, 선택에 후회는 없나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이후 끊임없이 나와 잘 맞는 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탐색했다. 그러다 보니 일러스트 작가가 되어있더라. 대학 때는 환경디자인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3년간 편집디자이너로서 회사생활을 했다. 그러다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일러스트가 하고 싶어졌다. 대학시절, 그리고 회사경험을 기반으로 퇴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ABOUT. 아방의 작업




<기욤뮈소에 관하여>, <에세이를 쓰는 이유>

 

 

영감을 얻는 나만의 방법과 작업과정

영감을 얻기 위한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다. 주로 생활 속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평소에 수첩을 들고 다니며 떠오르는 심상을 글로 적기도 한다. 물론 작업 성격에 따라,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에 따라 영감을 얻는 방법이 다르다.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는 단행본의 경우, 텍스트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그림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내일>의 경우, 최민석 작가님이 상당히 자유롭다. 때문에 텍스트의 구애를 받지 않는 편이다. 일전에 <마이 버킷 리스트>라는 칼럼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작가님의 텍스트를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내 버킷리스트를 그렸다. 그랬더니 작가님께 전화가 왔다. “이 그림 뭐냐?”고. 그래서 “제 버킷리스트요.”했더니 크게 웃으시더라.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앨범 아트웍의 경우, 주로 하는 작업은 아니지만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작업한다. 

▶ 아방의 <마이 버킷리스트> 보기

 

- 아방이 작업한 뷰티핸섬 <너를 좋아하니까> 앨범 아트웍

 

- 백혜정 <신기한 노래> 앨범 아트웍

 

 


아방만의 시그니쳐 컬러나 스타일이 있나

꼽을만한 시그니처 컬러는 없다. 하지만 노란색과 푸른색, 그리고 붉은 계열의 컬러들을 선호한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면 언제나 유쾌해 보이도록 표현한다는 것? 또 항상 ‘사람’이 등장한다. 하지만 내 그림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겉보기에 예쁘고 아름답지 않다. 몸은 여자 몸인데 얼굴은 할아버지라든지, 팔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든지. 이런 ‘비정상적 몸매’에 그림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작은 반항’이랄까? 항상 이런 그림을 그리다 보니 누군가는 “아방 작가님은 날씬한 사람 그릴 줄 아세요?”라 묻더라.

 

맞다. 아방의 그림엔 비정상적 비율의 몸매와 무표정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럼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비결이 있다면.

비정상적인 비율 혹은 신체의 과도한 표현은 색채를 통해 밸런스를 조절한다. 색을 통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업 때 따뜻하고 밝은색 계열을 사용하다 보니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위화감 없이 전달되는 것 같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에서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보면 아방의 시와 그림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주로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그것에 맞는 시를 쓰는 편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시를 먼저 쓰고 이를 토대로 그림을 그린다. 우선 소재가 정해지면 시를 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평소 좋은 글귀나 소재가 떠오르면 틈틈이 메모를 한다. 작업 때 메모를 참고하는 편이다.

 

아방의 작업 중 특별히 소개해 주고 싶은 것

9월 중에 발간될 <베를린 드로잉 에세이>를 소개하고 싶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달라

커머셜은 커머셜대로 그들이 원하는 콘셉트와 느낌이 있고 전시용은 전시용대로 완성도나 사이즈에 대한 픽스가 있다. 때문에 러프한 선이 주를 이루는 즉흥적인 드로잉이 가장 ‘나다운’ 그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드로잉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 같았다. 그러던 중 베를린에 다녀왔고 베를린을 담은 드로잉을 그렸다. 드로잉을 본 지인이 “이렇게 작은 그림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매력 있는 것 같은데?”라고 했다. 그 말에 힘입어 베를린드로잉들을 곧 출판될 여행에세이 <미쳐도 괜찮아, 베를린>에 싣기로 했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땐 일단 하던 일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장르 불문, 다양한 작가들의 그림이나 작업을 무작정 구경한다. 그러다 보면 실마리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풀리지 않는 일을 억지로 붙들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ABOUT 그 밖의 이야기들


드로잉 수업, <아방이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을 카피한 이름이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정기적인 수입이 없으니 심리적으로 불안해 지더라. 그래서 뭔가 해야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 <아방이와 얼굴들>이다. 처음엔 수강생 한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60명으로 규모가 꽤 크다. 직업도, 연령도 참 다양하다. 지난 2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다. 최근엔 망원유수지에서 <아방이와 얼굴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모두 정말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때로는 그들의 그림을 향한 순수한 열정에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가르칠 때마다 매번 신기한 게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사람도 3개월간 꾸준히 연습하면 실력이 발전한다는 점이다.


<베를린 드로잉 에세이>의 배경이 된 베를린 여행에 관하여

회사생활에 찌들어 있던 때,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행을 결심했다. 약 한 달간 베를린에서 홀로 카우치 서핑(couchsurfing)*을 했다. 여자에겐 위험한 방식의 여행이라는 편견 때문인지 모두가 나를 말렸지만, 지루했던 삶에 뭔가 큰 자극을 주고 싶었다

<베를린 드로잉 에세이>

 

 

여행을 통해 얻은 것들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이 정말 많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는 것? 한 번은 뮤지션의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한 적이 있다. 그는 금발레게머리에 자유롭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히피'스타일이었다. 그는 처음 보자마자 내게 집 열쇠를 넘겼다. 숲 속에서 DJ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기도 했다. 정말 자유분방한 영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약대생이더라. 놀랐다. 나도 모르게 편견이 있던 것이다. 또한 베를린의 옷가게, 술집 할 것없이 다양한 가게들의 구석진 공간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공간에 대한 편견도 깨진 셈이다. 더불어 이런 경험을 토대로 <베를린 드로잉 에세이>를 탄생시켰다는 게 여행을 통해 얻은 큰 자산이다.

*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란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무료 숙박 및 (운이 좋다면)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를 말한다.
  

 - 베를린에서

 

 

추천하는 아티스트

안은미 안무가를 꼽고 싶다. 단행본 일러스트작업을 하면서 안은미 안무가를 우연히 알게 됐다. 나에게 ‘춤’이란 낯설고 어려운 영역이었지만, 그분의 정신과 스타일은 너무 명료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온 작품을 실제로 본적은 없다. 하지만 기사와 사진,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안은미는 쉽사리 예술로 바꾸기 어설픈, 다소 과격한 주제를 자신만의 몸짓으로 재현한다. 무대디자인부터 퍼포먼스, 전달하는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멋지다. 사진만 봤을 뿐인데도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났다. 거침없고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그녀만의 표현 방법을 닮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우선 9월에  <미쳐도 괜찮아, 베를린>가 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여성들이 평소 집에 있을 때 보이는 '프리함'을 드로잉 하고 있다. 왜 여자들은 그렇지 않나. 집에 있을 때와 외출할 때 완전 다르다. 집에 오면 화장을 다 지우고 추리닝을 입은 채 소파에 눕는다. 그리고 과자를 먹는다. 이렇듯 집에 있는 여자들의 '편한' 모습을 그렸다. 소소한 일상을 그리는 내 작업 스타일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일러스트, 수업, 전시, 마이리얼아방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살아갈 것 이다.



ABANG
www.abang0209.blog.me
www.notefolio.net/myrealABANG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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