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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그대에게 좋은 하루가 계속 되기를, 토마쓰 리

16.04.30 3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토마쓰 리 

#01. VACANCE

VACANCE, 2015

 

<VACANCE>의 작업 동기가 궁금하다.

<VACANCE>는 기존의 작업방식과 크게 달랐던 작품이에요. 처음으로 큰 사이즈로 그린데다 펜 스케치에 디지털 페인팅을 더했던 첫 작품이었거든요. 평소에는 작은 수첩에 스케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림을 봤을 때 ‘보이는 색과 선의 느낌’에만 치중을 했다면 <VACANCE>는 커다란 캔버스에 옮겨지는 작업이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토리와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썼어요. 특히, 그림의 선이나 면을 많이 다듬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선과 면이 더 선명한 것 같아요. 그림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활기차고 밝은 느낌이 또렷해진 선과 면으로 관객에게 더 잘 전달된 것 같아서 특히나 기분 좋았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처음으로 손 그림 위에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한 작품이 <VACANCE>로 알고 있다. 전반적인 작업과정이 궁금하다.

저는 일단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눈과 뇌 사이의 공간(?)에서 상상을 해요.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린다기 보다 ‘이런 색에 이런 느낌으로 그려봐야지!’라는 큰 틀이요. 그리고 거기에 맞는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요. <VACANCE>는 마이애미(Miami)와 키웨스트(Key West) 사진을 많이 찾아봤어요. 사진에서 나타나는 색감과 건물, 사람들을 참고하면 막연하게 상상했던 덩어리 위에 구체적인 장면이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지거든요. 그 상상대로 연필로 약하게 큰 덩어리만 그린 후, 펜 작업으로 넘어갑니다. 스케치 할 때 최대한 뜸들이지 않고 재빨리 그려요. 뜸을 들이면 선에서도 우물쭈물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요. 그 다음 스캔을 떠서 포토샵을 이용해 채색해요. 손 그림 원본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찾다 보니 수채화 분위기의 브러시를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VACANCE>는 마치 어릴 적 보았던 <월리를 찾아라>의 한 장면 같다. 그만큼 화려한 배경에 많은 등장 인물이 등장하는데, 산만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어릴 때부터 이야기 짓는 것을 좋아했어요. 요새도 메모장에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적어두는 편인데요. 여러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다 보니 그림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이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야기가 많아지면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색’으로 표현해요. 색으로 묶는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많아서 산만할 수가 있는데, 각자 떠들고 있는 아이들 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골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산만하기보다는 재미있을 거예요(제발!). <VACANCE>는 특히 파티에 온 것처럼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림이었으면 합니다.

 

언뜻 숲 속처럼 보이는 배경인데도 돌고래와 물고기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그러고 보니 돌고래는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하나 보다.

제 그림 속 세상은 지구와 닮은 행성(이 사실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이라 돌고래가 걸어 다니고 개와 인간이 같이 밴드를 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랍니다. 

 

          

 

<VACANCE>에 등장하는 인물의 종(種)이 다양한데 이들은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번역기를 목에 차고 다닐 수도 있고, 스마트폰 앱으로 번역을 돌릴 수도 있죠. 어떻게 얘기해도 말이 통하는 곳일 수도 있어요. 인간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동물과 식물, 사물이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모습이 달라도 서로 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이기도 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은 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인 것 같아요.

 

꽤나 디테일 한 작업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구도를 기반으로 구체화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세밀한 부분은 어떻게 채워 나갔나.

제 그림을 보신 분들이 많이들 궁금해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렇다 할 계획이 없어요. 그냥 느낌대로, 생각나는 대로 여과 없이 종이 위에 그려버려요. 그래서 평소의 ‘스토리 텔링’ 습관이 저한테는 이를 닦는 것처럼 당연하고 중요해요. 길을 걸을 때도 비둘기를 보며 ‘쟤네들은 지금 사람들의 가방을 노리는 도둑들 일거야.’라든지 ‘지금 독수리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나 봐.’같이 시덥지 않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이런 평소의 생각들이 그림 그릴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알록달록한 색감이 따듯하고 에너지가 가득 찬 기운을 준다. 색상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

사진이나 영상을 정말 많이 봅니다. 색 감각은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학습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따뜻하고 활기찬 그림을 좋아해서 그런 느낌을 주는 자료를 많이 모아두는 편입니다.

 

          

VACANCE, 2015



회전목마 대신 ‘회전해마’, 혹은 ‘회전상어’가 인상 깊다. 

저는 작업을 할 때 사람들이 ‘마냥 좋다’라는 감정을 느꼈으면 해요.딱 봤을 때 생각이 많아지는 그림보다 기분 좋아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회전해마, 회전상어, 바다표범 버스킹, 이족보행 돌고래같이 현실과 상상 그 중간의 느낌의 이야기를 표현하려 노력 중입니다.

