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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철 없는 아티스트 염승일. 다양성을 이야기하다.

14.04.01 3



아티스트이자 스스로가 브랜드인 염승일(Yomsnil). 본명보다 욤, 욤스닐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정녕 한 사람의 작업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를 보는 사람들은 페인팅부터 도자, 목공, 패션까지 아우르는 넓은 작업 영역에 놀라고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사실에 새삼 한번 더 놀란다. 20대를 20년동안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천천히 철들 예정이라는 아티스트 염승일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만나서 반갑다.
본명 외에 'Yomsnil'이라 불리우고 있는데 그 의미가 궁금하다.

하나의 아티스트 브랜드로서 내 생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Yomsnil이라는 영문명은 본명인 염승일의 영자 발음을 보다 편하게 적은 것이고, 본명 외에 욤, 욤스닐 등으로 불린다.

 

- 염승일 작가

 

작업실이 참 멋지다. 공동 작업실인가.

가구제작, 인테리어, 퍼포먼스 아트, 아크릴회화 등의 작업을 하는 6명의 작가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공간을 함께 사용하다 보면 부딪힐 일도 있지만, 서로의 작업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도 한다. 작년 8월부터 이곳에 자리잡게 되었는데, 목공 작업은 이 작업실을 이용하면서부터 시작했다.

 

- 작업실 사진 (사무실, 목공실)

 

일본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돌아온 이유가 궁금하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휴학하고 국내의 게임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엔 일본으로 건너가 NCsoft Japan, Naver Japan 등의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브랜드경험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총 10년정도 회사 일을 하면서 개인 작업이나 전시도 병행했었는데, ‘나의 것’에 대한 욕심이 계속 남아, 보다 자유로운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기 위해 사표를 내고 서울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떤 작업을 했나.

서울로 돌아와 학교에 재입학하여 마치지 못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했고, 2012년에 엘로퀀스 매거진 전우치 편집장의 제안으로 엘로퀀스에서 1년간 아트디렉터로 일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도 개인작업을 진행하며 그룹전이나, 쇼케이스 등을 통해 꾸준히 선보였다.

최근엔 페인팅과 도예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지난 해 부터 목공예-가구로도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나의 생각과 심미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Various Faces Series> 2013, Porcelain
collaboration with Cho Yonghyun and Bak Gwon

 

<One Round Face Vace> 2014
co-work with Bak Gwon, Porcelain, YOMSNIL

 

- 목공 작업중인 작가

 

HAFY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HAFY는 내가 만드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Happy Alternative Functional Youths(행복한 대체가능한 기능적인 젊은이들)의 약자로, 다위니즘과 다양성, 사회 속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 등을 테마로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스머프(Smurf)와 같은 어떠한 존재의 일족, 캐릭터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름의 공부를 통해 생각이 커가는 만큼 HAFY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도 변화하고 발전하는 중이다.

 

<Steal and Runaway> 2011, Digital Painting

 

<The System> 2013, Digital Drawing and Silkscreen

 

<The Factory> 2013, Digital Drawing and Silkscreen

 

<Hafy Doll>
Hafy : http://hafy.org

 

도자기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매력은 무엇인가?

HAFY라는 캐릭터를 그리면서 사람들이 손으로 만지고, 가질 수 있는 캐릭터 인형을 함께 만들고 싶었다. 소량생산과 특유의 질감이 주는 정취 때문에 플라스틱이 아닌 도자기라는 소재를 택해 작업을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큰 매력을 느낀다. 흙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스킨쉽을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웃음)

또 재미있는 점은 도자기 학습 과정이 인류가 발전하는 과정과 닮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테이블에서 조물락조물락 겨우 작은 것 하나를 만들었는데, 물레 등의 기구를 사용하며 점차 정형화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고, 급기야 협업을 통해 내가 못하는 것들까지 빠르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으니까. 테이블 작업이 농경시대였다면, 물레작업은 산업시대, 협동작업은 자본주의시대. 이렇게 인류의 시간으로 치환하여 생각할 수 있다.

 

<Various Faces Series Animated GIF v.2>

 

여러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뿔’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생각의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사회도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모양의 뿔들을 통해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다. 내가 삶을 바라보는 큰 틀이 다위니즘인데, 이는 리처드 도킨슨이나 제러미 다이아몬드의 책에 잘 설명되어있다. 좋아하는 책이다.

 

좌. <청삼선원면오아구호(靑三線圓面'烏亞'口壺)> 2013, Porcelain
Co-Work with Bak Gwon

우. <대원면오오오오오구도기(大圓面'烏-烏-烏-烏-烏'口陶器)> 2013, Porcelain
Co-Work with Bak Gwon

 

누구와 협업을 하고 있는가.

도예는 윤남, 조용현 작가, 박권 작가, 목공은 신해철 디자이너, 김의찬, 공득철 장인, 철계통은 윤제후 장인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모자와 가방 등 패션오브제는 주로 조서현 디자이너(Milliner Ranggan)와 함께 작업한다. 도자기나 목공예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경우와 원형을 캐스팅하여 생산하는 방식, 협업자와 공동작업 또는 부분 의뢰하는 경우 등 다양한 방식이 혼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금액을 지불하고 주문을 하기도 하고, 품앗이로서 서로를 위해 일을 하기도 한다.

난 전통적인 회화처럼 붓 터치 하나 하나에 작가의 숨결을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내 작업의 대부분은 원형에 대한 고유의 아이디어와 은유, 형태에 대한 저자성을 내가 가지고 있고, 그것을 다양한 창작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크레딧에 협업자들의 이름을 모두 기재하는 것도 그런 의미부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혼자 해낼 수 없는 부분을 공동작업으로서 풀어내는 분업이라는 방식은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양식과도 맞닿아 있다.

 

- 김의찬 목공장인

 

- Haffydoll 생산과정

 

- 조서현 디자이너(Milliner Ranggan)

 

2013 promotion reel을 소개할 때 ‘이렇게 철없이 살고 있음’이라 적어두었다.
철없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철들 계획이 있나.

말 그대로 철이 없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직장 생활, 결혼 등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런 사회적인 요구를 따르기보다 저자성을 확립하고 내 세계를 펼칠 수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칼을 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 칼이 너무 늦게 만들어지면 어쩌나 싶긴 하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브랜드로, 철든 아티스트로도 진화하고 싶다. 자신의 작업만으로 자생할 수 있다면 아티스트로서 철들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3 promotion reel>

 

아참, 늦었지만 졸업 축하드린다.

고맙다. 어릴 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아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지 않고 바로 현업에서 활동했는데 10년간 사회를 겪고 나니 하고 싶은 공부가 많이 생기더라. 그래서 재입학을 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주도적으로 하니까, 처음 입학했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조카뻘 되는 친구들도 많다. (웃음)

 

어린 시절의 염승일은 어떤 아이였나.

만화책과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그림을 제법 그릴 줄 알다 보니, 내가 그린 크리스마스카드나 지점토인형을 받으려고 친구들끼리 경쟁하기도 했다. 부끄러워서 좋아하던 여자아이에게만 오히려 그림을 못 준 적도 있었다. 이런 일화를 떠올려보니 참 내성적인 아이였던 것 같다.

 

여러가지 재주가 많은 것 같다. 다양한 도전을 좋아하는 편인가?

도전을 즐기고 두루두루 할 줄 아는 게 많은 편이다. 아트디렉터로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총괄해 본 것은 ‘염승일’이란 브랜드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 많을 수록 그만큼 깊이는 부족해질 수 있는 것은 단점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새로운 것에 꾸준히 도전하다 보니 20대를 20년 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점이 한편으로 철없다는 것인데, 삶에 대한 태도이니 앞으로도 변함없이 도전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긴말이 필요하겠는가? 모두 함께 잘해서 살아남길!

 


YOMSNIL
notefolio.net/YOMSNIL
yomsn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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