 

특히 하늘 표현이 눈에 띈다. 사실,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라 낮일 줄 알았는데 언뜻 보이는 달이나 별 때문에 밤 같기도 하고.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중간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끔 보이는 파란하늘의 달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하늘을 그릴 때면 달을 꼭 집어넣어요. 파란 하늘에 별이나 달이 생기면 왠지 ‘오묘함’이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텍스쳐를 표현할 때 는 실제로 그린 원본파일과 브러시 텍스쳐를 적절히 섞어가며 표현해요. 손으로 그려 나온 우연한 느낌을 좋아해서 스캔파일을 밑에 깔고 포토샵 브러시로 정리하며 표현합니다. 

 

그러고 보니 토마쓰 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웃고 있는 표정이다. 작품을 보는 동안 왠지 모르게 엄마미소가 지어지는 것도 이런 장치 때문일까?

제가 웃는 얼굴과 무표정을 좋아해요. 너무 상반된 표정이죠? 제가 좋아하는 표정이 저 두 가지다 보니 캐릭터들이 거의 대부분 웃거나 입이 없어요. 개인적인 취향이에요.

 

 

#02. THOMAS&RONNI VS LAPIN BROTHERS

 


LAPIN BROTHER가 형제라고 들었다. 첫째, 둘째, 셋째는 어떻게 구별하나. 그러고 보니 얼굴 무늬가 다른 것 같은데? 

토끼 삼형제는 작년에 등장한 아이들이에요. 토마쓰로 1년동안 이야기를 끌어오면서 토마쓰와 친구들(개구리 로니, 어항 푼, 고양이 비키 등)과 대립할만한 친구들이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옆 동네에 이사 온 ‘토끼 삼형제’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죠. 첫째, 둘째, 셋째 성격이 모두 달라요. 이름은 따로 없고요. 첫째는 앞만 보고 가는 무뚝뚝한 성격, 둘째는 행동파예요. 그렇다고 해서 절대 첫째 앞으로 나서지는 않죠. 다만 뒤에서 형에게 지시를 할 뿐이에요. 셋째는 딴 길로 새죠. 그래서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혼자 다른 쪽을 바라보거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토마쓰 리 작품에는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다들 얌전해 보이지만은 않는데, 그래서인지 이들에게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정말 귀엽고 귀여운 사고뭉치 집단 얘기를 주구장창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미소가 지어지잖아요? 그런 감정을 제 그림을 통해 느끼셨으면 해요.

 



5인방은 지금 5인용 우비를 뒤집어 쓰고 어디로 향하고 있나. 모두 다른 방향에 눈길이 향하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다.

제가 의도한 바를 잘 짚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달라요. 성격에 따라 눈의 방향을 다르게 설정해서예요.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차이이지만 점 하나로 이야기를 풀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품은 토마쓰와 로니가 처음 토끼학교에 전학간 날의 하굣길을 그렸어요. 다행히 토마쓰와 토끼 삼형제의 집이 가깝거든요.

 

토마쓰 리의 작업을 보면 왠지 모르게 ‘해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준다. 아마도 장 자끄 상뻬의 <꼬마 니콜라>나 팔스 슐츠의 <스누피>가 떠올라서인 것 같다.

작가명이 ‘토마쓰(THOMAS)’라서 더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만큼 많이 따라 그렸거든요. 그래서 작품 전반에 상뻬의 느낌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건 작가 생활을 하면서 계속 듣게 될 얘기일거예요. 그래서 더 캐릭터에 신경을 써요. 계속해서 제 식으로 이야기를 풀다 보면 언젠가 ‘토마쓰’풍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요.

 

 

 

 



지금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의 주제는 어디서 영감을 얻나?

노트폴리오나 인스타그램 같이 여러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사이트나 동묘시장, 고터소품시장, 대림미술관 디하우스 같은 다양한 공간이 저의 창작 욕구를 불타오르게 해요. ‘나도 재미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종이 위의 그림에 국한되어 있는 작품은 이제 지양하려 해요. 매일매일 수첩에 일기 쓰듯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 계속 하겠지만, 그 외의 작업에서는 ‘재미’를 주려 해요. 예를 들어 유리 위, 접시 뒤, 아트 토이, 배지, 쿠키, 홀로그램, 리소프린트, 실크스크린 같은 재미있는 판 같은 거?!

 

토마쓰 리가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요새 제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겁을 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무조건 안전하게’, ‘있는 듯 없는 듯’한 태도를 지향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 역시 ‘튄다’는 사실에 겁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각자 다른 성격과 다른 모습의 캐릭터들이 즐거이 서로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아주 잠깐 만이라도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려요. 저는 토마쓰와 로니를 그리면서 위로를 받거든요. 저처럼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이 위로를 받고 기분 좋은 하루가 계속되도록, 토마쓰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 드리겠습니다.


토마쓰 리 

http://notefolio.net/thomas_lee
http://facebook.com/thomasleeeeee
http://instagram.com/thomas_leeeeee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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